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도 매각되는 판에 또 중기 홈쇼핑 신설, 콘텐츠·자본 경쟁력 약화 등 리스크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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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판로 확대 위한 ‘중기 전용 T커머스’ 업계에선 T커머스 실효성에 ‘의문’ 신설보다 산업 활성화 대책 먼저 내놔야

정부가 중소기업 제품 전용 ‘T커머스(T-commerce)’ 채널 신설을 추진하면서 업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쉬운 중기·소상공인에 새로운 판로가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포화 상태의 홈쇼핑 시장에서 새 채널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비판이 우세한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판로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콘텐츠 경쟁력과 수익성 확보라는 구조적 난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영홈쇼핑·홈앤쇼핑 사업 참여 가능성↑
27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신규 T커머스 사업 승인권을 쥐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홈쇼핑 규제 개선 등에 따른 파급 효과 분석’이라는 연구 용역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홈쇼핑 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가 이 안을 토대로 홈쇼핑 재승인 규제 개선, 송출 수수료 산정 기준, T커머스 규제 강화, 신규 채널 승인 등 4개 축을 집중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신규 T커머스 채널 사업에 참여할 유력 후보로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을 꼽는다. GS샵, CJ온스타일,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NS홈쇼핑, 공영홈쇼핑, 홈앤쇼핑 등 7개 홈쇼핑 중 두 곳만 T커머스 사업권이 없는 데다, 이미 홈쇼핑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방송 제작과 송출 장비를 갖추고 있어 T커머스를 병행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영홈쇼핑은 인력 충원과 조직 확대의 기회를, 홈앤쇼핑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숙원 사업인 홈앤쇼핑 상장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참여 의지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을 전용’이라는 명분도 있다. 공영홈쇼핑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며,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분 32.83%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 제품을 100%, 홈앤쇼핑은 80%를 판매하고 있는 만큼, 중기 전용 T커머스를 도입해도 운영상 부담이 적다는 평가다.
판로 부족한 中企에 기회
전문가들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판로를 확대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최근 내수시장의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판로지원 강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T커머스 신설이 소상공인에게는 판로 확대 개념의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판로를 통한 판매 기회가 더 많아지면 소상공인들도 경쟁력 있는 상품들을 개발하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87.1%가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신규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응답 중소기업의 80.5%는 2개사 이상의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신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며, T커머스 채널의 대폭 확대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1개사 도입만으로는 경쟁유도 효과 적음(31.2%)’ △‘홍보 기회 및 판로 확대(28.7%)’ △‘이용기업의 비교·판단을 위한 채널 선택권 보장(22.0%)’ 등을 꼽았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T커머스는 사전 녹화 방송으로 24시간 판매가 가능하고 TV홈쇼핑과 비교해 재고를 많이 준비할 필요가 없어 여력이 부족한 중기·소상공인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판로"라며 "기존에 중기·소상공인의 주요 판로 역할을 하던 티몬·위메프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판로의 필요성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파이 쪼개기'에 불과, 경제성 떨어져
다만 시장과 기존 업계에서는 중기 전용 T커머스 신설에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이미 홈쇼핑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채널 수만 늘어난다고 수요가 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콘텐츠 역량에 대한 의구심도 짙은 분위기다. 중기 전용 T커머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고객 만족도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들 홈쇼핑들이 높은 소비자 기준을 만족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상품 조달 문제도 지적된다. 홈쇼핑 납품이 가능한 중소기업 수가 한정돼 채널이 늘면 동일 상품 편성이 반복되고, 재고·생산 부담으로 참여 기업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주요 홈표핑 채널의 중소기업 제품 의무 편성 비중은 70%에 달한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산업 침체가 심화되면 방송 콘텐츠 제작사에도 재원이 줄어들어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커머스 신설이 과당 경쟁으로 이어져 결국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홈쇼핑 산업은 이미 침체에 빠진 상태다. T커머스 5개 업체(SK스토아, KT알파쇼핑, 신세계라이브쇼핑, W쇼핑, 티알엔)의 작년 매출은 1조2,142억원으로 2년 전인 2022년과 비교해 1.6% 줄었다. TV홈쇼핑 7개 업체 매출도 작년 기준 5조5,724억원으로 2년 전보다 5.1% 감소했다.
TV 시청 인구도 줄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주 5일 이상 TV 이용 비율은 69.1%에 그쳤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70% 선이 무너졌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이 T커머스 1위 사업자인 SK스토아를 매각한다는 소식은 홈쇼핑이 더 이상 성장 산업이 아니라는 방증이나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SK스토아 매각가는 1,000억~2,000억원으로, 작년 SK스토아의 연 매출(3,023억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업체 선정 과정에서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정책 취지를 희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T커머스가 신설되더라도 판매 성과가 검증된 중견기업이나 매출 규모가 큰 중소기업 위주로 편성이 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약자인 소상공인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기 제품 의무 편성, T커머스에만 적용하는 화면 크기 제한 등 규제는 그대로 둔 채 신생 채널을 늘리면 업황 침체만 가속화할 뿐이다. 성장 한계에 부딪힌 홈쇼핑업계의 활성화 방안이 선행되지 않으면 선의로 시작한 정책이 업계 전체를 공멸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