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수단 적극 활용하겠다" 환율 구두개입 나선 금융당국, 서학개미發 달러 수요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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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원-달러 환율 안정 방안 마련 예정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세가 환율 상승세 견인 투기적 투자 성향 보이는 서학개미들, 불법 리딩방도 '기승'

외환·금융당국 인사들이 원화 가치 하락이 계속될 시 가용수단을 적극 활용해 대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70원대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당국의 구두개입이 본격화한 것이다. 당국은 외환 수급 불균형 및 원화 약세 기대 확산의 원인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를 지목했다.
금융당국, 환율 개입 의향 드러내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공개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최근 미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한때 1,470원을 넘는 등 환율 오르내림이 커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구조적인 외환 수급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 인사들은 “해외 투자에 따른 외환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경우, 시장 참가자들의 원화 약세 기대가 고착화돼 환율 하방 경직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하여 대처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공감대도 이뤘다. 구 부총리는 “외환·금융당국은 국민 경제와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환율 상승 원인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하여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470원대를 돌파한 뒤 오전 10시 27분께 1475.4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날도 1471.9원에 장을 시작했으나, 구 부총리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인 오전 9시 50분에는 1,456원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환율 상승 핵심 원인은 서학개미?
시장은 금융당국이 외환 수급 불균형의 원인으로 '해외 투자'를 지목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당국이 직접 펀더멘털보다는 기대감과 수급 쏠림이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현재의 환율 흐름은 달러 인덱스 하락, 국내 증시 반등 등 펀더멘털과는 배치돼 있다"며 "이는 당국이 언급한 대로 ‘서학개미’들의 해외투자 수요가 불어나며 달러 수요가 대폭 확대된 결과"라고 짚었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예탁원을 통한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 주식 보관 금액은 1,660억1,000만 달러(약 244조원)로 전 분기 말 1,360억3,000달러(약 200조원) 대비 22% 늘었다. 지난해 말 1,215억4,000만 달러(약 178조원) 대비 증가 폭은 36.6%, 전년 동기 1,020억4,000만 달러(약 150조원) 대비 증가 폭은 62.7%에 달한다. 외화 주식 보관 금액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을 돈으로 환산한 수치다.
이 같은 흐름은 시장에 달러당 원화값이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에 따라 외환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꾸준히 악화하는 추세다. 수출 업체들이 환율 고점에서 달러를 매도하기 위해 달러화를 팔지 않고 보관하기 시작한 것이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달러 수요가 줄어들며 환율이 하방 압력을 받곤 하지만, 지금은 달러 환전 수요가 환율을 결정하는 힘이 더 큰 상황이다.

서학개미들의 '아슬아슬' 투자 행보
서학개미들이 높은 변동성을 추구하는 투기적 투자 성향을 띤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최근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상위 3~7위가 모두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나 변동성이 높은 종목이었다. 일례로 최근 한 달간 1조원에 달하는 서학개미 자금이 유입된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 기업 아이온큐의 경우, 지난 3월 연저점 이후 지난달 350% 급등하며 정점을 찍은 바 있다. 이후 아이온큐는 하루에 주가가 10~20% 올랐다가 8~9% 급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중이다.
비트마인과 아이렌에도 최근 한 달 새 각각 4,000억원 이상의 서학개미 자금이 향했다. 비트마인은 이더리움을 사 모으는 기업으로,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가 비트마인 지분 9%를 보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서학개미 자금을 대거 흡수했다. 아이렌은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었으나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업으로 본업을 변경하면서 9월 이후 주가가 450% 급등했다.
이 같은 투기 수요는 '불법 리딩방' 등을 통해 한층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금감원은 "최근 불법업자들이 소셜미디어(SNS)로 투자자들을 유인한 후 해외 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불법 리딩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불법업자들은 스레드·인스타그램 등에 ‘고수익 미국 주식 투자 전략’ 등 자극적 문구를 앞세운 홍보 글과 영상을 올린 뒤, 투자자를 텔레그램 등 비공개 채팅방에 입장하도록 유도했다. 채팅방에서는 자신을 투자 전문가로 소개하며 “기관 매수가 포착됐다”, “내부 정보를 확보했다”는 허위 정보를 흘리며 해외 소형주 매수를 권유했고, 초기 1~4회의 실전 매매로 소액의 이익을 얻게 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한 불법 리딩 세력은 투자자들의 대량 매수를 유도해 주가를 급등시키고, 그동안 보유해 왔던 주식을 대거 매도해 차익을 챙겼다. 이들은 주가 급락 직후 “대주주가 불법 매도했다”, “전액 보상 협의 중”이라는 허위 설명을 남기고 잠적했다. 일부 피해자에게는 ‘법적 대응 비용’을 요구하며 추가 금전을 빼돌리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