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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치 대립이 부른 연방정부 ‘셧다운’, 사회적 피해 확산에도 타협없는 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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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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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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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에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 중단
공항은 '인력난'에 항공편 지연 및 취소
공화·민주 타협점 못 찾고 공방만 

미국 연방정부 업무가 마비되는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의 기록을 넘어서게 되면서 미국 경제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급여를 받지 못한 공무원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항공기 운항과 저소득층 식비 지원 등에도 차질이 생겼으며, 뉴욕 증시도 셧다운 지속에 대한 부담으로 연일 상승폭이 제한되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 규모만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볼 정도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뒤 미국 내 이념적 대립이 극렬해진 데다 최대 현안인 공공 의료보험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연장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강경해, 셧다운 사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시화한 셧다운 누적 피로

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로 시작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는 이날을 기점으로 35일째를 맞으면서 역대 최장 기록과 동률이 됐다. 4일에서 5일로 넘어가는 자정을 지나면 미국 역사상 최장 셧다운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는 얘기다. 기존 셧다운 최장 기록은 트럼프 대통령 첫 집권기였던 2018년 12월 22일∼2019년 1월 25일(35일간)이었다.

셧다운 상태에서는 연방정부 자금이 집행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법 집행, 국경 수비, 핵심 복지 등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의 정부 기관 활동이 추가 예산 승인 때까지 중단된다. 연방공무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도 중지돼 공공 안전 등 필수 분야 직원은 무급으로 근무하고 비(非)필수 분야 직원은 무급 휴직 상태가 된다.

이로 인해 미국 사회가 입는 타격도 점점 커지고 있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부분은 저소득층 지원 분야다. 미국 저소득층은 ‘푸드 스탬프’로 알려진 보충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 자금이 고갈돼 이달부터 지원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SNAP은 미국 최대의 기아 방지 정책으로, 연방 정부가 정한 빈곤선 이하 주민들 약 4,200만 명이 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지원 중단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미 농무부는 각 주(州)가 11월 SNAP 지원금을 일부 지급할 수 있도록 46억5,000만 달러(약 6조7,000억원)의 비상기금을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기존 할당액 절반에 불과해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다.

급여를 받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투잡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연방 공무원 중 일부는 셧다운으로 몇 주 동안 급여를 받지 못하자 생계 유지를 위해 부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공무원은 음식 배달을 하거나 대체 교사 및 공증 업무, 개인 사업 등의 일을 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생계를 위해 고양이에 관한 판타지 소설을 집필하거나, 마케팅 회사 등을 설립하기도 했다. 특히 부부가 모두 연방정부 직원인 가정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미 동부 지역의 한 항공 관련 공무원은 “10월 1일 셧다운 이후 급여 없이 일을 하고 있다”며 “아내는 휴직 상태”라고 했다. 이어 그는 “마지막 월급을 받은 지 4주가 넘었다”며 “곧 예금 잔액이 바닥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날로 심해지는 항공 운항 차질도 두드러지는 부작용이다. 현재 근무 중인 1만3,000명은 필수 근무 인력으로 분류돼 무급으로 일하고 있으나 연방항공청(FAA)의 목표 인력보다 3,500명가량이 부족하며, 이 마저도 셧다운 장기화로 결근하거나 휴가를 가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주요 공항에서는 항공편 지연과 결항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31일 하루 동안 미 전역에서 6,200편이 지연되고 500편이 결항했는데, 이 중 65%가 관제사 부족 때문이었다. 주말인 1일(지연 4,600편, 결항 173편), 2일(지연 5,800편, 결항 244편)에 이어 3일도 오후 기준 2,900편이 지연됐다.

