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이어 공모채 발행 나서는 SK온, SK그룹 리밸런싱 마무리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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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구조 개선' SK온, 1,500억 규모 공모채 발행 추진 SK이노도 8월 공모채 흥행하며 시장 심리 회복 확인 장기간 진행된 SK그룹 리밸런싱, 터널 끝 보인다

장기간 지속된 적자로 사모채 조달에만 의존하던 SK그룹의 이차전지 기업 SK온이 1년 8개월여 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린다. 차입금·영업손실 감소, SK엔무브와의 합병 등 재무 구조 개선 조짐을 발판 삼아 시장에 본격적인 재기의 신호를 보내는 양상이다.
SK온, 공모채 시장 문 다시 두드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총 1,5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 한도도 열어뒀다. 공모 희망 금리는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금리 대비 -40~+40bp(1bp=0.01%포인트) 수준이다. 오는 11월 19일 수요예측, 27일 발행을 목표로 하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 등이 주관 업무를 맡았다.
SK온이 공모 시장을 찾은 것은 1년 8개월만이다. SK온은 매년 공모채 시장을 찾는 '정기 이슈어'였으나, 지난해 3월 마지막 조달 이후 사모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차전지 업황 부진과 적자 장기화로 인한 따른 크레딧 우려가 높아지자, 공모채 미매각·평판 훼손 리스크를 고려해 사모 방식을 택한 것이다.
SK온이 다시 공모 시장으로 방향을 튼 배경에는 재무 구조 개선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SK온에 대해 2조원 규모 제3자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대규모 차입금 상환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따라 SK온의 단기차입금(1년 이내 만기 도래)은 지난해 말 7조4,86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조6,592억원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생산 기지 건설이 일단락되고 설비투자(CAPEX) 규모가 축소되면서 수익성도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SK온의 유형자산 취득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5조70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4,195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손실은 3,658억원으로 전년 대비 53.8% 급감했다.
오는 11월 예정된 윤활유 전문 기업 SK엔무브와의 합병 역시 재무 안정성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해당 합병을 통해 SK온이 올해 자본 1조7,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8,000억원 규모의 즉각적인 재무 구조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업 시너지는 오는 2030년에 2,000억원 이상의 EBITDA 추가 창출로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 투자 심리도 '청신호'
SK이노베이션 역시 앞서 지난 8월 공모채 발행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 4월 공모채 발행 당시 모든 만기에서 ‘오버 금리’가 정해지는 등 비우호적 투자 심리를 직면했지만, 7월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계획을 발표한 뒤 재무 구조 개선 가능성을 품고 공모채 시장 문을 다시금 두드린 것이다. 이에 신용평가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공모채 발행을 통해 일종의 '신용도 점검'에 나섰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의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모집 금액(3,000억원)의 3배가 넘는 총 1조1,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한 금리는 개별 민평 금리 기준 ±30bp 수준이었는데, 2년물은 8bp, 3년물은 5bp, 5년물은 Par(개별 민평 금리와 동일한 수준)에 목표액을 채웠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초 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뚜렷한 시장 수요가 확인되며 발행 액수가 기존 회사채 목표액(3,000억원)보다 2배 증액된 것이다. 당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시장 수요를 감안해 회사채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면서 "선제적 자금 조달은 물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재무 건전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무리 국면 접어든 SK 리밸런싱
시장에서는 SK온과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행보를 작년부터 진행된 SK그룹 리밸런싱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SK그룹은 지난해 7월부터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을 진행해 왔다. 오는 2026년까지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고, 총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였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SK온의 적자가 장기화하는 와중에 SK이노베이션마저 석유화학 침체로 위기에 직면하자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29일 발간된 한국신용평가의 '일단락된 SK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가시적인 성과와 추가적인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SK그룹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34%, 2024년 말 117%, 올해 6월 103%로 점차 안정되고 있다. 순차입금도 2023년 말 83조원에서 올 6월 71조원으로 줄었다. 2024년부터 그룹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약 9조원을 확보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 1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린 결과다. 올 하반기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에코플랜트 등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 결과가 반영되면 SK그룹의 올해 말 부채비율은 100%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지난 2023년 11번가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 포기로 촉발된 SK그룹과 투자자 간 분쟁도 최근 막을 내렸다. 앞서 지난 2018년 나인홀딩스 컨소시엄(H&Q코리아·국민연금·새마을금고)은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하고, SK스퀘어와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자금 회수 장치를 만들었다. 5년 내로 11번가의 기업공개(IPO)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SK스퀘어가 FI 지분을 되사는 콜옵션을 행사하고, SK스퀘어 측이 이를 포기할 시 FI가 SK스퀘어 지분을 포함해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11번가는 기한 내 상장에 실패했고, SK그룹은 2년 전인 2023년 FI 지분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포기했다. 11번가 기업가치가 하락한 만큼 약정된 수익으로 지분을 되살 시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FI는 동반매도요구권(드래그얼롱)을 통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원매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올해 콜옵션 행사 시점이 다시 도래하자, SK스퀘어는 지난 29일 이사회를 열고 11번가 지분 100%를 SK플래닛에 매각해 투자금을 상환하는 방안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