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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MEMO] 상실의 시대, AI 기반 애도 돌봄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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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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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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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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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증가하는 애도 부담과 지원 인력의 부족
기억 정리와 정서 조절을 보조하는 AI 도구의 활용 확대
고지·동의·검증을 중심으로 한 도입 기준 마련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 전 세계 사망자는 약 6,200만 명에 달한다. 사망이 남기는 여파는 단순한 통계 이상이다. 팬데믹 기간 미국 연구에서는 한 명이 사망할 때 평균 9명의 가까운 가족이 심리적 충격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편차는 있지만, 상실이 개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은 예외 없이 크다. 애도 과정의 어려움 역시 적지 않다. 연구에서는 성인 애도자 중 약 5%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는 지속성 애도 장애(Prolonged Grief Disorder) 기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상실의 부담이 광범위함에도 이를 뒷받침할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여건을 고려하면 인공지능을 활용한 애도 지원 도구에 대한 검토는 필연적이다. 기술적 한계를 명확히 밝히고, 이용자가 필요할 때 접근하도록 설계된 서비스라면 상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평가 기준도 현실에 맞춰야 한다. 이상적 치료 접근성보다, 장기간의 치료 대기시간과 고립감, 그리고 연간 약 20억 달러(약 2조9,340억원) 규모로 형성된 점술·영매 시장처럼 불확실한 대안들이 이미 차지한 영역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애도 지원 기술을 위한 디지털 트윈 방식

‘죽은 이와 대화한다’는 표현이 야기하는 거부감은 기만 가능성 때문이다. AI 기반 애도 지원 도구는 이러한 우려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인공지능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고지하고, 생전 동의로 확보한 자료만을 활용해 남겨진 이들의 기억과 정서를 정리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이 접근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개념과 맞닿아 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경을 모사해 정보를 재구성하는 기술이며, 애도 영역에서는 고인의 이야기·사진·음성·메시지를 정리한 기억 아카이브가 그 역할을 한다. 이는 고인을 대신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상실과 직면하는 과정에서 기억 회상과 감정 조절을 지원하는 장치다.

실제 활용 가능성도 확인되고 있다. 접근 비용 부담이 적고 시간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정서적 완충 역할을 제공할 수 있다. 2023년 이후 메타분석에서 AI 챗봇이 불안·우울 증상을 줄이는 효과가 보고됐고, 디지털 기반 애도 프로그램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지원 자원의 부족은 기술 검토 필요성을 더욱 강화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정신건강 종사자는 인구 10만 명당 평균 13명 수준에 불과하고, 저·중소득 국가에서는 공급 격차가 더 크다. 유럽에서도 치료 접근성의 차이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동일한 시기 미국에서는 영적·점술 시장이 대규모 산업으로 자리 잡아 공식 지원의 공백을 대체해 왔다. 이 같은 현실은 기술 활용 논의가 금지가 아니라 조건부 허용으로 향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재난 노출 여부에 따른 지속성 애도 장애 유병률 격차(단위: %)
주: 애도 집단 유형(X축), 지속성 애도 장애 유병률(Y축)/일반 성인 애도자(연한 빨강), 재난·사고를 겪은 애도자(진한 빨강)

근거가 제시하는 가능성과 한계

고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애도 지원 도구는 아직 대규모 무작위 대조시험이 없다. 그럼에도 기존 연구들은 일정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2023~2025년 체계적 검토에서는 대화형 에이전트가 우울·불안 증상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으며, 2024년 메타분석에서는 우울 성향 성인을 대상으로 한 챗봇 지원에서 뚜렷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전적으로 새로운 개입 방식이 아니다. 자기 기록, 인지 재구성, 행동 활성화 등 기존 기법들이 소규모 단위에서도 효과를 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AI는 이를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제공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온라인 애도 프로그램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관찰됐고, 초기 가상현실(VR) 연구에서도 상실과 관련된 상황을 지나치게 피하는 경향을 줄이고 경험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이러한 근거는 AI가 치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낮추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며 흩어진 기억을 정리하는 보조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안전성 확보는 필수 조건이다. 이용자가 사람 대신 AI와 대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알리는 조치가 필요하며, 유럽연합 AI법은 이를 의무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24년 대규모 멀티모달 모델(LMM) 지침은 감독 체계, 위험관리 문서화, 의료적 활용 테스트를 요구하며 일부 시스템은 이미 영국 국영의료서비스(NHS) 평가를 통과했다. 이러한 기준은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성과 책임성을 갖추도록 하는 최소 조건이다.

