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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MEMO] 학습이 이끄는 성장, 동남아 AI의 새로운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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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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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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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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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서 학습으로 이동하는 경제의 중심축
사람 중심의 제도가 만드는 AI 경쟁력
기술의 확산을 넘어 학습의 속도가 결정하는 생산성 성장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5년, 동남아시아의 인공지능(AI)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상반기에만 300억 달러(약 40조 원)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 투입됐다. 싱가포르·태국·인도네시아 등 주요국은 AI를 제조혁신의 도구로 삼고, 행정 효율과 공공서비스 개선에도 적용하고 있다. AI 인프라는 이제 각국의 성장 전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됐다.

그러나 핵심 과제는 자금이 아니다.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생산성의 향상은 기대만큼 분명하지 않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사 PwC(PricewaterhouseCoopers)의 2025년 ‘AI 일자리 지표(Global AI Jobs Barometer)’에 따르면, AI를 본격 도입한 산업의 노동생산성은 비도입 산업보다 약 4배 빠르게 증가했다. AI 기술을 다루는 인력의 평균 임금은 56% 높았고, 직원당 매출도 세 배에 달했다. 수치는 단순한 투자보다 활용 역량과 학습 체계가 성과를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격차는 동남아에서도 뚜렷하다. 인프라는 빠르게 늘어나지만, 현장의 인력과 조직은 기술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성의 향방은 설비의 규모가 아니라 사람의 학습 속도에 달려 있다. 그 학습이 조직 전체로 확산될 때, 비로소 투자가 성과로 전환된다. 동남아의 다음 성장 단계는 자본 중심의 확장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생산성 전략에 달려 있다.

빠르게 배우는 조직의 경쟁력

AI의 효율은 기술의 정교함이 아니라 학습 속도에서 갈린다. 생성형 AI를 도입한 고객지원 부문에서는 상담원의 평균 생산성이 14% 높아졌고, 숙련도가 낮은 근로자의 향상 폭은 30% 안팎에 이르렀다. 이는 AI가 경험의 격차를 줄이고 학습 주기를 단축하는 효과를 낸다는 점을 보여준다. AI는 단순한 자동화 기술이 아니라, ‘지식 전이(knowledge transfer)’를 체계화한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코드 보조 시스템을 활용한 개발자는 작업 속도가 50% 이상 빨라졌고 오류율은 낮아졌다. 숙련자의 문제 해결 방식을 AI가 학습해 초급 개발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실무 적응 기간이 대폭 줄었다. 이 구조는 인력 이동이 잦고 숙련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 산업 환경과 맞물려, 기업 간 생산성 격차를 빠르게 확대시키고 있다.

결국 AI의 성과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조직의 학습 속도에서 결정된다. 기술은 경험을 보완하지만, 학습이 누적되지 않으면 효과는 일시적이다. 동남아의 기업들이 기술 중심에서 학습 중심의 문화로 전환할 때, AI는 비용 절감의 도구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된다.

AI 노출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임금 프리미엄 비교
주: AI 활용도가 높은 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18~2022년 평균 4.3%로, 노출이 낮은 산업(0.9%)보다 약 5배 높았다.
2024년 기준 AI 기술 인력은 평균 56%의 임금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학습의 시간, 투자가 결정하는 격차

AI는 시간을 절약하지만, 교육이 결여되면 생산성은 정체된다. 갤럽(Gallup)과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AI 사용자 4명 중 1명만이 공식 교육을 받았다. 나머지는 지침 없이 도구를 사용하며 즉흥적으로 학습했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사용자는 주당 약 2시간을 절약했지만, 이 절감이 조직적 학습으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었다. 효율은 생겼지만, 숙련은 쌓이지 않았다.

영국 정부의 ‘디지털 스킬스 파트너십(Digital Skills Partnership)’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중·장년층 여성 근로자에게 몇 시간의 맞춤 코칭을 제공하자 AI 활용률이 크게 상승했다. 짧은 교육이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교육 접근성이 낮은 집단일수록 작은 학습 기회가 큰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 교훈은 동남아 산업현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기업은 빠르게 도입하지만, 중소기업은 교육과 코칭 체계가 부족하다. 기술보다 사람이 늦게 움직이는 구조다. 결국 AI 확산의 관건은 자본이 아니라 학습의 시간과 관리의 의지다. 설비의 크기보다, 누가 교육을 설계하고 현장에 정착시키느냐가 생산성의 향방을 결정한다.

자본보다 빠른 기술의 불균형

동남아시아의 AI 인프라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준비 수준은 여전히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구글·테마섹·베인앤드컴퍼니가 2024년 발표한 ‘동남아 디지털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AI 인프라 투자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AI를 경영 전반에 ‘변혁적 수준(transformative stage)’으로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23%에 불과했다. 투자와 활용 사이의 간극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 격차의 원인은 분명하다.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인재 부족과 기술 이해도의 편차를 가장 큰 장애로 꼽았다. AI를 다룰 숙련 인력이 부족하고, 데이터 품질과 내부 프로세스는 여전히 불균형하다. 자본은 빠르게 유입되지만, 이를 운영할 사람과 제도는 부족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기술 격차는 확대되고, 국가별 수준 차이도 벌어지고 있다. 인프라만 늘어난다고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 이유다.

이제 AI 확산의 과제는 ‘누가 먼저 투자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배우고 적응하는가’로 바뀌었다. 동남아의 AI 전략이 지속적인 성과를 내려면 자본의 양보다 인력의 질과 프로세스의 정교함이 중요하다. 설비는 산업의 토대를 세우지만, 학습과 제도가 그 토대를 지탱한다.

AI 경쟁의 본질은 투자액이 아니다. 진정한 경쟁력은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속도를 결정하는 주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AI 도입·훈련·시간 절감의 격차
주: 동남아 기업의 23%만이 고도화된 AI 단계를 운영 중이며, 직원의 33%만이 AI 활용 교육을 받았다.
생성형 AI 사용자들은 주당 업무 시간의 약 5.4%를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중심의 속도, 정책이 바꾸는 성장

AI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기술보다 사람 중심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투자가 확대돼도 교육과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는 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책의 중심은 장비 확충에서 인재 양성으로 옮겨가야 한다. AI 교육은 시범사업을 넘어 정규 교과로 편입돼야 하며, 고등교육과 직업훈련(TVET)에서는 지역 산업과 연계한 실습형 AI 랩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행정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조달 중심의 예산 구조로는 혁신을 유지하기 어렵다. 정부는 성과 기반의 계약제를 도입해 교육성과를 측정하고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예산의 무게중심도 하드웨어보다 교육·코칭·표준화로 옮겨가야 한다. 이런 제도적 변화가 뿌리내릴 때 기업은 기술을 ‘설비’가 아닌 ‘역량’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 변화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4배의 생산성 격차와 56%의 임금 프리미엄은 미래의 전망이 아니라 현재의 정책 선택에서 비롯된다. 자본 중심의 경쟁이 이어지면 성과는 일부 도시에 집중된다. 반대로 사람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 확산은 빠르고 파급력은 넓어진다. 교육과 제도에 투자하는 국가가 AI 시대의 장기적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교육부의 교사 대상 설문조사는 그 단서를 보여준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AI 도구를 활용한 학생의 보고서 작성 속도와 완성도가 함께 높아졌다”고 답했다. 변화의 출발점은 교실이고,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데이터는 냉정하지만, AI의 진정한 경쟁력은 학습에서 완성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outheast Asia AI Productivity: Why the Payoff Rises or Falls with Learning, Not Just Spend 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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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