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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촉발한 전력 인플레이션, 美 데이터센터 인근 전기요금 5년새 267%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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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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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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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
전력 소비가 끌어올린 요금, 소비자에 전가
글로벌 전력 인플레이션 확산 조짐

미국에서 전기요금이 급등한 가운데, 주범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가 지목됐다. 데이터센터 인근 지역의 도매 전기 요금은 5년 전보다 267% 급증했는데, 이런 비용은 모두 일반 가정에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대규모 AI 인프라 건설 계획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전기 요금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 산업의 성장세가 에너지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데이터센터 옆동네 도매가 급증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0년 미 전역 전기 도매가격은 MWh(메가와트시)당 평균 16달러였다. 지역별로 샌프란시스코가 21달러, 볼티모어가 17달러, 피닉스가 16달러 등이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올해 샌프란시스코 전기 도매가격은 35달러, 볼티모어는 38달러, 피닉스는 21달러로 급등했다.

급격하게 전기 요금이 오른 지역은 ‘데이터센터 옆 동네’다. 블룸버그는 “주요 데이터센터 인근 지역의 한 달 전기 요금은 5년 전보다 최대 267%나 비싸다”며 “AI 붐이 전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주별 전체 전력 소비량 중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버지니아주 39%, 오리건주 33%, 네브래스카주 14% 등에 달했다.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전기 소비 증가의 부담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EIA가 공개한 전국 평균 가정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6.5% 올랐는데, 데이터센터 인근인 코네티컷주와 메인주는 각각 18.4%, 36.3%나 뛰는 등 지역별 차이가 컸다. 전력망 운영기관인 PJM 인터커넥션의 용량 시장 가격도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크게 올랐다. 가격의 60% 이상을 데이터센터가 차지했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93억 달러(약 13조2,200억원) 규모로,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미국 텍사스 애빌린에 건설 중인 스타게이트1 데이터센터/사진=오픈AI

대규모 데이터센터 계획 줄줄이, 요금 부담 가중

이 같은 전기 요금 부담은 앞으로 더 가중될 전망이다. 대규모 AI 인프라 건설 계획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는 5,000억 달러(약 717조원) 규모 AI 인프라 건설을 위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미국 내 데이터센터 5곳 신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오픈AI는 텍사스주 셰이클포드 카운티, 뉴멕시코주 도나 아나 카운티, 그리고 미드웨스트 지역의 비공개 단지 등 3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구글이 미 아칸소주에 40억 달러(약 5조7,000억원) 규모를 투자해 데이터센터 캠퍼스 건설을 시작하는 등 주요 빅테크들도 끊임없이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및 투자 계획을 발표 중이다.

투자은행(IB) 제퍼리스에 따르면 올해 전기 유틸리티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는 전년 대비 22.3% 증가해 2,121억 달러(약 30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129% 증가한 것이다. 해당 투자액 규모는 2027년에 2,281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퍼리스의 전기 유틸리티 및 청정에너지 분석가는 “기업들이 경제를 '재산업화'(reindustrialise)하기 위해 발전과 송전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국이 반도체·배터리 등 제조업을 다시 키우면서 첨단화에 필수인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고 있고, 이에 따라 발전·송전 투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 산하의 리서치 기관인 블룸버그NEF는 AI와 데이터센터의 확산으로 미국의 전력 소비가 2035년까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가 2030년까지 미국 전체 전력 소비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압박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 요금 시민단체 파워라인즈에 따르면 미국 유틸리티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총 290억 달러(약 40조원)에 달하는 요금 인상안을 승인해 줄 것을 규제당국에 요청했다. 미국 전역에서 국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전기료 인상폭이 올 상반기에만 290억 달러에 이른다는 의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한 수치다.

AI발 물가 상승 가속화

이렇다 보니 'AI 열풍으로 인한 전기료 부담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전기요금이 전체 소비자에게 분산되는 게 맞는지, 아니면 대규모 전기 수요를 유발한 대형 산업 고객들에 직접 부과하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특히 소비자 권익단체들은 "왜 미국이 AI 기술 선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일반 가정이 부담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이에 가장 현실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대응책은 데이터센터 등 대형 수요처에 비용을 부담시키는 방식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같은 하이퍼스케일 기업들이 유틸리티의 전력 인프라 투자에 직접 비용을 지불하거나 특별 요금제를 통해 간접 지원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게 ‘대용량 부하 요금제’다. 이는 대형 전기 소비자에게 발전 및 송전 시스템에 가하는 추가 부담만큼 요금을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또 다른 유틸리티 기업 AEP오하이오는 최근 규제 당국에 매달 예상 전력 사용량의 85%를 실제 사용량과 무관하게 전기요금으로 청구하는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 신설을 승인해 달라고 신청했다.

데이터센터발 전기 요금 인상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만 해도 지난 2일 오픈AI가 삼성, SK와 손잡고 경북 포항과 전남에 각각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각각 20메가와트(㎿) 규모로 건설되지만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전기 수요 급증과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본 전력 경매 가격은 AI 붐 예상 속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는 전기 부족을 이유로 데이터센터 전기 요금을 올렸고, 영국에서는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탓에 2040년까지 전력 가격이 9%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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