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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산 50% 거부하고 나선 TSMC, 위태로운 대만 ‘실리콘 방패’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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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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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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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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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는 국가 전략 자산” 반발
반도체법 전략 재조정 논의 확산 조짐
대만 반도체 안보 개념 현실화 시험대

미국의 ‘반도체 50% 자국 생산’ 요구에 대만 TSMC가 정면으로 맞서면서 ‘실리콘 방패’로 불리는 대만의 기술 주권 논쟁 또한 격화하는 양상이다. 대만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동의할 의사가 없다며 자국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규정했고, 미국은 대규모의 투자와 세제 지원을 앞세워 대체 생산망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력만으로 안보를 지킬 수 없다고 입을 모으며 이번 사태가 대만의 반도체 주권 전략을 시험대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리콘 방패’ 역할론 대두

3일 외교통상계에 따르면 정리쥔 대만 부총리(행정원 부원장)는 지난 1일 미국과의 5차 관세 협상을 마치고 귀국해 “대만은 반도체 제조를 미국과 50대 50으로 나누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으며, 그런 조건에 동의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대만을 압박하는 가운데, 대만 정부는 실리콘 방패로 불리는 자국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자율성을 정면으로 수호하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한 셈이다.

이 같은 대만의 저항은 기술주권 논리를 넘어 ‘존재의 문제’로 해석된다. 세계 반도체 수탁생산의 약 65%를 점유한 TSMC는 애플·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기업의 핵심 공급망을 쥐고 있다. 특히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만 95%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첨단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 중이다. 이를 근거로 대만 정·재계는 TSMC를 ‘호국신산(護國神山)’이라 칭하며 “반도체 생산의 절반을 해외로 옮기는 것은 심장을 내주는 것과 같다”는 표현까지 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발언은 대만 내부의 반발을 더욱 자극했다. 그는 이번 협상에서 “대만 반도체의 대부분을 자국 내에서만 만들고 있는데, 그걸로 자신들을 어떻게 보호하겠느냐”며 “미국 생산 비중을 50%까지 늘려야 우리가 대만을 실질적으로 지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대만 보호를 위한 조건부 분담이라는 명분 아래 사실상 공급망 통제권을 확대하려는 신호로 풀이됐다.

대만 여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이를 ‘경제 침탈’이라 규정했다. 야당인 국민당의 쉬위천 의원은 “미국의 요구는 협력이 아닌 약탈이며, 실리콘 방패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만의 생존은 동맹이 아닌 자주성에서 나온다”며 “TSMC의 기술·시설 이전은 곧 국가 안보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 정부는 미국의 20% 임시 관세 철회를 요구하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나, 미국은 반도체 및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대만의 강경한 입장 이면엔 현실적 이유도 크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건설 중인 TSMC 미국 신공장은 이미 초기 120억 달러(약 17조1,000억원)에서 총 1,650억 달러(약 235조원) 규모로 투자액이 불어났다. 그러나 현지 인력 부족과 높은 단가로 생산 효율이 예상보다 떨어지면서 대만 내 생산을 옮겨가는 것은 비경제적이라는 판단이 확산하는 추세다. 업계에서 이번 대만 정부의 결정을 “미국 중심 공급망 전략에 대한 저항이자, 반도체 주권의 실질적 선언”으로 평가하는 배경이다. 

파운드리 분야 대만 의존도 축소 가능성

그러는 동안에도 미국은 공급망 다변화 수준을 넘어 자국 영토 안에서 첨단 공정을 상시 가동하는 체계로 전략을 재설계하고 나섰다. 러트닉 장관은 뉴스네이션 인터뷰에서 중간 목표로 ‘미국산 칩 시장점유율 최소 40%’를 제시하면서 “이를 달성하려면 5,000억 달러(약 713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이러한 계획의 핵심은 ‘대만의 독점 억지력’에서 ‘미국의 즉응 생산능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데 있다. 외부 공급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땅에 일정 비율의 상호 제조역량을 고정해 두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 같은 전략은 반도체 생태계의 구조 개편을 수반한다. 미국은 공정과 패키징, 연구 인프라를 한 권역으로 묶어 ‘반도체 제조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세액공제와 보조금 및 조달 규정을 연동해 가동률·고용·부품 국산화율을 동시에 관리하려 한다. 이 가운데 보조금은 ‘선지원 후감사’ 방식이 아니라 투자·생산·고용 달성도에 따라 순차 지급되는 방식으로 바뀌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 주도의 자금 흐름과 현장의 가동 속도를 동일한 리듬으로 묶어 관리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해당 프레임이 특정 기업에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TSMC의 공장 건설 속도가 더디거나 생산 비중 조정이 지연되면, 그에 대한 대안으로 삼성전자나 인텔 같은 여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의 미국 내 증설 유인이 더 커진다. 이 같은 시나리오에선 현금보조·투자세액공제(ITC)·가속상각·정부조달 우대·전력요금 할인·인력 양성 패키지 같은 조합이 ‘미국 내 확정 생산능력(CAPA)’과 ‘정해진 시점의 양산출하’ 조건에 묶이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움직임은 “누가 만들든 반드시 일정 규모 이상의 반도체가 미국 땅에서 생산돼야 한다”로 요약된다. 

지정학 리스크 속 생산 주권, 양날의 검

일각에서 대만의 실리콘 방패가 착각일 수 있다는 회의론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TSMC의 존재가 미국의 군사 개입을 보장하거나 중국 침공을 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기술 낙관주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대만 평론가 존 쳉은 최근 기고문에서 “TSMC가 대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대만이 TSMC를 지키고 있다”며 “대만의 안보는 기술이 아니라 동맹, 억지력, 그리고 민주주의의 정당성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실리콘 방패의 허상은, 첨단 반도체가 무기보다 강력한 억제력이라는 정치적 신화에 대한 내부 반성으로 해석되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는 “미국이 대만을 지킨다면 그것은 TSMC 때문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질서 전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꼬집으며 “기술이 아닌 지정학적 이해가 개입의 조건”이라고 부연했다. TSMC가 ‘전략 자산’이라 불릴 수는 있지만, 이는 대만 생존의 담보가 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는 곧 기술력만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쇄할 수 없으며, 산업 의존도가 높을수록 외부 압력에 취약해지는 ‘양날의 검’이라는 진단으로 이어진다. 

대만 기업의 해외 공장 건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결국 착각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쳉은 TSMC의 미국·일본 진출을 두고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을 줄이는 전략적 진화”라고 정의했다. 반도체는 특정 국가가 독점할 수 없는 산업이며, 미국의 설계·일본의 소재·네덜란드의 장비·대만의 제조가 맞물린 협업 체계로 운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장악해도 서방이 TSMC를 즉시 마비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 ‘TSMC가 대만을 지키는 방패’가 아니라 ‘대만이 자유로울 때만 TSMC가 유지되는 산업 구조’라는 의미다. 

그의 주장은 대만이 기술 산업을 안보의 핵심으로 통합하되, 그 역할을 과대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쳉은 “진정한 방패는 실리콘이 아니라 국가 간 신뢰망과 동맹, 그리고 억지력에 있다”고 짚으며 “기술이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대만의 생존 전략은 오히려 민주주의 정당성과 국제적 공조에 달렸다”고 단언했다. 이러한 회의론적 시각은 그간 대만이 반도체 산업을 자국 주권의 상징으로 내세운 전략이 국제정치의 변수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낸 전형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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