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대 최장 셧다운 종결 수순, 소비 위축에 양극화·역성장 우려만 남아
입력
수정
美 상원 임시 예산안 통과, 하원 표결 넘어가 장기간 셧다운으로 무급 공무원들 이탈 심화 이미 GDP 1.5% 손실, 4분기 '역성장' 가능성

41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기간 셧다운(연방정부 폐쇄)이 사실상 종결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미 상원이 셧다운을 끝내기 위한 첫 관문으로 내년 1월까지 적용될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이번 주 내 하원 표결과 대통령 승인 절차가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셧다운 사태로 인해 무급으로 근무해 온 공무원들의 이탈과 정부 조직 구조조정에 대한 갈등, 계층별 소비 양극화와 경제성장률 둔화 등 경제 전반에 미친 충격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과반 확보 무난할 듯
10일(이하 현지시각) 미 상원은 2026년 회계연도(올해 10월∼내년 9월)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시작된 지 41일 만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해 처리한 이번 임시 예산안에는 내년 1월 30일까지 연방정부를 임시로 운영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다만 국가 안보 및 국민 건강과 직결된 국방부, 농무부, 재향군인부, 식품의약국(FDA) 등의 부처는 2026년 회계연도의 전체 예산을 집행한다. 셧다운 기간 해고된 연방 공무원의 복직 조항도 담겼다. 셧다운의 핵심 쟁점이었던 공공 건강보험, 이른바 ‘오바마케어’를 위한 보조금 연장에 대해서는 12월 둘째 주에 별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번 상원에서의 표결은 찬성 60표, 반대 40표로 집계됐다. 공화당이 상원 100석 중 53석을 점유한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 의원 최소 7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CNN 등 현지 언론들은 민주당 중도파 의원 8~12명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원 역시 공화당이 435석 중 219석을 차지한 다수당으로, 예산안 통과에 필요한 과반을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은 "긴 악몽이 마침내 끝나가고 있다"며 "12일쯤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하원 통과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서명을 거치면 역대 최장기간 이어진 셧다운이 종료된다.
공무원 노조 "대규모 해고 등 지속적인 압박"
셧다운이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 기간 무급으로 근무해 온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공무원 구조조정과 정부 조직 효율화 정책을 추진해 온 만큼 정부와 공무원 간 갈등의 골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에 따르면 현재 셧다운으로 급여를 받지 못하는 공무원은 약 140만 명으로, 이 중 약 70만 명은 무급 휴가 중이며, 나머지 70만 명은 무급인 상태로 근무하고 있다. 최근 무급 휴가자들은 정부로부터 휴가 연장 통보를 받았는데 셧다운 종료 시 체불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필수 인력으로 분류된 공무원의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일례로 항공 관제사들은 한 달 넘게 무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통상 셧다운 종료 후 미지급 급여가 일괄 지급되지만, 생계난에 시달리는 일부 관제사들이 부업을 위해 출근을 포기하면서 다수 공항에서 인력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인력난이 심화되자 지난 7일 전국 40개 공항의 항공 운항을 1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모든 항공관제사는 즉시 업무에 복귀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큰 감봉이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무원 노조는 이번 사태를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 이후 이어진 대규모 해고, 예산 삭감, 조기 퇴직 및 사직 보상금 권유 등 공무원 조직을 압박하는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미국연방정부노동조합(AFGE) 3840지부 부대표 미카 니마이어-월시는 "여러 기관이 이미 단행된 인력 감축으로 사실상 수개월째 멈춰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연방 공무원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을 목격했고, 이제 상황은 통제 불능이 됐다"며 "정부가 이번 셧다운을 계기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해졌는지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고 비난했다.

추수감사절 시즌 앞두고 소비 자체 소멸 우려
셧다운 사태가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친 충격도 작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사태로 올해 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1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추산하면서 다운 장기화의 영향을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인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35일간 이어졌던 셧다운 당시에는 일부 기관만 폐쇄됐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훨씬 커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연방 지출과 투자가 위축되고, 민간 부문까지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백악관도 경기 침체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9일 CBS 인터뷰에서 “이번 셧다운으로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1.5%가 손실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은 연중 최대 쇼핑 이벤트가 집중돼 소비가 가장 활발한 시기”라며 “이때까지 셧다운이 해결되지 해소되지 않으면 소비가 급감해 역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항공·여행 수요의 감소는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소비 자체의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소비심리가 계층별로 상반된 흐름을 보이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는 50.3으로, 3년 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이미 내수 침체 신호가 포착됐던 10월(53.6)보다 3.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현재 미국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고물가 부담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셧다운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외식·여행·가구 등 재량 지출을 줄이고 필수 지출 비중을 늘리는 등 소비 구조를 빠르게 조정하고 있다. 실제로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저가 가구·의류 등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비 비중이 높은 업종의 하반기 매출이 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주식과 자산 가격 상승의 수혜를 입은 고소득층의 소비는 여전히 견조하다. 모건스탠리와 도이체방크는 미국 상장사의 3분기 실적 개선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면서, 주식 비중이 높은 상위 소득 계층의 소비자 신뢰가 약 10%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상위 40% 가구가 미국 전체 부의 85%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약 3분의 2가 주식 자산”이라며 “증시 강세가 이어지는 한 고소득층의 소비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말 경기와 소비 흐름이 가계 전반의 체감과 달리 ‘양극화된 회복’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