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업계 덮친 ‘Q-Day 공포’, 양자컴퓨터 발전에 보안 체계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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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잇단 기술 진전으로 양자컴퓨팅 경쟁 가열 비트코인 암호 해독 가능성 제기되며 시장 불안 확산 전문가 “즉각적 위협 아니지만 변동성 확대 불가피”

구글 등 미국 빅테크에 이어 중국도 독자 기술로 양자컴퓨터 양산에 성공하면서 가상화폐업계에서는 큐데이(Q-Day)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큐데이는 양자컴퓨터가 암호 체계를 해독할 수 있는 시기를 의미하는 용어로, 이 시점이 현실화할 경우 비트코인을 비롯한 블록체인 기반 자산의 보안 체계가 붕괴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규모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아직 기술적 한계로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라고 진단하면서도, 시장의 불안 심리가 이미 가상화폐 가격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경고한다.
中, 독자 기술로 양자컴퓨터 양산에 성공
6일 후베이일보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정밀측정과학기술혁신연구원은 최근 독자 기술로 개발한 중성원자 양자컴퓨터 한위안(漢原) 1호를 국영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의 자회사에 납품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파키스탄으로의 첫 해외 수출 계약도 성사되면서 중국 원자 기반 양자컴퓨터가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매체들은 한위안 1호가 금융 모델링이나 물류 최적화 등을 계산하는 데 진일보한 성능을 입증했으며, 특히 가상화폐 암호 해독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뤘다고 전했다.
미국도 양자 기술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우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검증 가능한 양자 우위(Veritable Quantum Advantage)를 달성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특히 윌로우 칩을 통해 구현한 퀀텀 에코스(Quantum Echoes) 알고리즘은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약 1만3,000배 빠른 연산 속도를 기록했으며, 다른 양자 시스템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재현해 연구의 신뢰도를 크게 높였다. 구글 연구진은 현재 오류율을 대폭 낮춘 ‘오래 지속되는 논리 큐비트(long-lived logical qubit)’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진전을 알리면서 가상화폐업계에서는 암호 체계 붕괴 시점인 이른바 큐데이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 비탈릭 부테린은 “양자컴퓨팅이 이미 가상화폐 보안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며 “비트코인 암호가 완전히 뚫린 것은 아니지만, 해독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고성능 블록체인 플랫폼 솔라나의 공동 창업자 아나톨리 야코벤코도 “5년 내 양자컴퓨팅의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며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 암호 해독까지는 수년의 시간 필요
그러나 일각에선 양자컴퓨터가 블록체인을 완전히 무력화할 것이란 우려는 시기상조라고 지적도 나온다. 아직 양자컴퓨팅 기술이 온전히 개발되지 않았을 뿐더러, 실질적인 연산 능력을 발휘하려면 큐비트 제어와 오류 수정 기술이 안정화돼야 하는데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또 양자컴퓨터 운용에는 막대한 비용과 정교한 인프라가 필요해 이를 실제로 가동할 수 있는 기업도 극히 제한적이다. 기술적 가능성이 확인되더라도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적어도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양자컴퓨터 기술이 실제로 블록체인의 암호화 기술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100만 개 이상의 큐비트를 사용하는 고도화된 양자컴퓨터가 필요한데, 윌로우의 경우 현재 단 105개의 큐비트를 사용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다른 기업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IBM의 양자컴퓨터 콘도르는 1,021개의 큐비트를 사용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양자컴퓨터도 24개의 큐비트를 사용한다. 더욱이 이들은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때 반드시 발생하는 양자 오류 과제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무엇보다 블록체인업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양자컴퓨터의 위협에 대비해 왔다. 미국 암호학계를 중심으로 양자 내성 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연구가 꾸준히 이어졌고,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2년부터 양자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차세대 암호 알고리즘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는 기존 공개키 암호 방식이 양자컴퓨터의 연산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크리스털스 카이버(CRYSTALS-Kyber)와 딜리시움(Dilithium) 같은 알고리즘의 국제 암호 표준 채택을 논의 중이다.
양자컴퓨터 위협에 가상화폐 시장 급락
다만 이 같은 전문가들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시장의 불안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는 "해커가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비트코인의 암호를 해독하고 자산을 탈취할 가능성이 있다"며 "해킹이 현실화할 경우 가상화폐를 비롯한 금융시장에서 3조 달러(약 4,350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4년 새 10배가량 급등한 데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등 가상화폐 제도권 편입이 확대된 만큼,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전통 금융시장 역시 온라인 은행 시스템과 결제망에 암호화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어 양자 해킹의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그보다 훨씬 높은 공격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은 규제 체계와 방어 메커니즘, 고객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가상화폐 시장은 여전히 미개척 서부 시대와 같다"고 지적한다. 비트코인 지갑에서 자산이 탈취돼도 환불받을 수 있는 제도적 보호장치가 없는 데다 해킹은 일부 거래소의 보안 취약성에 그치지 않고 전체 네트워크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양자공포(Quantum Fear)가 시장 심리를 압박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 구글이 윌로우를 탑재한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10셉틸리언(septillion·10의 24제곱)년이 걸리는 연산을 단 5분 만에 처리했다고 발표하자, 미국 대선 이후 급등세를 이어가던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만에 4~10%가량 급락했다.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화폐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당시 코인 전문 매체들은 “양자컴퓨터의 기술 진보가 시장의 불안을 자극하며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고 집중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