회복 못할 피해만 최대 20조원

셧다운 장기화는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셧다운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셧다운 지속 4주, 6주, 8주 등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번 셧다운은 연방정부 지출을 지연시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셧다운 종료 후 회복 조치를 취하더라도 일부는 영구적 피해를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지출 감소로 소비가 둔화하고 총수요 감소, 민간 부문 생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CBO는 지속 기간에 따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에서 2%포인트까지 감소하고, 경제 손실 또한 70억 달러(약 10조1,500억원)에서 140억 달러(약 20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CBO는 4주 셧다운 시 성장률 1%포인트 감소, 2026년 말까지 누적 GDP의 손실 규모가 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고, 6주간 이어질 경우 실질 GDP 성장률 1.5%포인트 감소와 누적 GDP 손실 110억 달러, 8주 시에는 2%포인트 감소와 140억 달러 손실을 전망했다. 이는 CBO가 경제 피해를 GDP의 0.02%에 해당하는 30억 달러(약 4조3,000억원)로 추산했던 트럼프 집권 1기 셧다운 때보다 대폭 증가한 수준이다. 또 셧다운 기간 동안 휴직에 들어가는 연방정부 공무원은 대부분 ‘단기 실업자’로 분류돼 실업률을 최소 0.4%포인트 이상 상승시킬 것으로 분석됐다.

셧다운 장기화는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연일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 증시는 4일에도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부담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한 탓에 급락으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0.53%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각각 1.17%, 2.04% 떨어졌다. 안전선호 심리가 늘면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00선을 넘어섰다. 미국 내 주택 시장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업계 분석을 토대로 셧다운으로 인해 예비 주택 구매자들이 정부가 제공하는 보험 보장을 이용하는 것이 어려워져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3,619건의 주택거래가 중단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5억9,000만 달러(약 2조2,700억원)의 경제 손실로 추산된다.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도 날로 심각해지는 형세다. 지난달 미 재무부는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38조 달러(약 5경4,200조원)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올해 8월 37조 달러(약 5경2,800조원)를 찍은 데 이어 지난달 38조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미 상원 합동경제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부채는 지난 1년간 초당 7만1,253.9달러(약 1억원)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01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 중이며 2016년 이후엔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적자 폭이 더 커지고 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7일 2030년 말 미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143.4%에 이르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과거 유럽 재정 위기의 중심에 있던 이탈리아와 그리스보다도 심각한 수치다.

여야 “나쁠 것 없다”, 셧다운 사태 장기화

셧다운으로 인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지만 해결될 조짐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이번 셧다운은 2026 회계연도(10월 1일 시작) 정부 예산안을 둘러싼 공화·민주 양당의 대치 때문에 벌어졌다. 공화당은 전년 수준의 예산 규모를 유지하는 임시 예산안을 처리해 일단 정부 운영을 정상화한 뒤 쟁점 현안을 협상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오바마 케어라 불리는 공공의료보험 보조금 연장에 합의하지 않으면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현재 상원(총 100석)은 공화당이 53석으로 우세하지만, 예산안을 처리하려면 찬성 60표가 필요해 공화당 단독으로는 통과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원의 13차례 표결 시도가 모두 부결로 끝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며 ‘정부 업무 재개를 요구하라’고 지지자들을 부추겼다. 지난 2일엔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의결 절차를 일방적으로 개정하는 ‘핵 옵션’을 공화당에 주문했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니, 의결 정족수를 비롯한 요건을 완화해 단독으로 통과시키라는 것이다.

공화당은 그동안 여론의 반발을 고려해 핵옵션을 사용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3년 동안 아무 법안도 통과하지 못한다면 공화당이 비난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가 정책 승리를 계속 쌓아 나가야 민주당이 패배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도 공화당에 핵옵션 사용을 촉구하는 트루스소셜 글을 올린 바 있다. 다만 공화당 내부에서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핵옵션은 상원의 전통적 협치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고, 정권이 바뀌면 되려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셧다운이 장기화된 것을 두고 여야의 정치적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 측근 중 상당수는 이번 국면을 기회로 본다. 보수 진영의 오랜 신념인 ‘작은 정부’를 실현할 적기라는 것이다. ‘실세’로 통하는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OMB) 국장이 법원에 “최대 1만 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역시 대선 패배 여파로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진영 내 사기를 고취시키고 지도부가 존재감을 발휘할 기회로 보고 있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유인이 적은 편이다. 당파적 교착 상태가 새 국면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의회가 합의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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