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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 치닫던 미·중 ‘일단 휴전 연장’, 1년짜리 합의 속 뇌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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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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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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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6년 4개월 만의 회담
中 희토류 공급·美 펜타닐 관세 인하
대부분 1년 유예, 갈등 재점화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산에서 다시 만났다.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4개월 만이다. 이번 만남에서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격화된 미·중 간 무역 전쟁의 휴전을 공식화하는 한편,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해 온 주요 무역 관련 현안에 합의했다. 다만 희토류와 관세 등의 핵심 문제를 봉합하는 수준인 데다 대만과 러시아 등 안보 문제는 미제로 남아 미·중 갈등의 뇌관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희토류·농산물 등 ‘휴전·확전자제’ 수준 합의

30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오전 김해공항 공군기지 의전실인 나래마루에서 만나 약 1시간 40분간 회담을 가진 뒤 종료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앞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5차 무역협상에서의 합의 내용을 양국 정상이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중 양국 보도에 따르면 먼저 미국은 중국이 합성마약의 일종인 펜타닐의 밀수출 차단에 협력하는 조건으로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펜타닐 관세’를 기존의 20%에서 10%로 절반 낮추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펜타닐의 원료가 중국에서 멕시코·캐나다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이를 구실로 징벌적 성격의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를 인하함에 따라 미국의 중국산 제품 대상 관세율은 평균 57%에서 47%로 내려가게 됐다. 이는 이전 정부가 부과한 관세에 펜타닐 관세 10%, 기본 관세 10%를 합한 수치다.

또 앞서 지난 9일 미국 상무부가 자국 수출통제 명단(블랙리스트)에 있는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동일하게 수출통제를 적용하는 제재도 1년간 유예했다. 중국은 대신 미국산 대두(콩) 등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재개하고, 희토류 수출통제를 최소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밖에 미·중 양국이 이달 14일부터 상대국 선박에 거액의 특별항만료를 물리기로 한 것도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또 인공지능(AI) 생태계 핵심 부품인 반도체 관련 논의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AI 반도체의 대중국 판매 문제를 두고 중국 당국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인 '블랙웰'의 중국 공급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최신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 왔다. 이에 엔비디아는 지난해 대중 수출 통제 요건에 맞는 저성능 칩 H20을 내놨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4월 이 제품의 수출도 금지해 버렸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중국과 엔비디아 사이의 문제"라며 "우리는 일종의 중재자, 심판"이라고 말했다.

관세율 인하 등 ‘빅딜’은 없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두고 외교통상 전문가들은 양국 간 근본적인 긴장은 해소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중국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전 5차례 회담 중 어느 것도 관계의 방향에 대한 지속적인 돌파구나 지속가능한 이해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이번 회담도 사실상 그 패턴을 깨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관련 학자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양국이 희토류나 반도체 같은 핵심 기술에 대한 상대의 장악력을 깰 수 있을 때까지 '역동적 균형'이 지속될 것"이라며 "누가 이 균형을 깰 것인지는 누가 더 빨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매크로자문파트너스(Macro Advisory Partners)의 세라 베란 파트너는 "양측 모두 이번 회담을 관계를 일시적으로 안정시키고 디커플링(경제적 분리) 속도를 늦추며 그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적당한 수준의 합의 결과물은 관계를 최근 희토류를 둘러싼 긴장 고조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지만, 관계의 구조적 긴장은 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표면적으로는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눴던 양국이 정면충돌을 다소 유예한 모양새가 됐지만, 이번 회담이 핵심 쟁점들을 유보한 채 '쉬운 목표' 일부만 건든 잠정적 합의에 그쳤다는 점에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분석이 비등하다. 미·중은 올해 관세 전쟁 폭발 직후인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무역 대표 회담을 열고 115%포인트씩 상호 관세를 인하하는 등 90일 휴전에 합의했다. 이후 양국은 수출 통제 조치와 제재를 주고받으면서 영국 런던(6월), 스웨덴 스톡홀름(7월), 스페인 마드리드(9월), 쿠알라룸푸르(10월)로 장소를 바꿔가며 상황 관리에 나섰다.

그런데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1년 유예와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미국의 펜타닐 관세 10%포인트 인하 등은 이달 말레이시아 고위급 회담 이후 사실상 확정됐던 사항이다. 최종 결정권자인 양국 정상이 마주 앉았지만 관세 전쟁 국면을 중대하게 전환하는 '빅딜' 없이 종전 합의 재확인 수준에 머물렀다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미·중 관계의 뇌관 가운데 하나인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태평양 등에서의 중국 위협 문제는 아예 논의 테이블에서 밀려났고,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어려워 보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에서 '공동 대응'한다는 수준의 상징적 언급만 나왔다는 점도 두 정상의 이번 회담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에 힘을 실어준다.

회담 직전 ‘핵실험 재개’ 지시한 트럼프, 새로운 협상 지렛대로 활용

다만 치킨게임을 이어오다 멈춘 미·중 두 정상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물꼬를 튼 톱다운 정상외교를 이어가기로 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그 이후에는 시 주석이 플로리다주 팜비치나 워싱턴DC로 답방할 계획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새로운 협상 지렛대 마련에 나선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1시간 앞둔 30일 오전 10시경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다른 나라들의 핵실험 프로그램 때문에 나는 국방부에 우리의 핵무기 실험(testing our Nuclear Weapons)을 동등한 수준에서 시작하라고 지시했다”며 “이 절차는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나의 첫 번째 임기 동안 기존 무기의 완전한 업데이트와 개보수 작업 등을 통해 달성된 것”이라며 “엄청난 파괴력을 고려할 때, 나는 이것(핵실험 재개)을 정말로 하기 싫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러시아가 2위고, 중국은 훨씬 뒤처진 3위지만 5년 안에는 대등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무기 시험 재개 결정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관련 발표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고 핵 발전 장치를 장착한 수중 무인기(드론) ‘포세이돈’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고, 중국도 지난달 열린 승전 기념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 다섯 종류를 공개했다. 중국의 핵무기 보유량은 2020년 300기에서 올해 600기로 5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1992년 네바다에서 실시된 ‘디바이더’ 실험 이후 공식적으로 핵실험을 중단한 상태다. 1996년에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도 서명해 핵무기 폭발 실험을 하지 않았다. 이번 계획이 이행될 경우 미국은 이를 33년 만에 뒤집게 된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다른 국가들의 행위를 고려한 '동일한 기준'이라는 말로 미뤄볼 때 핵폭탄을 터뜨리는 핵실험보다 미사일이나 해저 핵자산의 위력을 과시하는 성능 시험일 가능성이 크다"며 "러시아에 대한 압박 고조에 더해 무역 전쟁 중인 중국에 대한 압박용 카드로 읽힌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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