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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굴기' 중국 ‘DDR5’ D램도 속도전, 한국 메모리 주도권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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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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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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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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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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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MT, 올해 DDR5 비중 60%로 상향
대규모 물량 공세 현실화 시 가격 급락
中 파운드리·팹리스 기업들도 공격적 성장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위협이 더 커지고 있다. 구형(레거시) 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D램 시장에서 물량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과시한 데 이어, 이보다 선단 시장인 DDR5 D램도 본격적인 양산에 나서면서다. 중국의 생산능력(캐파) 확대가 가속화될 경우 지난 5년간 철강·석유화학 산업에서 목도된 ‘중국발 공급 쇼크’가 반도체 분야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대량 생산 여부, 시장 균형 변수

20일 대만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대만 PC 기업 에이서(Acer)의 첸쥔((陳俊)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에이서가 2026년 초까지는 부품 공급을 확보했지만, 전체 산업의 전망은 중국 제조사들의 메모리 생산 규모 확대 능력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메모리 부족 사태가 2027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일부 예측들이 중국의 생산 능력 확장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첸 회장은 "핵심은 중국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안정적인 대량 생산에 도달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이미 몇몇 중국 공급업체들이 DDR5 D램을 출하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현재 예상되는 시점보다 더 일찍 시장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폭증한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DR5의 생산 비중을 조절하면서 가격 급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DDR5의 본격적인 양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올해부터 서버 및 PC용 DDR4 D램 제품 생산을 서서히 줄일 예정이다. 서버·PC용 DDR4 생산이 완전히 종료되는 시점은 내년 중반으로 예상된다. 다만 내수용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공급을 위한 일부 라인은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DDR4를 단종하는 대신 DDR5 생산을 늘리고 있는 CXMT는 올해 전체 메모리 생산량의 60%를 DDR5로 전환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올해 말 CXMT의 월간 웨이퍼 생산 능력이 28만 장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내년에는 30만 장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CXMT가 DDR5 전환에 나선 건 지난해 하반기 DDR4 대량생산에 착수한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CXMT는 지난해 12월 DDR5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서버용 DDR5 샘플을 자국 내 고객사에도 전달했다. 구형 제품이 돼 수익 확보가 어려워진 DDR4를 빠르게 접고 AI 효과로 수요가 많은 DDR5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셈법으로 읽힌다.

산업 고도화 가속, 5년 뒤 中에 반도체 역전당할 수도

DDR5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주력하는 범용 메모리인 만큼, 중국이 DDR5 공급을 늘리면 제품값 하락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DDR5는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범용 D램 중 최선단 제품이다. 지난해 중국이 DDR4 물량 공세를 펼쳤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은 DDR5로 공정을 빠르게 전환하고 프리미엄 수요 공략에 보다 힘을 싣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중국이 거대한 내수를 등에 업고 DDR5를 시장에 대량으로 풀면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하반기 DDR4 가격이 여러 차례 급락했던 것도 중국이 물량 공세에 나선 결과였다. 2023년 10월부터 떨어진 적이 없던 PC향 DDR4 8Gb(기가비트, 1Gx8) 제품 월별 고정거래가격은 이듬해 8월 2.05달러(약 3,000원)로 전월 대비 2.38% 하락했고 같은 해 9월에는 8월보다 17.07% 추락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전월 대비 20.59% 급락했다.

물론 기술력과 수율 확보, 안정적인 양산 체계 등 핵심 영역에서 중국 메모리 기업이 당장 글로벌 시장을 흔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의 D램 가격 급등·공급 부족 국면이 중국 업체들에 시장 경험을 축적하고 공급망을 확대할 수 있는 진입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중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최우선 산업 전략으로 내세운 만큼 로컬 메모리 채택 확대는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수출 규제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국산 칩 사용 비중을 늘리는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입지는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5년 후인 2030년에는 우리나라 반도체 부문 경쟁력이 중국에 완전히 뒤처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10대 수출 주력 업종을 영위하는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 및 전망 조사’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 경쟁력(99.3, 100을 넘으면 중국이 우위)은 근소한 차이로 한국 기업이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030년에는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고 응답 기업들은 예상했다.

파운드리·팹리스 부문에서도 무서운 질주

중국의 기술 굴기는 중국 기업 자체의 노력만으로 빚어낸 성과가 아닌, 국가 차원 장기 계획의 결실이다. 한국·독일·일본 같은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고 2015년 수립했던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가 10년 만에 일궈낸 결과인 것이다. 중국은 공산당 국가 권력이 민간과 한 몸처럼 움직이며 제한된 자원과 인력을 어디에 투자하면 제조업 강국들을 제치고 미래 기술을 선점할 수 있을 지에 집중했다. 그 실례가 내연기관을 건너뛴 전기차 부문의 세계 1등이다.

이 같은 자신감으로 중국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도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中芯國際·중신궈지)는 최근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9% 증가한 1억9,180만 달러(약 2,800억원)를 기록했으며, 매출은 9.7% 늘어난 23억8,000만 달러(약 3조4,800억원)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공장 가동률은 95.8%로 사실상 풀가동에 들어간 상태로, 5나노와 7나노 팹까지 빠르게 증설하겠다는 계획이다.

SMIC가 질주할 수 있었던 배경엔 미국의 수출 규제가 자리한다. SMIC는 미국의 제재로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정책에 탄력이 붙으면서 화웨이 등 최신 AI 칩과 막대한 로컬 팹리스(반도체 설계) 수요를 쓸어 담고 있다. 설비투자 규모 역시 엄청나다. 지난해 73억3,000만 달러(약 10조7,000억원)를 투입했고, 올해도 이를 상회하는 규모가 유지될 예정이다. 2020년 이후 누적 투자액만 최소 300억 달러(약 43조8,0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의 간격도 좁혀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11% 수준에서 올해 2분기 7%대로 낮아진 반면, SMIC는 5% 안팎을 유지하며 상대적 위치를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상위 업체가 일정 부분 점유율을 가져가긴 했지만, 시장 내 견인은 결국 삼성과 SMIC 간 격차 축소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80% 수준의 양산 수율을 확보할 경우 한국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 우위가 급격히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팹리스 기업들도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캠브리콘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7억2,680만 위안(약 3,5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배 가까이 폭증했다. 순이익은 5억6,700만 위안(약 1,200억원)으로, 작년 3분기 1억9,400만 위안(약 400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캠브리콘이 처음 흑자로 돌아선 건 캠브리콘은 미국의 대중 제재가 본격화한 작년 4분기부터다. 실적 상승세에 캠브리콘의 주가도 올해 들어 91% 넘게 올랐다.

엔비디아 중국 지사장 출신이 2020년 설립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 팹리스 무어스레드(Moore Threads) 역시 최근 상하이증권거래소 스타마켓 IPO(상장) 심사를 통과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회사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무어스레드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7억100만 위안(약 1,400억원)으로, 지난 3년간의 총매출액(6억800만 위안·약 1,200억원)을 넘어선 기록이다. 상반기 매출의 약 95%가 AI 컴퓨팅 클러스터 등 AI 관련 제품에서 나왔다.

반면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사업 부진은 AI 칩과 메모리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심화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미 뉴욕에서 열린 시타델 증권 행사에서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 내 엔비디아의 첨단 칩 시장 점유율이 95%에서 0%로 떨어졌다고 밝히며 “현재 우리는 중국 (첨단 칩) 시장에서 100% 배제된 상태”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를 추격하는 AMD와 인텔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들 역시 첨단 AI 칩의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성능을 낮춘 중국 시장용 저사양 칩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현지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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