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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에서 1로” 에스토니아에서 시작된 유럽산 희토류 자석, 탈중국 공급망 형태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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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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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내 수요 10%가량 감당 규모
조달 안정성 확보 시급에도 역량 부재
유럽 전역 희토류 설비 투자 가속도
에스토니아 나르바 지역에 위치한 네오퍼포먼스머티리얼스 희토류 자석 공장/사진=네오퍼포먼스머티리얼스

유럽이 에스토니아에서 연간 2,000톤 규모의 희토류 자석 공장을 가동하면서 처음으로 역내 상업 생산이 가능한 기반을 확보했다. 이는 그간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자석 생산의 90% 이상을 장악해 온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실적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다만 원광과 금속 대부분이 여전히 중국에서 들어오는 만큼, 유럽의 공급망은 여전히 불안정하며 단일 밸류체인으로 움직이는 중국의 비용·효율 우위를 단기간에 넘어서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 또한 존재한다. 연이은 희토류 설비 착공과 투자 결정이 유럽의 자급률 목표를 앞당기는 가운데, 중국과의 격차를 좁히는 여정은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수요 불확실성 제거→실제 가동

16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의 소재 기업 네오퍼포먼스머티리얼스(이하 네오)는 지난 9월 에스토니아 북동부 나르바 지역에서 상업용 희토류 자석 생산에 돌입했다. 연 2,000톤 규모의 영구자석 생산 능력을 갖춘 이 공장은 유럽에서 처음으로 본격 가동에 들어간 상업용 희토류 자석 생산 시설이다. 연간 2,000톤의 희토류 자석은 세계 시장 전체로 보면 큰 규모가 아니지만, 유럽 내 수요의 10%가량을 감당할 수 있는 물량이라는 점에서 “유럽에서도 일정 수준의 희토류 자체 조달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네오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7,500만 달러(약 1,100억원)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는 네오디뮴 자석은 전기차 구동 모터를 비롯해 스마트폰, 풍력터빈, 전투기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부품으로, 초기 생산량만으로도 매년 최대 100만 대 전기차에 들어갈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네오는 생산 초기부터 단순 시험 가동에 그치지 않도록 설계 단계에서부터 호주 등에서 공급받는 원재료 조달, 에스토니아 내 분리·정제 시설과의 연계, 완성차·부품업체에 대한 납품 계약까지 한 번에 묶는 구조를 설계했다. 

나아가 네오는 수요 측 불확실성을 줄이는 장치 또한 상당 부분 마련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와 공장의 생산 물량 상당 부분을 선점하는 형태로 장기 계약을 맺었고, 셰플러나 말레 등 업체들도 고객사로 이름을 올렸다. 갈수록 심화하는 희토류 공급 차질 우려 속에서 에스토니아 공장이 사실상 유일한 역내 네오디뮴 자석 생산기지라는 점이 계약 체결의 가장 큰 동인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한 부품 업체 관계자는 “현재 서방에서 전기차 구동 모터용 자석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능력을 갖춘 곳은 네오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기간에 유럽 내 희토류 자석 자급률을 대폭 끌어올릴 수준은 아니라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원광·금속·정제 단계가 여전히 중국 중심 구조에 묶여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기존 공장 매입과 대수선, 상업 생산까지 연결한 이번 사례는 “유럽이 형식적 선언을 넘어서 실질적 공급망 구축 단계로 이동하는 신호”라는 평이 우세하다. 정책 목표와 산업 전략을 실제 설비·투자로 옮긴 만큼 ‘탈중국 전략’의 유의미한 전환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런 평가에 힘입어 네오는 2027년 이후 에스토니아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6,000톤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미국보다 다급한 유럽 ‘시간과의 싸움’

