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 정리했더니 가계대출마저 봉쇄” 고수익 상품 사라진 저축은행, 수익성 악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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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득 이내 규제 이후 가계신용대출 취급액 급감 전 금융권 동일 규제로 후순위 주담대 창구도 봉쇄 “업황 부진 속 보수적 포트폴리오 불가피”

저축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신용대출 취급액이 급격히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에 수익성 둔화와 자산 축소 흐름이 뚜렷해졌다. 특히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정책을 연이어 시행하면서 저축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취급액은 물론 주택담보대출 창구도 사실상 개점휴업에 몰렸다. 저축은행들은 수익성 방어를 위해 고금리 소액대출 중심의 보수적 영업으로 방향을 틀고 있지만, 업권 전반의 성장 모멘텀은 이미 급속히 식어가는 양상이다.
4월 1.4조에서 7·8월 8,000억으로 ‘뚝’
29일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과 8월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은 각각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7월과 8월 각각 1조3,000억원이 신규 공급된 것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월 가계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은 단 한 번도 1조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올해 상반기 역시 저축은행들은 가계신용대출을 매월 1조2,000억~1조4,000억원씩 냈다. 그러나 6·27 부동산 대책으로 신용대출 한도가 확 줄어들면서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 영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규제 수위를 높였고 이 과정에서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기존에는 연소득의 최대 2배까지 한도가 허용됐으나 금융당국은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내놨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1조4,000억원, 5월과 6월에도 1조2,000억원씩 새로 신용대출을 내주던 저축은행은 대책 발표 후엔 대출을 이전만큼 내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79개 저축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취급자 수는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이후 두 달간 15만2,680명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7만6,340명으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월평균 취급자 수(9만218명)보다 1만3,878명 줄었다. 이 가운데 13만9,628명(93.4%)이 신용점수 700점 이상인 차주였다.
후순위 주담대도 '개점휴업'
정부가 전 금융권에 동일한 주택담보대출 한도 규제를 적용하면서 저축은행의 후순위 대출 창구도 사실상 막히게 됐다. 지난 15일 전 금융권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주담대 축소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가격 구간별로 대출 한도를 세분화해 1·2금융권 모두에 반영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대책으로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까지 동일한 대출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담대는 15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최대 6억원, 15억~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제한된다. 전 금융권이 동일한 기준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상향과 LTV(담보인정비율) 강화 조치를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2금융권의 후순위 대출 실행도 어려워졌다. 고액 대출을 원하는 차주들은 통상 시중은행에서 선순위 주담대를 받은 뒤, 남은 여력을 2금융권에서 2·3순위로 채워왔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 등 신용평가가 어려운 차주의 경우 주담대 대출 계획을 세울 때 금리별 1금융권에서 차주별 대출한도를 모두 채운 뒤, 2금융에서 추가 대출한도를 채운다"며 "주택가 15억원 기준 6억원 대출 한도에서 2금융사가 가져갈 수 있는 비중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금융권에 적용되는 DSR은 40%로, 시중은행(30%)보다는 다소 높지만, 주택 가격 자체에 적용하는 대출 문턱을 높아지면서 의미가 줄었다. 시중은행에서 이미 선순위 대출이 한도까지 채워지는 만큼, 2금융권이 받을 여지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후순위 주담대는 선순위보다 연 5~7%포인트 높은 금리가 적용돼 2금융권의 주요 수익원으로 꼽혔다. 수익성 저하에 신음해 온 2금융권에 있어 후순위 주담대는 주요 리테일 상품인 셈이다. 하지만 신용대출 규제에 이어 주담대까지 엄격해지면서 여신 자산 확대 기회가 더욱 제한되는 모양새다.

대출 영업 줄이고 리스크 관리 집중
상황이 이렇자 저축은행들은 자동차금융·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주요 가계대출 축소를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로 기업대출 자산을 정리한 뒤 가계대출을 통한 자산 확대 길이 막히면서 업권 전반의 예금의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저축은행들이 선택한 또 다른 생존 전략은 고금리 소액대출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가계 자금 대출 잔액은 올해 상반기 41조6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 증가한 반면, 소액 신용대출은 같은 기간 1조1,473억원에서 1조2,880억원으로 12.2% 증가했다. 저축은행 소액 신용대출이 1조2,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200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소액 신용대출은 자영업자들도 자주 사용하는 상품이다. 개인 사업자 대출을 받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급전 창구로도 활용된다. 그런데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3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8월 16.1%로, 대표적인 고금리 상품인 카드론 9월 평균 금리(14.1%)보다 높다. 주요 은행의 500만원 이하 소액 대출 금리(6.28%)와 비교하면 2배 이상인 셈이다. 정부가 개인 사업자 대출을 조이면서 더 많은 자영업자가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는 셈이다.
저축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줄어든 것은 PF 부실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지금껏 중소기업 대출 절반가량을 부동산 PF로 채울 정도로 적극적인 대출 영업에 나섰다. 하지만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자 부실 채권 상각·매각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전체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한 저축은행 고위 간부는 “과거에 개인 사업자 대출을 많이 늘렸지만, 최근 업황이 좋지 못하다 보니 적극적인 대출 영업을 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며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으로 조정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 사업자 대출도 주택을 담보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 있어 늘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