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불확실성을 설계로 바꾸는 유럽의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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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을 구조로 바꾸는 자본의 전환 확장보다 회복력에 자본을 싣는 유럽 위험을 설계하는 새로운 경쟁력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5년 유럽 기업들은 경기 둔화와 환율 불안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투자은행(EIB)에 따르면 EU 기업의 86%가 올해 투자에 나섰으며, 이는 지난해(87%)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성장률이 둔화하고 교역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자본 지출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대외 환경은 오히려 더 거칠어졌다. 2025년 8월 기준 EU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22% 감소해 321억 유로(약 47조 원)로 줄었다. 같은 시기 유로화는 달러당 1.17까지 강세를 보이며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이중 악재 속에서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흐름은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라 자본 운용 논리의 변화를 보여준다. 기업들은 환율과 관세, 공급망 충격이 단기간에 해소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불확실성을 전제로 생산 효율과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초점은 ‘얼마나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투자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투자 엔진의 변속, 무형·대체 중심으로 재편
핵심은 ‘투자 축소’가 아니라 ‘투자 방향의 변화’다. EIB 조사 결과 EU 기업의 투자 중 35%가 연구개발, 인력 훈련, 소프트웨어 등 무형자산에 집중됐다. 토지나 건물 확충보다 노후 설비 교체와 효율 개선에 자본이 모이고 있다. 순증 투자 기대치도 2024년 +8%에서 올해 +4%로 낮아졌지만, 이는 위축이 아니라 재조정이다.
이 변화의 목적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다. 디지털 시스템, 자동화, 데이터 관리 역량은 관세나 환율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대기업과 제조업이 이 전환을 주도하는 반면, 건설업은 자재비와 일정 부담으로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이 투자를 급격히 줄인 것과 달리, 유럽은 속도를 늦추면서도 방향은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확장 투자’는 줄었지만 ‘유지와 개선’은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형자본의 확장은 기업 간 연결 효과를 키운다. 한 공장에서 축적된 생산 기술이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한 부서의 위험관리 체계가 조직 전반의 운영 표준으로 정착한다. 이렇게 쌓인 역량은 외부 환경이 변하더라도 생산성을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 결국 투자 전환의 흐름은 내부 전략뿐 아니라, 환율과 관세 같은 외부 압력에 의해 더 가속화되고 있다.
강한 유로와 관세, 수익성 공식을 동시에 흔들다
유럽 수출기업의 수익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유로화 강세와 미국의 관세 인상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가격 경쟁력과 이익률이 함께 압박받고 있다. 2025년 4월 미국은 유럽산 제품에 평균 20%의 관세를 부과했다가 여름에 15%로 조정했다. 같은 시기 유로화는 달러당 1.17 수준까지 오르며 유럽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이중 효과로 8월 EU의 대외 수출은 전년 대비 6.7% 감소했고, 달러로 벌어들인 매출이 유로로 환산되며 이익 폭은 더 줄었다.
그럼에도 기업은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이는 낙관이 아니라 적응의 결과다. 제조업체들은 공정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절감과 자동화를 통해 원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설비 확장은 미루더라도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자산에는 자본을 집중한다. 특히 자동차·기계·화학처럼 이익 폭이 좁은 산업에서 이런 변화가 두드러진다. 투자 항목의 우선순위도 달라졌다. 공장 자동화, 에너지 관리 시스템, 통관 절차의 디지털화가 먼저 추진되고 있다. 공급망은 단일 국가 중심에서 다국가 분산 체계로 바뀌고, 재고 전략은 단일 비축에서 단계별 목표 재고로 전환됐다. 환율과 관세의 이중 충격은 단순한 무역 통계의 변화가 아니라, 유럽의 수익 구조 자체를 다시 쓰는 과정이다.

(X축) 조달 전략 유형, (Y축) 기업 비율(%)/주: EU 기업은 수입 축소보다 공급 다변화와 디지털 재고 관리에 중점을 두었다.