전문가들은 유럽이 미국보다 서둘러 희토류 자급률 확대에 주력하는 배경을 국방과 산업 전반에 걸친 취약성에서 찾는다. 미국 역시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려는 데서는 유럽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지만, 자국 광산과 정제 설비를 동시에 키울 수 있는 기반은 갖춘 상태로 평가된다. 반면 유럽은 핵심 희토류의 98%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데다, 미사일·전투기·드론·레이더·잠수함에 이르기까지 재무장에 필요한 대부분의 첨단 무기 체계가 중국산 금속과 자석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훨씬 취약한 실정이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재무장을 말하면서도 탄약이 될 원료는 중국에 의존하는 모순이 유럽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 속에서도 유럽연합(EU)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수출통제에 대응하기 통상 위협 대응조치 도입 여부까지 논의하는 단계에 도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과 브뤼셀 대면 협상을 추진하며 단기 공급 보장을 구하는 이중 행보를 택한 것이다. 이러한 행보는 독일과 프랑스가 정상회의 공식 문서에 중국의 경제적 압박을 명시하자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뤄져 더 큰 비난을 샀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유럽의 대응은 단기적으로 중국발 공급망 충격을 피하려는 실리 추구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분위기 속 네오의 에스토니아 공장 가동은 유럽의 시급함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유럽이 미국과 달리 광물 개발부터 가공, 자석 제조까지 이어지는 풀라인을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눈앞의 공급망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육지책을 택했다는 평가다. 영국 원자재 컨설팅 업체 SFA옥스퍼드는 “유럽이 희토류 광산 개발과 정제공장 건설, 제조설비 확충, 공급망 편입까지 전 과정을 구축하기까지는 최장 12년이 걸릴 전망”이라며 “네오의 프로젝트는 중국산 원재료 의존을 완전히 끊지 못한 상태에서라도 전기차와 방산에 필요한 일부 자석을 역내에서 직접 조달하겠다는 ‘최소한의 방어선’에 가깝다”고 평했다. 

효율·비용경쟁력 확보까진 장기전 전망

에스토니아 공장을 기점으로 유럽 내부에서 채굴·정제·자석 생산까지 단계별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다수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유의미한 변화로 평가된다. 특히 북유럽 노르웨이 텔레마르크 지역에서 총희토류산화물(TREO) 880만 톤이 발견되고, 이 중 전기차·풍력터빈용 자석 물질만 150만 톤에 달한다는 발표는 유럽이 그동안 전무했던 ‘역내 채굴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EU가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2030년까지 희토류 수요의 최소 10%를 역내에서 채굴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텔레마르크 광산은 에스토니아 자석 공장과 상·하류 공급망을 연결할 첫 후보로 주목받는다. 

시장 가격의 급격한 변동도 유럽의 정책 속도를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대표적으로 이트륨 가격이 유럽 시장에서 4,400% 폭등한 사례는 특정 원소 공급이 흔들릴 경우 방위와 전력, 배터리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까지 즉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자극했다. 앞으로도 유사한 가격 충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EU 내 각국 정부는 탐사 예산·인허가 절차·환경 규제의 재정비에 착수했다. 원가 변동성이 국방 예산과 산업전략의 우선순위를 뒤흔들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역내 기반 확대 필요성이 정치권과 산업계 모두에서 공감대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정제 및 재활용 분야에서는 유럽 외곽에서 진행되는 합작 프로젝트가 유럽 공급망을 간접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 광물 기업 카레스터와 일본 경제산업성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정제·재활용 설비 구축이 대표 사례다. 디스프로슘·테르븀을 연간 590톤 생산하고 폐전기차 자석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공정까지 갖추는 형태로 설계된 해당 공장은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건설에 한창이다. 이는 유럽이 채굴과 자석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프랑스 정제 시설을 중간 허브로 활용하는 기반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움직임이다.

다만 중국이 채굴·정제·자석 제조를 한 지역에서 일괄 처리하며 만들어낸 비용 우위와 생산 효율을 유럽이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한계 또한 존재한다. 에스토니아 공장 가동 이후 유럽 각국의 움직임이 실제 투자 결정과 설비 착공으로 이어지더라도, 공급망 자체를 중국 외부로 재배치하는 과정에는 여러 단계의 기술·인허가·조달 문제가 동시에 얽혀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유럽의 희토류 자립 구상에 수반되는 과제 역시 즉각적인 중국 대체가 아닌, ‘중국 의존 축소를 위한 점진적 전환’으로 정리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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