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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인도 농업, 美-印 무역 협상 발목 “50% 관세 낮추려면 농업 시장개방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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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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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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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 상태 이어온 미국-인도 무역 협상
러시아산 원유 수입·농산물 개방 이견
농업, 정치적 상징성 큰 매우 민감한 부문

인도 농가가 기후변화와 시장 침체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인도 주력 농산물이 잇따라 가격 폭락과 생산 위기를 겪으면서 농민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인도 정부에 있어 ‘자국 농업 보호’와 ‘통상 생존’의 선택을 강요하는 딜레마지만, 그럼에도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 농산물 시장 개방이라는 정치적 결단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대두 수확 급감에도 가격 하락, 사프란 농업도 위기 직면

3일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수개월째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인도의 무역 협상에 인도의 농업 부문 개방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등을 문제 삼아 인도의 일부 수입품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했고, 추가로 25%의 징벌적 관세를 더하면서 현재 총 50%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인도는 관세율 인하와 무역 협상 재개를 시도하고 있으나, 미국이 요구하는 농산물 시장 개방에 이견을 보이며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2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를 ‘훌륭한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이러한 배경 속에 인도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했고 7월 초까지만 해도 양국의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돌변하면서 미국은 일방적으로 인도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다 러시아 원유 수입 등 악재가 겹치면서 상호관세는 50%로 뛰었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첨단 제조업을 일으켜 인도를 미국·중국 다음의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만든다는 모디 총리의 원대한 계획은 위기를 맞았고 인도 루피화의 가치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50% 관세를 낮추는 대가로 인도에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고 대두, 옥수수, 유제품 등을 포함한 미국 농산물에 대한 장벽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두는 이전에 미국 작물의 최대 외국 구매자였던 중국이 올해 초 남미로 구매처를 전환한 이후 우선순위가 됐다. 하지만 인도 농업 부문 개방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인도 정부 지원 도매 시장의 대두 가격은 지속적인 흉작에도 불구하고 8월 중순 이후 1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인도 정부가 무역 협정의 일환으로 수입 관세를 인하하거나 유전자 변형 대두에 대한 금지 조치를 약화시키라는 미국의 요구에 굴복할 경우 현지 가격이 훨씬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위기를 맞은 건 사프란 농업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로 불리는 사프란의 생산량이 기후변화로 인해 급감하면서, 전통적인 재배 농가들이 큰 타격을 맞고 있다. 카슈미르는 이란에 이어 세계 2위의 사프란 생산지로, 인도 전체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그러나 재배 면적은 1990년대 중반 5,700헥타르(ha)에서 2019년 2,400ha로 줄었고, 연간 생산량도 16톤에서 2.6톤으로 급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확량이 평년의 30% 수준까지 추락하며 사프란 농가의 파산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농산물을 개방할 경우 농민들의 반발은 물론 사회적 비용 급증과 지역경제의 연쇄 침체가 불가피하다.

농업 개방 놓고 인도 고민 깊어져

인도는 미국이 가장 강력하게 개방을 주장하고 있는 유제품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인도에 유제품을 비롯한 농산물 시장의 완전 개방을 요구했으나 인도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게다가 인도는 미국산 수입 우유에 대해 엄격한 수의학적 증명서를 요구했다. 미국산 우유가 육류나 혈액 등 동물성 사료를 먹인 젖소에서 생산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인도는 힌두교 문화와 종교적 관습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러한 조건은 “협상 불가의 레드라인”이라고 못 박았다.

인도는 경제적으로도 유제품을 개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도 최대 국영 상업은행인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tate Bank of India)는 유제품 시장이 미국에 개방될 경우 연간 1조300억 루피(약 16조3,000억원) 손실을 입을 수 있으며 인도 내 우유 가격이 최소 15% 하락하기 때문에 소규모 낙농가는 더는 유제품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도 상공부에 따르면 낙농을 비롯한 농업은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16%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이다. 특히 전체 인구의 70%가 직간접적으로 농업과 관련 있는 만큼 정치권은 ‘농심(農心)’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앞서 인도국민당은 2020년 9월 의회에서 농업개혁법을 통과시켰는데 농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모디 총리가 1년 2개월 만에 폐기를 선언한 바 있다. 농업개혁법은 농산물 거래, 가격 보장·농업 서비스, 필수식품 관리 등을 규정하고 국가가 관리하던 농산물 유통과 가격 책정을 시장에 개방하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농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모디 총리는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 "인도 농업 시장 개방 불가피"

인도 농민들의 반발이 워낙 거센 만큼 미국과 인도 양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국 인도가 농산물 개방을 해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인도가 그간 협상을 서두르지 않았던 이유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가 중국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도 알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입장에서도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제조업 분야에서도 중국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인도가 매우 중요하다. 인도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10개 신흥 경제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에서도 리더 역할을 놓고 중국과 경쟁하는 관계다.

하지만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무기로 ‘약점’을 쥐고 있는 나라들을 흔들었고 이를 통해 미국이 실제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 역시 굴복할 공산이 크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안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에 대한 압박이 대표적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 나라는 미국의 오랜 동맹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압에 못 이겨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와 시장 개방, 디지털 분야에서의 미국 기업 우대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인도 현지 매체 민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인도는 인도산 상품에 대한 미국 관세율을 현행 50%에서 15~16%로 낮추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인도는 관세 인하의 대가로 미국산 비(非)유전자변형 옥수수와 대두 수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며, 양국은 이와 함께 관세 및 시장 접근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도입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농산물 수입 확대가 모디 총리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도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에 합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축소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 축하 행사에서 취재진에게 모디 인도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인도가 러시아 원유 구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모디 총리가 자신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확언했다고 밝힌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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