놓치고 있는 변수, 아시아 과잉과 태평양 리스크
유럽의 예측 모델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이미 달라졌지만, 전망은 여전히 평균값에 머물러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이다. 미국의 무역장벽 강화 이후 중국산 제품이 유럽 시장으로 몰리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제조업의 가격이 눌리고 마진이 축소되고 있다. 동시에 해상 경로 변경, 수출 통제, 보험료 인상까지 겹치며 원가와 납기 모두 불안정해졌다.
태평양에서 벌어지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유럽의 통제 밖에 있다. 분쟁이나 봉쇄가 발생하면 원자재와 중간재의 운송 시점이 달라지고, 이는 생산 계획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납기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이 재무제표에 반영되고, 에너지 의존도와 탄소 규제는 유럽 내 생산비를 더욱 민감하게 만든다. 여기에 자금 조달이 정치적 변수로 분절되면서, 같은 투자를 하더라도 조달 비용과 승인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결국 현실의 변화가 통계보다 빠르다. 공식 지표가 나올 즈음이면 기업은 이미 제품 구성을 바꾸고, 공급 계약을 재조정하며 생산 기준을 수정한다. 정책의 시계는 여전히 과거를 가리키고, 기업의 시계는 그보다 몇 달 앞서 있다. 이 간극이 정책 판단의 오차를 낳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리스크를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조건으로 보고, 이를 전제로 한 산업·교육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다.

(X축) 국가 및 장애 유형, (Y축) 기업 비율(%)/주: EU 기업은 규제 준수를, 미국 기업은 관세 변화를 주요 무역 장애 요인으로 인식했다
정책과 교육의 전환, 리스크를 다루는 기술
유럽의 경쟁력은 정부와 교육이 불확실성을 얼마나 통제하는가에 달려 있다. 기업이 관리할 수 없는 외부 위험을 정부가 줄여야 내부 투자가 생산성으로 이어진다. 현재 유럽 기업이 직면한 주요 장애 요인은 불확실성(83%), 숙련 인력 부족(79%), 에너지 비용(75%)이다. 여기에 복잡한 행정 절차가 매출의 1.1%를 갉아먹는 ‘관료 비용’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리스크 대응 기술, 에너지 효율, 규제 단순화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교육은 현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환율, 관세, 무역 절차, 공급망 운영을 실제 사례와 데이터로 다루는 방식이 필요하다. 대학과 직업학교는 운영·금융·국제 정세를 결합한 실습형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25년 여름 대미 수출 급감과 유로화 강세 사례를 분석하며, 환율 변동이 가격 구조와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직접 해석하게 하는 것이다. 현실을 다루는 교육이 대응력을 높이고, 그 역량이 곧 경쟁력이 된다.
정책은 단순하고 신속해야 한다. 기술 인력의 비자 승인과 자격 인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에너지 절감 설비의 인허가와 전력망 연결을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초기 투자비는 정부가 일부 보조하고, 인증·통관 절차는 통합해 행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 공공 지원사업에는 환율과 관세 변동을 반영한 사전 점검을 의무화해 불확실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현장의 시간은 통계보다 빠르다. 기업이 움직인 뒤에 제도가 따라가서는 경쟁력을 지킬 수 없다. 이런 제도적 정비가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의 투자를 실제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기반이 된다.
리스크를 경쟁력의 설계로 바꿔야 한다
유럽은 지금 투자와 수출이 엇갈리는 국면에 있다. 수출이 줄어도 기업은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이는 일시적 불균형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질서다. 기업들은 확장보다 회복력과 효율을 중시하며, 환율·관세·아시아 공급 과잉 같은 위험 요인을 이미 경영 전략에 포함되고 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리스크를 피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위험을 체계 속에 설계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정부는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규제와 절차를 단순화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기술·에너지·인력에 집중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결국 유럽의 경쟁력은 규모가 아니라 대응 속도에서 결정된다. 리스크를 변수로 다루는 순간, 변화는 위기가 아닌 성장의 기회가 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ransatlantic Investment Risk: Why Europe's Firms Keep Spending While Forecasts Miss the Next Shock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