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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부활’에 1조 엔 베팅하는 일본, 노후 설비·고비용 구조가 최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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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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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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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했던 일본 조선업, 부활 드라이브
2035년 건조량 목표 1,800만 톤 설정
LNG선-인력 양성 등 '조선 부흥 플랜' 속도
일본 이마바리조선소 전경/사진=이마바리조선소

일본이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로 조선 산업 재건에 나선다. 미국이 중국 조선업을 견제함과 동시에 대외 조선업 협력 강화 의지를 내비치는 만큼 지금이 경쟁력 강화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한때 조선업 세계 1위였으나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며 한국과 중국에 패권을 넘긴 일본이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편승해 다시금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모습이다. 다만 노후 설비와 높은 건조비, 철강 가격 격차, 분산된 생산 거점 등 구조적 한계가 여전해 일본의 조선산업 부활이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도 적지 않다.

1조 엔 규모 국책펀드 검토, 민간 1·2위 조선소 합병도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최근 자민당은 1조 엔(약 9조원) 이상 규모의 정부 주도 펀드 설립을 골자로 한 긴급 제안서를 마련했다. 국립 조선소를 설립해 민간 기업에 임대하고, 생산 효율성과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독점금지법 완화와 금융·세제 지원 방안까지 포함해 업계 지원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지난달 일본 정부가 2035년까지 일본 내 조선 건조량을 현재의 2배 수준인 연간 1,800만 톤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생산 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달성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자민당은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민간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내고, 침체된 조선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목표가 실현되면 일본의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이 20%로 현재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일본 선주가 보유하는 선박은 국내 건조로 조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돼 조선 자립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재개는 핵심 목표다. LNG 운반선은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일본이 과거 강점을 보였던 분야다.

정부 주도의 산업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1위 조선사 이마바리조선은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 인수를 추진 중으로, JMU 지분을 60%까지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인수가 완료되면 이마바리조선은 일본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세계 건조량 기준 순위도 현재 6위에서 4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목표에 발맞추기 위해 일본 조선업계도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일본조선협회(SAJ) 회장이자 이마바리조선 회장인 히가키 유키토는 지난 23일 3,500억 엔(약 3조3,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계획을 발표하고 LNG 운반선 건조 재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히가키 회장은 “일본의 조선소 대부분은 설비 노후화로 경쟁력이 약화됐다”며 “대형 크레인 설치, 자동화 설비 도입, 로보틱스 적용 확대 등 장기적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의 투자 방향을 살펴보면 대형 골리앗 크레인을 추가로 도입하고, 노후 도크(dock·선박건조장)와 선대를 재배치하며, 블록 조립·용접·도장 공정을 자동화해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생산량 확대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일본 조선업계는 숙련공의 고령화로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이를 자동화 설비와 로보틱스 도입으로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북극항로 상업화·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에 재건 시동

무역량의 99%를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일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신조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조선 강국으로 군림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선박 부족과 건조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전략으로 ‘계획조선’ 제도를 시행했고, 이 덕에 일본은 1956년 세계 신조선 진수량 점유율 26.2%를 기록하며 영국(20.7%)과 독일(15.0%)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이후 선박 대량 건조시스템 구축을 기반으로 한 대형 조선소와 전문 부품 산업의 동반 성장을 통해 1980년대까지 글로벌 조선업을 선도했다.

하지만 1974년 1차 오일쇼크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고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 과잉 설비 문제 등으로 일본 조선업은 두 차례 불황을 겪었다. 여기에 고령화와 환경규제 대응 지연으로 해외 조선소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점차 힘을 잃어갔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일부 조선소는 문을 닫거나 합병으로 재편됐다.

그 사이 한국은 LNG선·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세계 1위를 굳혔고, 중국은 국유 조선 그룹을 통합해 막대한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중국은 2001년만 해도 글로벌 점유율이 6%에 불과했으나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정책 등에 힘입어 2023년 50%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반면 일본의 글로벌 수주 점유율은 8% 수준으로, 1980년대 전성기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이에 조선업 붕괴에 대한 국가적 위기의식이 생겨났고, 정부가 직접 나서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글로벌 수요 구조 변화도 정부 결단을 촉발했다. 최근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북극항로의 상업 운항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이 ‘아틱 익스프레스(Arctic Express)’를 유럽까지 운항하며 시험 항해에 나선 사실은 일본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됐다. 북극항로가 정기화되면 쇄빙선·내빙선 등 특수 선박 수요가 늘어나는데, 이는 일본이 우위를 나타냈던 분야다. 한국 역시 쇄빙 LNG선 건조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의 전통적 기술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게 내부 목소리다.

또 하나는 친환경 선박 전환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강화로 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과 LNG 추진선 발주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가 이미 이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경제이행채 등을 통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지원한다면 기술 격차는 단기간에 좁혀질 수 있다. 일본은 조선업을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있어, 정책적 드라이브도 한층 강력하다.

벼랑 끝 일본 조선업, 부활 가능할까

다만 일본의 조선업 부활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일본 언론들은 건조비 상승을 구조적 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에너지·노무비 등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면, 저가 노동력으로 무장한 중국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설비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급망 리드타임, 즉 크레인·자동화 설비 납기 지연과 환경 인허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이 이미 대형 도크와 크레인 인프라를 갖춘 상황에서 일본이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철강 가격 격차도 문제다. 일본 선박 가격이 중국보다 약 20% 높은 주요 원인이 바로 철강 가격 차이다. 선박 건조 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철강 가격이 국내외 시장에서 큰 격차를 보이면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에 일본 조선업계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실행력이 뒷받침돼야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마바리와 JMU 합병의 현실적 이점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대형 조선사들이 울산과 거제 등지에 조선소를 집적화한 것과 달리, 일본은 생산 거점이 전부 분산돼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화된 현대 상선을 건조하려면 수십~수백 개 블록을 별도 생산한 후 조립해야 하는데, 일본의 분산된 생산능력으로는 효율성이 대폭 떨어진다는 시선이다. 같은 이치로 이마바리와 JMU의 합병 역시 산술적인 점유율은 한국이나 중국 업체보다 높아질 수 있으나, 실제 생산능력 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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