AI 챗봇 개입의 우울·불안 증상 완화 효과 비교
주: 증상 유형(X축), 효과 크기(Y축)/우울증(연한 빨강), 불안(진한 빨강)

윤리적 사용을 위한 요건

AI 기반 애도 도구를 둘러싼 윤리 우려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기만 위험이다. 이용자가 AI와 상호작용 중임을 명확히 인지하도록 표시하고, 고인이 살아 있다는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표현은 제한해야 한다.

둘째는 동의와 데이터 처리 문제다.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은 사망자 데이터 보호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국가별 기준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생전 명시적 동의를 원칙으로 하고, 불가피한 사용에는 최소한의 정보만 활용하며 유족에게 거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셋째는 취약한 이용자가 과도한 영향을 받거나 오·남용될 위험이다. 실제로 이탈리아 개인정보보호 당국은 보호 장치가 미흡한 상태로 운영된 대화형 챗봇 서비스에 제재를 부과한 사례가 있다. 이는 감정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이용되는 애도 지원 기술도 같은 방식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지, 동의, 안전 조치를 서비스 출시 이후가 아니라 설계 초기부터 반영해야 한다.

설계 선택은 윤리적 위험을 낮추는 핵심 요소다. 이용 시간을 제한하고, 필요한 경우 자동으로 추모 모드가 적용되도록 하며, 사실이 확인된 정보만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구조를 잠그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금전적 제안은 차단해야 하고, 필요 시 일상관리 지침이나 주변 지지체계와 연결하는 기능도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원칙은 기존 건강관리 앱의 기준과 유사하며, WHO 지침과도 부합한다.

신중한 도입이 필요한 이유와 적용 원칙

기존 지원 체계의 공백을 고려하면 AI 기반 애도 도구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초기 단계에서는 적용 범위를 명확히 제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사망 후 첫 1년의 정서·회상 지원으로 범위를 좁히고, 인공지능과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

자료 활용은 텍스트 중심으로 최소화하고, 음성·영상은 생전 동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외부 자료를 자동으로 가져오는 기능은 차단하고, EU AI법이 요구하는 위험 정보 공개 등 투명성 체계를 갖춰야 한다.

보건체계와의 연계도 필수적이다. 경미한 스트레스에는 기록 정리나 기억 회상 등 구조화된 작업을 안내하고, 어려움이 심화되면 근거 기반 치료나 그룹 지원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일부 인공지능 기반 평가 도구는 이미 의료 영역에서 적용되고 있으며, 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원(NICE)도 디지털 도구 검토를 진행 중이다.

기술이 애도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편지·사진·기록된 이야기 등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지속적 유대(continuing bonds)’ 이론은 적절한 방식의 연결 유지가 오히려 적응적 애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초기 연구에서도 VR 기반 개입이 상실 회피를 완화하고 경험 정리에 기여할 가능성이 보고됐다. 다만 고인의 존재를 주장하거나 허구의 생애 사건을 만드는 기능은 금지돼야 하며, 사후 세계와의 소통을 암시하는 요소도 배제해야 한다.

대화형 기술의 오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사실과 다른 정보는 자동 필터링하고, 불확실한 내용은 명확히 고지해야 하며, 의료·약물 조언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 기술의 목적은 치료 대체가 아니라 정서적 지지와 기억 정리에 맞춰져야 한다.

접근성 측면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두드러진다. 상실의 충격이 큰 지역일수록 전문 지원 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디지털 기술이 구조적 불평등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지만, 접근성을 높이고 고립을 완화하는 역할은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이주 가정, 서로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가족 구성원, 재난·분쟁 지역에서는 다국어 기반 지원의 필요성이 더 크다.

규제 기반의 현실적 선택

매년 수천만 명이 가까운 이를 잃고, 많은 이들이 일상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환경을 고려하면, 적절한 규제와 안전 장치를 갖춘 AI 기반 애도 지원 기술은 상실의 시간을 견디는 데 도움을 주는 수단으로 평가될 수 있다.

현재 시장에는 검증과 감독의 범위를 벗어난 상업적 서비스가 이미 확산돼 있다. 공적 기준을 갖춘 도구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명확한 고지와 확인된 자료를 바탕으로 구축된 디지털 트윈은 인간의 위로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가장 어려운 시기에 정서적 지지와 기억 정리를 돕는 기능은 수행할 수 있다. 그렇기에 관련 기술은 책임성과 안전을 기반으로 신중하게 구축돼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I Grief Companion: Why a Digital Twin of the Dead Can Be Ethical and Useful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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