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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는 이겼지만 ‘전쟁’은 패배, 트럼프, ‘셧다운’ 부메랑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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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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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사상 최장 셧다운, 상처만 남긴 채 해제
4분기 美 GDP 증가율 1.5%p 하락 직면
트럼프 ‘승리 선언’에도 정치 리스크 산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방정부 재가동을 위한 임시 예산안에 서명하고 있다/사진=백악관

미국 역사상 최장 기록을 세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이 43일 만에 공식 종료됐지만, 미국 경제에는 깊은 상흔을 남겼다. 경제지표는 공백 구간을 남겼고 4분기 경제성장률 둔화도 불가피해졌다. 정국 혼란도 가시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요구한 ‘오바마 케어’(ACA·Affordable Care Act)’ 보조금 지급 연장 요구를 나중에 논의하기로 합의한 만큼, 연장이 끝내 무산될 경우 미국인들의 의료보험료가 폭등할 공산이 크다. 이는 내년 중간선거(총선 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최대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셧다운 43일 만에 종료

1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하원은 전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상원에서 넘어온 단기 지출법안(임시예산안)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22표, 반대 209표로 가결했다. 대다수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각각 찬성과 반대로 쏠린 가운데, 민주당에서 6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에서는 2명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날 하원에서 통과된 임시예산안은 지난 10일 상원이 수정 가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10시 24분께 의회에서 넘어온 임시예산안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정식 발효된 이번 임시예산안은 내년 1월 30일까지 기존 수준으로 연방정부 기관의 자금을 유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야가 합의한 농무부·식품의약국(FDA)·재향군인부 예산 및 군용 건설 프로젝트, 의회 자체 예산 등은 2026년 9월 말까지 지출이 확정됐다. 또 이번 법안에는 셧다운 기간 휴직해야 했던 연방 공무원들의 급여 지급을 재개하고 일시 해고된 인력을 복직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내년 1월 30일까지 연방 직원 해고를 금지하는 조항도 마련됐다. 아울러 민주당이 셧다운 협상의 핵심 조건으로 내걸었던 오바마 케어 보험료 보조금 연장안을 내달 상원 표결에 부치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명시됐다.

셧다운이 공식 종료되면서 연방 기관은 정상 업무 재개 절차에 돌입했다. 일부 연방 공무원들은 이르면 13일부터 현장에 복귀할 전망이다.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각 부처 장관에게 보낸 메모에서 “각 기관은 13일 신속하고 질서 있게 업무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연방정부 전체가 완전히 정상화하기까지는 며칠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향후 일주일 안에 항공편에 대한 제한을 철폐하는 방향으로 긍정적인 검토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실 일파만파, 후폭풍 불가피

이로써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셧다운은 43일 만에 해제됐지만, 이는 미국 사회에 광범위한 피해를 남겼다. 연방 공무원 4,200여 명이 일시 해고됐고, 67만여 명이 무급 휴직, 73만여 명이 무급 근무 상태에 놓였다. 무급으로 전환된 항공 관제사들이 '알바'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휴가를 내면서 9,0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되기도 했다.

사회적 안전망에 의존하는 취약 계층도 타격을 입었다. 미 농무부가 지난 1일 예산 부족으로 11월분 저소득층 식비 지원 프로그램(SNAP) 지원금(월 80억 달러 규모)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발표하면서 4,200만 명에 달하는 수급자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졌다. 이에 25개 주의 민주당 주정부와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지방법원과 대법원이 엇갈린 결정을 내리면서 일부 지역은 지원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됐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지급이 중단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장기간 이어진 셧다운으로 미국 경제도 큰 손실을 봤다. 125만 명의 연방 공무원들이 지난달 1일부터 11월 중순까지 총 160억 달러(약 23조3,000억원)의 임금을 받지 못해 소비가 줄면서 경기 전반의 침체로 이어졌다. 이는 미국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CBO는 올해 4분기 성장률이 약 1.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직전 분기 성장률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 운영이 재개되면 내년 1분기 성장률이 2.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110억 달러(약 16조원)의 경제 활동이 영구적으로 손실될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단행된 2018~2019년 '부분 셧다운'이 정부 지출의 10%만 제한된 폐쇄였던 데 비해, 이번 셧다운은 예산 집행의 10%가 중단된 '전면 셧다운'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

경제 지표 공백 리스크도 셧다운이 남긴 상흔 중 하나다. 셧다운 기간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운영이 멈추면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제외한 고용보고서·소비지표·근원개인소비지출(PCE) 등 핵심 지표 공개가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는 한동안 '깜깜이' 상태에 놓였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역사상 처음으로 월간 고용보고서 없이 금리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고용 통계의 일부 데이터가 손실된 상태인 만큼 향후 경기 판단도 어려워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실제 셧다운이 끝났음에도 지표 발표는 즉시 재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케어 ‘뇌관’ 그대로, 중간선거서 역풍 맞을 수도

정치권 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임시예산안은 한시적인 것으로, 현 회계연도(2025년 10월 1일∼2026년 9월 30일)에 적용될 예산안은 다시 상·하원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셧다운의 핵심 원인이 된 오바마 케어의 보조금 지급 연장은 결국 보장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셧다운이 종료된 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공화당이 ‘승자’라고 규정하고 나섰다. 이는 민주당이 요구해 온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 없이 예산안이 처리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공화당은 민주당에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에 대한 상원 표결을 보장해 주기로 했지만,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인 만큼 법안 통과 전망은 밝지 않다. 내년 초 정식 예산안 통과 시도 시 다시 혼란이 우려되는 이유다.

하지만 올 연말 보조금 지급이 종료돼 보험료가 폭등하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케어 대상자 중 보조금을 받는 미국 국민은 2,000만 명 이상으로, 보조금이 중단되면 이들의 건강보험료는 2∼3배 이상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달부터 내년도 보험 가입이 시작된 만큼, 큰 폭으로 상승한 보험료를 미국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민주당이 셧다운을 장기간 끌어온 이유기도 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건강보험 개혁으로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케어가 불법 이민자들에게까지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보험사들을 배 불리고 있다며 건강보험 보조금을 국민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그러나 이를 두고 “모호한 계획”,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아이디어” 등 비판이 적지 않다. 제도의 구체적 구상이 공개되지 않았고, 시민들의 보험료 절감에 도움이 되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셧다운이라는 '전투'에서 승기를 잡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전쟁'에서는 패배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역대 최장기 셧다운 사태의 최종 승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뾰족한 대안 없이 오바마 케어 보조금 연장을 좌절시킨 데 만족하고 셧다운을 끝낸 것이 장기적으로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정권에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선거 전문가들도 보험료 상승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해 트럼프 대선 캠프의 수석 고문이었던 토니 파브리지오는 지난 7월부터 오바마 케어 보조금이 만료되면 공화당 의원들이 타격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격전지 노스캐롤라이나의 공화당 전략가 패트릭 세바스찬 역시 오바마 케어 보조금 중단은 공화당의 정치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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