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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빠져나와야" 中 부동산·경기 침체 속 해외 투자자 손절매 빗발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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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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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동산 투자자들, 속속 손절매 감수하며 시장 탈출
원금조차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 버틸수록 손실 불어나
부동산 혹한기 속 中 디플레이션도 가속화

중국 부동산에 투자했던 세계 자본이 줄줄이 손실의 늪에 빠졌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본격화한 정부 규제로 중국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한 가운데, 자산 가치가 폭락하며 곳곳에서 투매 흐름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 불어든 찬바람은 5%대 성장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경제에도 치명적인 충격을 안기고 있다.

中 부동산 투자자들 쓴맛 봤다

21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칼라일 그룹 등은 2024년 말부터 매입 원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중국 내 상업용 건물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해외 기관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속속 현지 시장에서 철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MSCI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 집계에 따르면 외국 자본은 지난 15년간 중국의 오피스 타워, 물류창고, 쇼핑몰, 데이터센터 등에 1,400억 달러(약 198조원)를 쏟아부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가리라 확신한 것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현실화하지 못했다.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은 이미 붕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지수연구원이 지난 7월 31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5년 1~7월 중국 상위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총매출은 2조700억 위안(약 약 3조9,3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했다. 이 같은 부진한 실적은 현지 부동산업계 전반이 맞닥뜨린 구조적 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주택 가격 역시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중국 민간 부동산 조사기관인 중국지수연구원이 펴낸 '9월 부동산 시장 동향 보고서'에 의하면, 9월 기준 중국 100대 도시의 기존 주택 평균가는 ㎡당 1만3,381위안(약 263만원)으로 전월 대비 0.74%, 전년 동월 대비 7.38% 각각 하락했다. 3분기 누적 하락률은 2.26%로 2분기보다 0.14%P 확대됐으며, 올해 1~9월 누적 하락 폭은 5.79%에 달한다.

쏟아지는 손절매 사례

해외 투자자들이 굳이 손절매에 나서는 것은 버티면 버틸수록 손실이 불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의 핵심 자산인 베이징과 상하이 오피스의 추정 시장 가치는 2019년 고점 대비 최소 40% 폭락했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역의 평균 오피스 공실률은 약 25%에 육박했으며, 주요 대도시 공실률은 20%에서 40%를 넘나들며 세계 최고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상하이의 신규 오피스 공급은 2028년까지 줄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처참한 현실은 실제 손절매 사례를 살펴보면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칼라일그룹이 한국 국민연금(NPS) 자금으로 운용하며 2015년 14억6,000만 위안(약 2,930억원)에 매입했던 상하이의 31층 오피스 타워 '더 크레스트'는 1년 넘게 새 주인을 찾지 못하다 2024년 말 8억2,600만 위안(약 1,655억원)에 겨우 매각됐다. 이는 투자 원금의 57% 수준이자,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금 10억 위안(약 2,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2015년 4.6%에 불과했던 공실률은 매각 당시 23%를 넘어섰다.

블랙록 역시 상하이 '워터프런트 플레이스' 오피스 건물 두 채의 대출금 상환을 포기하고 자산을 넘겼다. 2018년 매입 당시 투입했던 지분 투자액 4억2,000만 위안(약 840억원)은 전액 손실 처리됐다. 채권단인 SC 컨소시엄은 이 건물을 올해 3월 6억8,000만 위안(약 1,360억원)에 매각해 7억8,000만 위안(약 1,560억원) 규모의 대출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암울한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패트릭 웡 수석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부동산에 발이 묶였다"며 "유일한 탈출구는 현금이 풍부한 중국 국유 기업이지만, 그들조차 시장 개선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니컬러스 윌슨 아시아 부동산 담당도 "시장이 조만간 회복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2026년까지 임대료 하락이 계속되고 2030년의 건물 명목 가치는 2020년보다 낮아져, 중국 상업용 부동산 부문이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디플레이션 위기 가중

부동산 시장 침체는 글로벌 투자자들을 넘어 중국 현지 경제에도 치명적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개발을 세수 확보 대책으로 활용했다. 채권 발행이 어려운 지방 정부가 토지 사용권을 민간에 팔아 수익을 올려 재원으로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땅값이 비쌀수록 지방 정부 수입이 커지는 구조였고, 땅값 상승세에 집값이 연동되면서 부동산 투자 열기는 매우 뜨거워졌다. 이에 따라 부동산 산업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할을 차지하는 경제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시진핑 정부가 이른바 ‘3대 레드라인’ 정책을 도입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3대 레드라인은 자산 대비 부채비율 70% 이하, 순부채비율 100% 이하, 현금·단기 부채 비율 1배 이상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규제 강화를 통해 3대 레드라인을 충족하지 못한 건설사의 신규 차입을 막기 시작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금융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문제는 팬데믹의 여파로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 강력한 규제가 도입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 위기에 불이 붙었다는 점이다. 3대 레드라인 정책 시행 이듬해인 2021년 상반기에 문을 닫은 중국 부동산 업체는 200곳에 달한다.

해당 규제를 기점으로 급격히 가라앉은 부동산 시장은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하락) 흐름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올해 3분기 GDP 성장률은 4.8%에 그쳤다. 분기 기준 올해 처음으로 5% 선이 깨지며 지난해 3분기(4.6%) 이후 가장 저조한 성과를 기록한 것이다. 성장률 하락세를 견인한 것은 다름 아닌 부동산 투자였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중국의 부동산 개발 투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13.9%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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