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전기요금에 美 소비자 시름, 데이터센터 확산·노후 전력망이 낳은 ‘전력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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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주 전기료 전년比 19%↑ 데이터센터 옆동네 요금 폭증 노후 송배전망 유지비도 원인

미국 내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급등하고 있다. 급증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요금 상승의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노후화된 송배전망이 비용 압력을 더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산업 경쟁력과 물가 구조 전반에 압력을 가하며 실물경제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주요지역 전기요금 급등에 체납 증가
2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요 지역의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고 있으며, 특히 동부 뉴저지주의 8월 소매 전기요금이 전년 대비 19% 급등하면서 전국 평균인 6%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전력계통 운영사 PJM 인터커넥션이 관리하는 동부 지역은 전력도매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는 각 주 규제당국 인가 후 소비자 요금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의 에너지경제학자 메리디스 파울리는 “전기는 대체제가 거의 없어 소비자들이 선택할 여지가 적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급등은 가계와 기업, 정치권으로 파급되고 있다. 전국에너지보조국협회(NEADA)는 올해 전기요금 체납으로 인한 단전 사례가 400만 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3년보다 33% 증가한 수치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전기요금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화당 잭 치아타렐리 후보는 지역 탄소감축 프로그램 탈퇴를 통한 요금 인하를 민주당 미키 셰릴 후보는 전기요금 비상사태 선포 및 요금 동결을 각각 공약했다. WSJ는 “전기요금 위기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인식을 크게 바꿔다”고 분석했다.

AI가 바꾼 미국 전기요금 지형도
미국 전기요금을 끌어올린 주원인은 데이터센터 급증이다. 블룸버그통신이 미국 7개 주요 지역의 전기 가격을 분석한 결과 데이터센터가 몰린 지역에서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볼티모어는 125%, 버펄로는 197%, 콜럼버스는 110% 올랐으며, 샌프란시스코와 미니애폴리스도 각각 65% 상승했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2만5,000여 개 지점(노드) 가운데 일부는 5년 전보다 전력 가격이 267%까지 뛰었다. 가격이 상승한 노드의 70% 이상은 데이터센터에서 반경 50마일(약 80km) 안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주변 지역의 전기료 급등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블룸버그는 “거대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전기요금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며 “이미 식료품, 주거비 등 필수 생활비 상승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동부 대형 전력망 운영사 PJM은 데이터센터 개발 급증 등으로 2024년 6월부터 12개월 동안 일리노이부터 워싱턴DC까지 관할 지역 소비자 비용이 93억 달러(약 13조3,000억원) 이상 늘었다고 집계했다. 볼티모어에선 최근 용량요금 시장 경매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평균 청구서가 월 17달러(약 2만5,000원) 올랐고, 2026년 중반부터 최대 4달러가 더해질 전망이다. 메릴랜드에서는 전기요금이 비싸다는 민원에 대응하는 직원을 늘렸을 정도다. 이밖에도 오리건과 위스콘신 등 각 주와 규제당국은 데이터센터에 더 큰 비용을 부담시키는 법안과 특별요금을 추진하며 전기가격 관리에 나섰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지금보다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는 2035년까지 전체 전력 사용량의 4%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국가별 소비량에 빗대면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에 해당한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데이터 전력 수요가 2035년까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전체 수요의 약 9%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후 설비 교체·기상재해 대응도 요금 끌어올려
미국 내 전력요금이 급등하는 또 다른 배경엔 노후화된 송배전망 유지·보강 비용의 증가가 자리한다.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와 브래틀컨설팅(Brattle Consulting)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0개 주의 전력시장 통계를 분석한 결과 송전선, 전주, 변압기 등 핵심 설비의 가격은 최근 5년간 인플레이션을 크게 앞질러 뛰었고, 미국 전력회사들이 노후 설비 교체에 속도를 내면서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3,000억원) 이상을 소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여전히 110볼트(V)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송전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유발한다. 결국 송배전 과정에서 손실되는 전력량이 커지면 이를 보충하기 위한 발전량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전력 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후위기로 인해 보강 비용이 대폭 늘어난 점도 시장 동향을 좌우했다. 일례로 지난해 허리케인 베릴(Beryl)은 휴스턴 지역 송전망을 마비시키며 수개월에 걸친 복구비용을 초래했고, 서부에서는 산불 위험으로 인해 송전설비의 땅속 매설이 본격화되면서 그에 따른 비용 상승이 고스란히 전기요금에 반영되고 있다. 실제 캘리포니아의 경우 최근 5년간 전기요금 인상분 중 40% 이상이 산불 관련 인프라 보강에서 비롯됐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원이나 천연가스·석탄 설비의 발전 단가 자체는 지난 20년간 35% 하락했다. 2005년 전체 발전 원가 2,340억 달러(약 334조5,000억원)에서 2024년에는 1,530억 달러(약 218조7,000억원)로 줄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전력망을 건설·유지하는 송전·배전 비용은 같은 기간 각각 3배, 2배 이상 올랐다.
이와 관련해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신재생에너지 의무 비율(renewable-portfolio standard, RPS)이 강화된 메인주·뉴저지·메릴랜드 등에서는 2019~2024년 사이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kwh)당 약 1센트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캘리포니아·메인 등 일부 주에서 태양광 설비에 대한 지원이 커지면, 자가발전 소비자의 증가로 인해 기존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고정비 부담이 더해져 단가 인상 요인이 된다고 짚었다. 연구진은 "향후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송배전망 신규 투자를 촉진할 경우 요금 인상 압력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면서 "다만 과거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