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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항만 수수료 전쟁 ‘휴전 1년’, 글로벌 해운 갈등 완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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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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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입항료 전쟁 ‘1년 중단’ 합의
비용 여파에 북태평양 항로 운항 급감
운임 안·공급망 회복 기대감 커져

미국과 중국이 1년간 상호 항만 수수료 부과를 중단하는 데 전격 합의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합의 내용에 의하면 이번 조치는 세계 해운·조선 분야의 긴장을 완화하고 양국 간 교역 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연간 약 32억 달러(약 4조6,000억원) 규모의 항만 요금이 면제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를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의 긍정적 신호로 평가하며 그간 심화했던 물류비 상승과 운항 불확실성 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관세보다 큰 리스크로 떠오른 ‘항만수수료’ 

3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 1일 공개한 미중 정상회담 경제·무역 합의에 대한 팩트시트(설명자료)를 통해 중국과 연계된 선박에 대해 부과하는 항만 이용료를 1년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무역법 301조 조사에 따라 대응 조치 시행을 오는 10일부터 중단한다”며 “중국 역시 이와 관련한 보복 조치를 철회하고, 여러 해운 업체에 부과한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기간 미국은 중국과 추가 협상하는 동시에 한국, 일본과 역사적인 협력을 지속해 미국 조선업 부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14일부터 자국 항만을 찾는 중국 선박에 입항료를 부과했다. 이는 중국의 조선·해운 사업을 견제하고 미국산 선박 건조를 장려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 4월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중국 운항 선박 입항료 정책’ 시행에 따른 조치로, 중국 국적·소유 선박에 순톤수 1톤당 50달러(약 7만1,000원·향후 140달러 상향 가능)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미국은 비(非)중국 선사가 운항하더라도 중국 건조 선박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톤당 33달러(약 4만7,000원) 또는 컨테이너당 250달러(약 36만원) 중 더 높은 금액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미국 내 소매·화주 단체와 글로벌 선사들은 “관세보다 파급력이 크다”고 강력 반발했고, 원산지 및 선박 국적을 우회하는 환적 사례가 늘었다는 지적 또한 쏟아졌다. 글로벌 수출입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세 조정된 선적 서류나 합작법인 명의 선박 임차(차터) 구조, 제삼국 법인의 ‘페이퍼 오너십’ 등을 활용해 실질적 중국 연계를 희석시키는 패턴이 다수 포착된다”면서 “그 결과 북태평양 주요 항로의 스케줄 신뢰도가 흔들리고, 통관·검사 대기와 문서 검증 절차가 길어져 리드타임 변동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트레드링스는 이 같은 흐름 속 우회 항로 개척도 가속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대표적으로 중국계 선사들은 멕시코 서해안으로 직결하는 신규 노선을 증편했다”고 꼬집으며 “멕시코에서 하역된 화물은 트럭·철도나 연근해 피더(Feeder)선을 이용해 미국 소규모 항만으로 재분배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우회·분산 흐름이 누적되면 미 서안 직기항 빈도는 줄고, 멕시코·중미 환적 거점의 허브화는 더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섣부른 움직임이 도리어 글로벌 물류 흐름을 왜곡하고, 역외 항만으로 교역 중심이 이동하는 부작용만 초래했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中 보복 조치에 해운 업계 연쇄 피해

이에 더해 중국까지 미국 선박에 보복성 입항료를 부과하면서 업계 피해를 키웠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미국의 조치가 국제 무역 원칙과 양국 해운 협정을 위반했다는 논리를 앞세워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해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했다. 중국은 화물 톤당 400위안(약 8만원)의 수수료를 책정하고, 2028년에는 1,120위안(약 22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중국 관련 선박에 부과한 수수료 대비 10%가량 높은 수준이다.

중국의 수수료 부과 대상은 미국 기업·단체·개인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2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선박, 미국 국적선,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 등으로 폭넓게 규정됐다. 이는 소위 ‘유령 회사’를 이용한 우회 운항까지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해당 조치 직후 북태평양 항로의 주요 미주 항만에서는 운항 일정이 대거 차질을 빚었고, 미 서안 화물 물동량의 일부가 일본과 동남아 환적 거점으로 우회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특히 대형 화주와 해운사 간 계약 재조정이 속출하면서 북태평양 노선 운임이 한 달 새 평균 12% 상승했다는 분석 또한 제기됐다. 

이 같은 양국의 ‘맞불 수수료’ 충돌은 전 세계 해운사들에 직접적인 재정 압박을 가했다. 미국 세관은 “요금 납부 책임은 전적으로 선박운영 업체에 있다”고 못 박으며 “수수료 미납 선박의 하역을 거부하거나 통관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수수료 납부는 미국 재무부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선박이 미국에 도착하기 최소 3일 전까지 지불을 완료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 선사들은 운항 일정 지연을 피할 수 없었고,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의 효율성 역시 크게 저하됐다. 

중국 코스코쉬핑(COSCO SHIPPING) 컨테이너 선박/사진=코스코

선대·계약·환적 체계 재정비 필요성

이런 상황에서 양국의 입항료 부과 중단 결정이 발표되자, 업계는 반색을 표하고 있다. 제도가 논의되기 시작한 상반기부터 반년 가까이 이어진 항차 지연과 현금흐름 압박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이번 합의로 수수료 사전 납부와 이를 위한 증빙 의무 등이 중단되면 선사들의 선(先) 현금 유출 부담이 줄고, 항로 및 선복 계획을 정상화할 여력이 생길 것이란 관측이다. 국제해운회의소(ICS)는 이번 결정을 “세계 해운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교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복원하는 긍정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유예 합의로 양국이 상호 부과해 온 32억 달러 규모의 항만요금이 일시 면제되면서 글로벌 해운사들의 운항비용 절감 효과도 즉각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그간 미·중 간 제재 여파로 선박 한 척당 수십만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했던 중국 국영선사 COSCO와 미국 매트슨(Matson) 등 주요 선사들은 이번 조치로 경영 부담을 덜게 됐다. 싱가포르의 해운 분석기관 하이 트렌드 인터내셔널은 “이번 조치는 해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운 정책 리스크를 완화한 전환점”이라며 “운항비 절감과 투자자 신뢰 회복 효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는 이번 유예 조치가 일시적 완화에 불과하다는 회의론적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은 중국 관련 선박의 입항료 부과 시행을 1년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도 제도의 틀 자체는 그대로 유지했다. 중국 또한 보복 조치를 유예했을 뿐 근본적 제도 폐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양국의 협상이 실질적인 제도 수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각종 면제 효과는 단기간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에도 일정 부분 무게가 실린다. 

이는 해운업계에 기회이자, 위기 상황을 동시에 제공한다. 단기적으로는 운임 안정과 항로 신뢰도 회복으로 조선·항만·해운 부문 전반에 긍정적 파급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유예 기간 중 한국·일본과의 협력을 언급한 점은 글로벌 조선업의 수주 회복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러나 제도의 근본적 문제가 제거되지 않은 만큼 △계약 구조(할증·패스 스루) △선대 구성(건조기원 분산) △환적 네트워크(허브 다각화) 등을 다각도로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곧 전 세계 해운 업계가 미·중 항만 수수료 유예가 해소하지 못한 제도적·운영적 취약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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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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