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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막아도 관세는 계속? 트럼프 행정부 ‘플랜B’ 궤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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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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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심선 ‘불법’ 판단, ‘보수 우위’ 대법원 결정 장담 못해
 “세금부과는 의회의 핵심권한” vs “의회가 행정부에 비상 대응수단 부여”
트럼프 “美 생사 걸린 문제”, 패하더라도 ‘플랜B’ 관세 수단 주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 권한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의 적법 여부를 두고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열린 공개 변론에서 행정부와 원고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미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상호 관세의 적법성을 주장했으나 원고 측은 관세 부과는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첫 공개 변론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을 포함한 다수 대법관이 관세 적법성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보인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플랜B가 준비됐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미국 통상정책의 법적 정합성과 경제적 신뢰를 동시에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트럼프 ‘전 세계 관세’ 적법성 심리 착수

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리에 나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에이미 코니 배럿, 닐 고서치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존 로버츠 등 보수 대법관 및 소토마요르·엘레나 케이건·조 케탄지 브라운 잭슨 등 진보 대법관들은 변론에서 질문을 통해 정부 쪽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재판관 9명으로 구성되며 5명 이상이 같은 의견을 낼 경우, 해당 의견이 ‘다수 의견’이 돼 판결로 확정된다.

이날 심리의 핵심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 관세'가 적법한지였다. 정부 측을 대리한 D. 존 사우어 법무부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권 발동은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미국 경제와 안보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관세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은 조세권(power to tax)이 아니라 외교와 대외경제를 규율할 권한(regulate foreign affairs)에 관한 것"이라며 관세로 세수가 발생하는 것은 "부수적인 결과(incidental)"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사우어 차관은 또 "이 같은 조치가 여러 무역 협상을 타결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됐다"며 만약 이를 되돌릴 경우 "미국은 더 공격적인 국가들의 보복에 노출되고, 경제·안보 면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중소기업 측 대리인 닐 카티알 변호사는 "관세는 곧 세금이며, 과세권은 헌법상 의회에만 부여돼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IEEPA가 언제든, 어떤 나라든, 어떤 품목이든 대통령이 임의로 관세를 부과하고 바꿀 수 있는 권한까지 위임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정부가 이번에 승소한다면 의회의 권한은 사실상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보수 성향 대법관도 관세 부과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세금 부과는 언제나 의회의 핵심 권한이었다"고 지적했다. 보수성향인 닐 고서치·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헌법이 조세권을 명확히 의회에 부여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번 사건이 입법권의 행정부 위임(unconstitutional delegation)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서치 대법관은 "이 논리가 지속된다면 권력이 점차 행정부에 집중되는 일방향식 톱니바퀴(one-way ratchet)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민이 선출한 의회로부터 권력이 멀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브렛 캐버노·사무엘 알리토 대법관은 원고 측 논리에 비판적이었다. 캐버노 대법관은 "의회가 대통령에게 교역을 완전히 차단(shut down trade)할 권한은 주면서 1% 관세조차 부과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건 이상하지 않냐"고 반문하며 이를 "법의 비정상적인 빈틈(odd doughnut hole)"이라고 표현했다. 캐버노 대법관은 과거 하급심 법원이 닉슨 전 대통령이 유사한 법률에 따라 관세를 부과한 것을 허용한 선례가 있다면서 이는 의회가 대통령에게 "비상사태에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려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발언했다.

‘대통령 권한 남용인가, 경제안보 수단인가’

1977년 제정된 IEEPA는 외국에 의해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통령에게 외국 정부 등에 수출입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을 근거로 지난 4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인도와 브라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60개국 이상에 10~50% 수준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명시된 상호관세율이 적용되지 않은 대부분의 국가에는 기본 10%의 관세를 적용했다.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유입 등을 이유로 캐나다·멕시코·중국에는 추가 관세도 부과했다.

이에 미국 기업, 오리건주 등 12개 주(州) 정부는 지난 4월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펜타닐 관세·상호관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을 맡은 국제무역법원(USCIT)과 2심을 관장한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 등 하급심 법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 권한을 활용해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한 조치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IEEPA는 관세나 유사 개념을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필요한 절차적 안전장치 또한 포함돼 있지 않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관세 및 세금 부과 권한은 의회가 보유하고 있으며, IEEPA가 이를 대체하지 않는다고 봤다.

하급심 판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재판부가 매우 당파적"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대법원에 읍소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관세 조치를 위반으로 판단하면 미국 경제는 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대법원 심리를 하루 앞둔 4일에도 "나라의 생사가 달린 일"이라며 "내일 있을 대법원의 심리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에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승리한다면 우리는 막대하지만 공정한 재정과 국가 안보를 갖게 되지만, 패배하면 수년간 우리를 이용해 온 다른 국가들에 거의 무방비 상태가 된다”고 호소했다.

‘95년전 법’ 만지작거리는 트럼프 행정부

심리를 거쳐 나올 대법원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으로, 대법원은 현재 보수 우위 구도(보수 6, 진보 3)로 그간 주요 사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결정을 한 전례가 있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전방위적 관세 정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IEEPA이 규정한 국가 비상사태를 명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의회 견제 없이 관세 부과를 이어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도 패소하면 무역 협정 무효와 함께 이미 납부한 관세를 환급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CNN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패소할 경우 환급해야 할 관세 규모는 최대 1조 달러(약 1,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소송에서 패하더라도 플랜B를 발동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관세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한 조항은 최소 5가지다.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201조 △무역법 301조 △무역법 122조 △스무트-홀리 관세법 338조는 미국이 다른 국가와의 교역에서 구조적인 불이익을 받는 경우 대통령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플랜B가 권한, 속도 등 측면에서 사실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비등하다. 먼저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품목관세의 근거인 무역확장법 232조는 개별 품목에 대해 매기며 관세율이나 적용 기간에 제한이 없으나, 관세를 부과하기 전 상무부의 조사가 있어야 하고 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절차에만 270일이 걸린다. 201조 역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조사와 공개 청문회 후 180일 이내에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232조와 201조 모두 경제 전쟁 수준의 국가 위기에서나 동원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를 일반적 통상 분쟁 해결에 적용하겠다는 것은 법적·경제적 논리 모두에서 무리한 접근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제수지 적자나 달러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인 122조 또한 150일 동안 최고 15%까지만 관세를 부과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장기적 관세 부과에는 적합치 않다. 게다가 적용 기간을 연장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며, 지금껏 사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스무트-홀리 관세법 338조 역시 ‘미국에 대한 차별’에 보복관세를 허용하는 조항이지만 실제 발동 전례가 없고, 무엇보다 다자 통상 체계와의 충돌이 뚜렷하다. 실제 338조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미국을 더욱 깊은 침체로 몰아넣었다. 미국은 수입 억제를 통해 내수를 보호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전 세계의 보복관세를 촉발해 세계 무역의 붕괴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경제학자들에게 경제 대공황을 악화시킨 원인 중 하나로 여겨져 비판받고 있다.

민주당 측에서도 크게 반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위해 338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전언이 나오자,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법의 이 조항을 폐지하기 위한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이들 조항에 따른 관세는 전체 국가를 대상으로 하기 어렵고 특정 산업이나 불공정 관행에 국한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에 활용되지 않은 법 조항을 사용할 경우에는 법적 논란은 물론 의회에서 정치적 논란이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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