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미토리섬 해저 희토류 채굴 속도 내는 日, 美와 손잡고 탈중국 행보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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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미나미토리섬 인근 해역 희토류 채굴 밑작업 박차 美, 호주 등 희토류 자원·기술 보유한 국가들과의 협력도 본격화 희토류 공급망 장악력 무기로 휘둘러 온 中, 독점의 시대 저물까

희토류 개발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첫 종합경제대책에서 중점 시책으로 부상했다. 지난 2011년 희토류 매장 사실이 확인된 미나미토리섬(南鳥島) 인근 해역에서 미국과 함께 희토류 채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희토류 공급망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 행보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총리, 희토류 개발에 '방점'
10일 일본 정부는 다카이치 정권 들어 첫 번째 일본 성장 전략 회의를 가지고, 11월 내에 마련할 종합경제대책에 포함돼야 하는 중점 시책들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핵심으로 꼽힌 사안은 일본 내 조선업 강화를 위한 지원이다. 일본 정부는 미·일 양국이 지난달 조선 협력 확대를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점을 감안, '조선 재건 로드맵(가칭)'을 새로 규정하고 조선 메이커의 설비 투자 지원책을 마련했다.
자원 분야도 주요 시책으로 언급됐다. 향후 미나미토리섬 주변 해역에 매장된 희토류 자원의 개발을 가속화하겠다는 목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도쿄에서 남동쪽으로 약 1,900㎞ 떨어진 오가사와라 제도 미나미토리섬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수심 약 5,500m 해저에서 희토류가 고농도로 포함된 진흙을 발견한 바 있다. 해당 지역의 희토류 매장량은 1,600만 톤(t)으로 추정된다.
이후 일본은 희토류 채굴을 위한 독자적 기술 개발과 탐사 인프라 구축을 지속해 왔다. 지난 8월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JST)와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는 “과학탐사선 치큐(Chikyu)를 투입해 미나미토리섬 인근 해역에서 약 35톤의 희토류 함유 심해 머드(진흙)를 채취할 예정”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치큐호는 파이프를 해수면 아래 5,500m까지 내려 진흙을 채취할 계획이다. 진흙 1톤에는 약 2kg의 희토류 광물이 함유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美·日·호주의 연합 전선
일본은 미나미토리섬 희토류 채굴을 위해 미국과도 맞손을 잡을 예정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6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내년 1월부터 미나미토리섬 인근 수심 6,000m 해저에서 희토류가 포함된 진흙을 회수하는 실증 실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희토류 확보는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도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며 “일본과 미국이 미나미토리섬 주변 해역에서 희토류 개발을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협력 구상은 지난달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프레임워크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공개한 ’미-일 프레임워크: 채굴 및 가공을 통한 전략 광물 및 희토류 공급 확보’라는 제목의 문서에 따르면, 해당 프레임워크에는 핵심 광물 및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가속화하기 위해 양국 협력을 강화하고 180일 이내 미·일 광물·금속 투자 장관급 회의를 개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은 자체적인 희토류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넘어 미국과 호주의 희토류 공급망 협력에도 손을 보태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핵심 광물·희토류 안정 공급망 프레임워크’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번 프레임워크를 계기로 미 국방부가 서호주 지역에 연간 100메트릭톤(Mt) 규모의 갈륨 정제소 건설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 프로젝트는 미국·호주·일본 3국 협력 사업으로, 각국이 가진 자원·정제·기술 역량이 결합한 형태”라고 평가했다. 호주는 원광 확보, 일본은 정제 및 가공 기술, 미국은 투자와 수요처를 맡는 식이다.

공급망 독점한 中, 희토류 무기화해
이들 국가가 손을 잡은 배경에는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 독점이 있다. 희토류를 가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원소가 뒤섞인 상태의 희토류를 분리·정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각종 독성 화학물질, 중금속, 방사성 물질 등이 대거 방출된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희토류 채굴·생산을 사실상 중국에 맡겨 왔고, 중국은 공급망 내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채굴량 중 약 70%가 중국에서 나온다. 전 세계 희토류 제련/분리(산화물 생산) 시장은 90%, 최종 제품인 영구자석 제조 시장은 93%가 중국 산하에 있다.
문제는 중국이 희토류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희토류는 스마트폰·반도체·전기차·전투기 등 첨단 산업 전반에서 폭넓게 쓰이는 핵심 물질이다. 희토류 의존 산업에서 공급 차질이 10% 발생하면, 경제 생산량은 1,500억 달러(약 217조8,700억원)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옥죌 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떠안게 된다는 의미다. 중국은 이 같은 시장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 미국의 대중국 첨단 기술 수출 통제를 완화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자국 희토류 기업에 투자를 단행하고, 희토류 자원·기술력을 갖춘 국가들과 협력 전선을 구축하며 '탈중국'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향후 12~24개월 안에 희토류에 대한 (중국 이외의) 대체 공급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근시일 내에 희토류를 자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유라시아그룹의 원자재 담당 이사인 팀 푸코는 "1~2년 안에 독자적인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미국의 선언은 순진함 또는 과장에 불과하다"며 "미국이 지금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희토류·자석 시장 분석 업체인 프로젝트블루의 연구 책임자인 데이비드 메리먼도 "중국의 희토류·자석을 24개월 안에 끊는다는 것은 대단히 야심찬 계획"이라며 "이를 달성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허가, 인력 교육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