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디지털 뱅크런 확산, 중형 은행 완충장치 대폭 강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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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자금 이동 확산, 실시간 예금 인출이 새 불안 요인으로 부상 중형 은행, 낮은 손실흡수능력으로 급격한 유동성 위기에 취약 디지털·AI 환경 반영한 맞춤형 규제와 신속 정리 체계 구축 시급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은행에서 단 하루 만에 420억달러(약 56조원)가 인출됐다. 전체 자금조달의 4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다음 날 아침에는 1,000억달러(약 134조원) 추가 인출이 예고됐다. 당국은 구제 방안을 마련할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통상 수 주에 걸쳐 이뤄지는 예금 유출이 불과 몇 시간 만에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은 디지털 뱅크런이 금융권의 새로운 현실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모바일뱅킹과 소셜미디어, 대형 기업 예금자의 집중 현상이 결합하면서 작은 소문이 대규모 유동성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손실흡수능력(LAC, Loss Absorbing Capacity) 규제는 여전히 느린 인출 시나리오를 전제로 초대형 은행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고려할 때, 디지털 환경에 맞춘 규제 재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속도에 대응 못 하는 기존 규제
지난 10년 동안 주요 금융권에서는 대형 은행이 시장 전체에 충격을 주지 않고도 부실 발생 시 안정적으로 퇴출될 수 있도록 정리 제도를 구축해 왔다. 특히 국제적으로는 총 손실흡수능력(TLAC, Total Loss Absorbing Capacity)이라는 최소 기준을 도입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들이 충분한 손실흡수성 자본과 채무를 보유하도록 했다.
그러나 중형 은행을 대상으로 한 규제 기준은 국가별 편차가 크다. 국제결제은행(BIS) 분석에서도 각국이 LAC 성격의 규정을 도입하고 있지만 구체적 기준과 적용 범위는 일관되지 않다. 과거처럼 자금 인출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던 시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몇 시간 만에 수십억 달러가 빠져나가는 디지털 뱅크런 환경에서는 심각한 취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과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사태는 중형 은행조차 순식간에 시스템적 위험으로 전이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소셜미디어 노출도가 높은 은행일수록 자금 유출과 주가 하락이 더 컸다. 이는 전통적 건전성 지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리스크다. 그럼에도 현행 LAC 규제는 중형 은행을 여전히 지역 단위 기관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자본 완충 수준도 대형 은행보다 현저히 낮게 설정돼 있다.

주: 항목- 2023년 3월 9일 인출, 2023년 3월 10일 인출 예정(X축), 금액(Y축)
디지털 리스크 확산과 규제 과제
디지털 채널을 통한 정보 유통과 소셜네트워크의 영향력은 예금 이동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고 있다. 무보험 예금, 실시간 송금, 온라인 네트워크의 결합은 특정 기관의 위기를 순식간에 시장 전반으로 확산시킨다. 프랑스중앙은행은 이러한 디지털 확산과 SNS가 실리콘밸리은행 사태를 악화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자산 규모나 국제 네트워크만으로 시스템 위험을 정의하던 기존 기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금융당국은 네트워크 연계성, 무보험 예금 비중, 실시간 결제 활용도 등 디지털 지표를 반영해 기관별 위험도를 평가해야 한다. 디지털 의존도가 높은 은행에는 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더 높은 손실흡수 기준을 적용하는 맞춤형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

주: 금액(X축), 파산 은행-시그니처은행, 실리콘밸리은행(Y축)
AI 확산에 따른 정보 불안정성 심화
최근 들어 인공지능의 확산은 금융 불안정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2025년 영국 연구에서는 AI가 생성한 허위 정보가 소셜미디어 광고를 통해 퍼질 경우, 특정 은행에 대한 불신이 실제 예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음이 확인됐다. 광고비 10파운드(약 1만9,000원)로 최대 100만파운드(약 19억원)의 예금 이동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안정위원회(FSB)는 2024년 보고서에서 생성형 AI가 거짓 정보를 대량으로 확산시켜 ‘급성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한 글로벌 금융기관의 AI 인프라가 소수 클라우드 기업에 집중된 점도 잠재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2025년 중반 현재 상위 3개 클라우드 기업이 전 세계 금융 인프라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다.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는 구조 속에서 알고리즘 동조, 투명성 결여, 공급자 집중이 심화되면 하나의 루머가 여러 기관으로 동시에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디지털 뱅크런은 개별 은행을 넘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비용 논쟁보다 실효성 강화가 우선
일부에서는 손실흡수능력 확충이 중형 은행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손실흡수용 채권 발행이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 연구는 위기 이후 발생하는 자본 확충 비용보다 사전 대비를 통한 안정성 확보의 편익이 훨씬 크다고 평가한다. 특히 디지털 네트워크 노출도와 예금 구조를 반영해 LAC 기준을 차등화하면, 위험이 낮은 은행의 부담은 크지 않다. 반면 기업 예금 의존도가 높고 실시간 송금 비중이 큰 은행은 더 두터운 완충이 요구된다. 몇 시간 만에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즉시 손실을 흡수할 자본이 금융 안정의 핵심 장치가 된다.
새로운 금융 안정 체계로
이제 LAC는 단순한 손실 보전 수단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자금 이동 위험에 대응하는 핵심 정책수단으로 재정립돼야 한다. 금융당국은 디지털 연계성을 반영한 지표를 적극적으로 포함하고, 위험도가 높은 은행에 대해 단계적 상향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스트레스테스트 또한 단기간 내 대규모 예금 이탈과 AI 루머 확산 시나리오를 포함해 현실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교육 현장도 변화가 요구된다. 금융, 법, 데이터, 정책 분야의 전공 과정에서 디지털 뱅크런 현상을 필수 주제로 다루고, 실제 사례 데이터와 분석을 통해 기존 완충 체계의 한계를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 자본 완충 수준, 인출 속도, 디지털 노출 등 다양한 변수를 연계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기 대응 역량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이처럼 기술, 심리, 규제 등 여러 영역을 결합한 교육이 미래 금융 안정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디지털 전환과 AI 확산으로 자금 이동 속도가 과거보다 압도적으로 빨라진 지금, 손실흡수능력 규제의 현실화는 특정 은행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다. 새로운 시스템 리스크를 인정하고 위기 대응 도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개편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규제와 교육 체계가 구축될 때, 금융시장은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Digital bank runs and loss-absorbing capacity: why mid-sized banks need bigger buffer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