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대만 개입' 日 총리 발언에 한일령 내린 中, 과잉 관광 시달리던 日에는 오히려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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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 격화하는 中·日 갈등 속 日 방문 자제 당부 평행선 달리는 양국 입장, 반일 여론 격화 中 관광객 수 급감 전망, 日 실물 경제에 실질적 타격 될까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 일본 여행 및 유학 자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내놓은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양국 관계가 눈에 띄게 악화한 가운데, 일본의 실물 경제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는 '한일령(限日令)'을 내린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이 지금껏 지나친 관광 수요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온 만큼, 중국의 이 같은 조치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日 방문하지 말라" 강수 둔 中 정부
16일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당분간 일본 여행을 자제할 것을 엄중히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국민들에게 현지 치안 상황에 주의하고 자기 보호를 강화할 것을 요청하며, 위급 상황 발생 시 즉시 주일 중국 대사관 또는 영사관에 연락해 도움을 받으라고 권고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도 지난 14일 “대만 문제를 둘러싼 노골적인 도발로 중·일 간 인적 교류 분위기가 심각하게 악화됐다”며 “일본 방문 시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 교육부 역시 “일본에서 최근 사회적 불안이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인을 겨냥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유학 계획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이후 중국국제항공 등 6개 항공사는 연말까지 일본행 항공권을 이미 구매한 승객에 대해 수수료 없이 취소·변경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의 조치에 발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이 일본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앞서 다카이치 총리가 유사시 대만 관련 문제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중국이 대만을 해상 봉쇄할 시)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고,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동반하면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존립 위기 사태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자국이 공격받지 않더라도 동맹국 등이 공격받으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한다. 일본 현직 총리가 대만 유사시를 존립 위기 사태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때도 “대만 유사가 일본 유사임은 틀림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갈등 골 깊어져, 中 반일 정서 심화 가능성
대만 문제를 외교 관계의 핵심으로 보는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 8일 주오사카 중국총영사인 쉐젠은 X(구 트위터)에 다카이치 총리의 해당 발언에 대한 기사를 공유하며 "제멋대로 들이밀고 있는, 그 더러운 목을 한순간 주저함도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그는 “대만 유사시가 일본의 유사 상황’이라는 것은 일부 머리 나쁜 정치꾼들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며 “부디 최소한의 이성과 법 존중 정신을 회복해 패전과 같은 민족적 멸망을 겪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기하라 미노루 일 관방장관이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극히 유감”이라며 중국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중국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대만해협 문제에 무력 개입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정치적 약속에 심각하게 어긋난다”며 반박했다. 이후 11일 다카이치 총리는 문제를 촉발한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혔고, 13일 린젠 중국 대변인은 “대만 문제에 불장난을 해서는 안 되며, 스스로 불에 타 죽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양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 내부에서 반일 여론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의 침략 역사를 둘러싼 중국의 혐오 정서는 이전부터 다양한 경로로 표출돼 왔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지난달 개봉한 영화 ‘731’을 꼽을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자행한 생체 실험을 소재로 한 해당 작품은 자오린산 감독이 12년에 걸친 자료 조사 끝에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오 감독은 “우리 영화가 역사적 증거가 되고, 극장은 정의의 법정이 되길 바란다”고 밝히며 반일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와 함께 개봉일을 중국이 국치일로 기념하는 만주사변 발발일(9월 18일)로 정해 소위 ‘애국 소비’ 수요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 결과 영화는 개봉 첫 주 내내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환구시보와 차이나데일리 등 관영매체는 731을 “전쟁과 정의의 보편적 성찰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라고 집중 조명하며 “개봉 하루 만에 박스오피스 수익 3억 위안(약 4,200만 달러·600억원)을 넘기며 ‘어벤져스:엔드게임’을 제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후 중국에서는 ‘난징사진관(南京照相馆)’, ‘둥지다오(東極島)’, ‘산허웨이정(山河爲證)’ 등 항일전쟁 관련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며 중국 내 반일 정서를 대중문화 중심으로 재확산시켰다.
반일 감정으로 인한 사건·사고도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해 왔다. 지난 8월 광둥성 선전시에서는 중국인들이 한 식당에서 식사 중이던 일본인 부자를 포위하고 "731부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퍼붓는 사건이 발생했다. 9월에는 선전시에서 승객이 일본인임을 확인한 한 택시 기사가 해당 승객을 보행하기에 위험한 장소에 억지로 하차하게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中 관광 수요 위축, 득인가 실인가
향후 관건은 중국 정부의 한일령이 일본의 실물 경제에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수 있을지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체 방일 외국인 방문객 중 23.6%(748만 명)가 중국 관광객이었다. 같은 기간 중국인 관광객의 일본 내 소비액은 5,901억 엔(약 5조5,00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소비의 28%를 차지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이번 사태로 인해 중국인의 일본 방문이 급감할 시 일본이 최대 2조2,000억 엔(약 452조2,5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이 한일령으로 인해 받는 충격이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본은 매년 상당한 규모의 관광객을 유치해 왔다.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한 ‘오버투어리즘(관광 공해)’ 문제에 골머리를 앓을 정도다.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관광 공해가 심화하자 현지 주민 불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해 9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3,165만500명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단기간에 3,000만 명을 돌파했다.
일본 정부는 관광 공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1,000엔(약 9,500원)인 ‘국제관광 여객세(출국세)’를 3,000엔(약 2만8,500원) 이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년 4월 이후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대상 비자 발급 수수료를 인상한다는 방침도 굳혔다. 일본이 비자 발급 수수료 인상에 나선 것은 1978년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일 장벽이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 셈이다. 한일령으로 인한 중국 관광객의 감소는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정책에 오히려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