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FE분석
  • ‘증산의 덫’에 빠진 OPEC+, 트럼프 저유가 정책 현실화에 속도 조절

‘증산의 덫’에 빠진 OPEC+, 트럼프 저유가 정책 현실화에 속도 조절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내달 13.7만 배럴 증산, 내년 1분기엔 일시 중단
트럼프발 공급 과잉 우려 속 가격 방어·단합 목적
美·英의 對러시아 제재 영향도 고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플러스(OPEC+) 소속 8개국이 올해 4분기 증산 폭을 이전에 비해 대폭 축소한 데 이어 내년 1분기 추가 증산 계획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들 산유국은 유가 하락에 맞서 생산량 감축을 통해 유가를 올리려던 그간의 행보를 끝내고 올해 초 예상하지 못했던 속도로 증산을 확대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위축 속에서 공급이 확대되자 국제 유가는 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저유가 정책에 따라 미 셰일업계와의 경쟁 심화에 직면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여기에 더해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인한 현실적 고려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러시아 등 내년 추가 증산 중단 합의

2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쿠웨이트, 오만, 카자흐스탄, 알제리 등 8개국 에너지 장관들은 이날 화상회의를 열고 다음 달 하루 13만7,000배럴을 추가로 증산하고 내년 1분기에는 추가 증산을 보류하기로 했다. 12월 증산 규모는 10∼11월과 동일하다. 그간 시장에서는 당초 11월 증산 폭이 하루 50만 배럴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그보다 훨씬 적게 결정됐다.

이번 결정은 최근 한 달간의 유가 급락과 변동성 확대 속에서 나왔다. 국제유가는 OPEC의 연속적인 증산 조치와 불확실한 경기 전망 탓에 5년 만의 최저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경우 올해 들어 15% 이상 하락했다. 올해 초부터 OPEC이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증산을 추진하면서 원유 공급 과잉 우려가 유가를 짓눌러 온 것이다.

OPEC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년간 가격 방어를 위해 감산 기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전기차 확산과 미국 관세 폭탄에 따른 약달러, 미국 경기 침체 등 요인으로 인해 유가가 내려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증산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OPEC이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증산한 양만 2023년 이뤄진 감산분(하루 220만 배럴)을 모두 만회할 만한 수준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원유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급량을 늘리는 것은 유가 하락을 더욱 부추기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이자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셈법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OPEC 내부에서 벌어진 신경전으로, 할당량을 지키지 않는 국가들에 대한 사우디의 ‘응징’이라는 것이다.

앞서 OPEC은 지난 2022년 회원국 전체가 참여하는 감산 조치를 시작하면서 나라마다 할당량을 배정했는데, 당시 카자흐스탄과 이라크 등은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라며 이를 넘겨 원유를 생산했고, 러시아도 "감산은 결국 생산 비용이 높은 미국 셰일가스 업체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며 동참하지 않았다. 이에 사우디는 공격적인 증산으로 전환하며 유가 추가 하락을 용인하는 초강수를 뒀다.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회원국들을 압박하고, 동시에 경쟁자들의 시장 이탈을 유도해 장기적으로 OPEC의 시장 장악력을 지키려는 의도였다. 실제 적절한 수준의 증산은 유가를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두면서 경쟁자들이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리기 어렵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트럼프 “유가 곧 60달러 밑돌 것, 美 석탄·원자력 발전소 증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원유 수요가 둔화되고 미주 지역의 공급이 급증하면서 세계 시장은 공급 과잉으로 기울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분기 세계 원유 공급이 하루 300만 배럴 이상 수요를 초과할 수 있으며, 내년에는 사상 최대 수준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고, 시장조사기관 세븐스리포트리서치는 대규모 실물시장 공급 과잉이 현실화되면 WTI 가격이 1년 이내 배럴당 30달러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여기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유가 하락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백악관 복귀 후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뒤집으면서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로 상징되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 공약한 대로 국가 에너지 비상 상황을 선언하며, 미국 에너지 패권에 강한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유가를 낮추기 위해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물론 화석 연료 생산 확대도 시사했다.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가까이 떨어졌으며 곧 그 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석탄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증설하고 있다”며 “원자력은 이제 매우 주목받고 있으며 안전하고 저렴하며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美 석유 기업들 줄감원 등 손해 감수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유가를 50달러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원유 및 가스 생산 확대를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회하고, 미국의 에너지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우선 순위를 두며, 화석 연료 생산을 확대해 에너지 가격의 인하를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앞선 트럼프 1기 때 WTI 평균 가격은 배럴당 58달러였는데, 당시 물가는 2.1%, 금리는 1.5%로, 이와 비슷한 거시경제 환경을 조성하려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가가 내려가면 인플레이션, 고금리 등 미국이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를 압박해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낼 수 있을 것이란 게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이다.

이 같은 저유가 정책에 따라 미국의 석유 생산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국 석유 생산량은 하루 1,364만 4,000배럴을 기록해 1983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EIA는 미국 원유 생산이 올해와 내년 모두 하루 평균 1,35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국제유가도 내려앉았다. 지난달 말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WTI 선물은 전일 대비 2.15% 하락한 59.99달러에 거래됐으며, 브렌트유 선물도 2.10% 하락한 배럴당 63.24달러를 기록했다.

그런데 유가가 이렇게까지 떨어지면 트럼프의 핵심지지 기반인 미국 석유업계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미 석유업계는 신규 유정의 손익분기점(BEP)을 배럴당 65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원유 가격이 내려가면 판매 가격도 같이 내려가 회사의 수익률을 나타내는 정제 마진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 국제유가가 높은 시점에 원유를 구입해 저장해 놨을 경우 유가가 떨어지면 회계상 손실이 발생한다. 앞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유가가 45달러 이하로 급락하면서 사우디와 러시아 간 시장 점유율 전쟁이 벌어졌고, 그 여파로 수십 개의 미국 석유회사가 파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미국 석유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감원까지 감수하며 저유가 체제에 대응하고 있다. 실제 엑손모빌은 최근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전 세계 직원 3%인 약 2,000명을 감원하기로 했으며, 세브론·코노코필립스·BP 등도 잇달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 목적 아래 유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려는 기조가 현실화하자,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저유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중동 산유국들의 증산 기조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서방 제재도 OPEC 증산 전략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 최대 산유사인 로스네프트(Rosneft)와 루코일(Lukoil)에 추가 제재를 가하면서, 러시아가 추가 생산을 늘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러시아산 원유 공급에 제동이 걸리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OPEC이 다시 한번 증산 기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이번 회의에서도 회원국들은 내년 시장 상황에 상당한 변동이 생기면 증산 중단으로 복원되지 않은 잔여 증산량의 일부 또는 전부가 복원될 수 있다고 재차 확인한 상태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