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책 후폭풍, 서민 주거 사다리 붕괴로 부동산 거래 절벽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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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도강과 경기 규제지역에서 마피 매물 속출 주요 수요층인 청년·서민층 이탈로 청약시장 위축 내 집 마련 문턱 높아지는데 전세 시장 상승 조짐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시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3종 규제 지역으로 묶이면서,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서울 일부 자치구와 수도권 외곽에서 분양가보다 낮은 분양권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 청약시장에서도 고강도 규제로 공급과 수요가 모두 위축되며 주요 수요층인 청년세대나 서민층이 대거 이탈하는 양상이다. 반면 고가 주택이나 현금 부자를 대상으로 하는 규제는 제한적이라 형평성에 대한 논란과 양극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신규 분양시장도 청약 메리트 사라져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지지 않았는데도 강남급 규제 지역으로 묶인 서울 일부 지역과 경기 외곽의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이른바 '노도강'으로 불리는 서울 노원·도봉·강북구에서는 최근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물건이 속출하고 있다. 강북구 한화포레나미아(497가구)는 마피가 1억원에 달한다. 도봉구 도봉금호어울림리버파크(299가구)에서도 마피 2,600만원의 매물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동대문구와 마포구 일부 아파트에서도 무피·마피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 남부에서도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권을 처분하려는 청약 당첨자가 적지 않다. 수원시 수원성중흥S클래스(1,154가구)는 마피 3,000만원 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광명시 광명소하신원아침도시2(203가구)와 의왕시 의왕센트라인데시앙(733가구)에는 웃돈이 0원에서 1,000만원 미만인 ‘무피’ 매물이 넘쳐난다. 가격 상승 기대감이 사라지고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투자 목적으로 분양받은 수요자를 중심으로 마피를 감수하고 분양권을 던지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규제지역으로 묶인 서울·경기 주요 지역의 신규 분양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책으로 여러 규제가 적용되면서 청약 메리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중도금 대출에 담보인정비율(LTV) 40%가 새롭게 적용된다. 통상 분양가의 60% 수준인 중도금은 그동안 전액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제 수요자가 현금으로 자납해야 하는 몫이 늘었다. 잔금 대출로 전환할 땐 분양가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도 받게 됐다. 시가 15억원 이하는 6억원, 15억~25억원은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 등이다.

10·15 이후 서울 매물 7,000건 증발
문제는 매물과 수요가 동시에 급감하면서 주택 거래가 사실상 중단되고, 부동산 시장이 거래 동결(freeze)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고강도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0% 가까이 급감했고, 매물도 7,000건가량 증발했다. 대책 발표 직전 일주일과 비교하면 영등포구는 159건에서 3건으로 98.1% 줄었고, 구로구(-97.6%), 노원구(-91.8%), 동작구(-87.8%), 동대문구(-85.8%) 등도 감소 폭이 컸다. 대출 한도가 급감하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마저 제한하자, 내 집 마련이나 이사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주저앉으면서 시장이 강제적인 동결 상태에 접어든 것이다.
내 집 마련 문턱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전세 시장도 꿈틀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3% 오르며 지난해 9월 둘째 주(0.17%)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규제 전후 한두 달 사이 전셋값이 10%가량 급등한 사례도 나왔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웰츠타워 전용면적 85㎡는 8월 4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지만, 규제 직후인 이달 22일에는 4억6,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두 달 사이 15%나 오른 것이다. 노원구 포레나노원의 같은 평형도 전세 실거래가가 8월 7억3,500만원에서 이달 21일 8억원으로 6,500만원 뛰었다.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번 대책으로 가장 피해를 본 지역은 노도강,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으로, 고점 대비 집값을 회복하지 못했음에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똑같은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수도권 외곽 청약시장의 위축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시장의 수요층은 목돈이 부족한 청년 세대나 서민이 많은데,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등 청약 관련 규제가 확대되면서 이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고가 주택과 부유층을 겨냥한 규제 효과는 제한적이다. 일례로 투기과열지구 내 십억원대 오피스텔과 연립주택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과열 진정 효과 있으나 초양극화 우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대책이 집값 안정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7일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된 만큼 갭투자 수요가 차단될 것”이라며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대출 규제가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 등 정부가 구상하는 후속조치가 매물 잠김과 전월세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주택 공급 확대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반응은 엇갈린다. 시장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에게 10·15 대책의 적절성을 물었더니, 44%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적절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이보다 7%포인트(p) 낮은 37%였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49%로 경기·인천(43%)보다 높았다. 유주택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41%,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44%로 나타났다. 무주택자의 반응은 더 부정적이었다. '적절하다'고 답한 비율은 31%,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44%였다.
이번 대책의 지속성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전망이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현금 유동성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주택 매입이 어려워졌다"며 "전방위적 금융 규제로 인해 과열 진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대출과 거래를 동시에 차단하는 구조라 자금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장의 초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분위기 속에 강남권 외에도 현금 여력이 높은 수요자 중심으로 일부 지역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