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FE분석
  • ‘日 잃어버린 30년’ 닮아가는 중국, 장기 불황 경고등

‘日 잃어버린 30년’ 닮아가는 중국, 장기 불황 경고등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중·일 국채금리 사상 첫 역전 가능성
중국 생산·소비·투자 모두 뒷걸음질
경기 회복에 부양책 쏟아내도 회복 불투명

중국과 일본의 국채 금리 격차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일본은 부동산 버블 붕괴 후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반면, 중국은 부동산 침체, 내수 부진, 수출 둔화 등이 겹치며 과거 일본과 비슷한 침체 국면에 진입하는 양상이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과거의 일본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자들이 돈을 걸고 있다는 의미다.

中·日 10년물 금리차 사상 최저 수준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81%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약 1.77%로 양국 간 금리 격차는 0.04%포인트에 불과해 역대 최소 수준이 됐다. 중국 10년물 금리는 두 달 넘게 저점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등 주요 경제 지표들이 기대에 못 미치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로 자금을 이동시켰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정부의 대규모 재정 확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국가부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채 금리가 2008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19일도 일본 채권시장은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765%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8년 6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40년물 금리는 3.695%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20년물 국채 입찰도 부진한 수요를 보였다. '적극 재정'을 추진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번 주 대규모 경기 부양 패키지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본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과 가계 지원 등을 위해 17조 엔(약 60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상 첫 중·일 국채 금리 역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SMBC닛코증권의 수석 금리전략가 미키 덴은 “기초적인 경제 흐름만 놓고 보면 일본 금리는 상승, 중국 금리는 하락 방향을 가리킨다”며 “일본의 10년물 금리가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중국에서 일본으로 자금이 더 많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 장기 국채금리의 추락은 중장기 경기둔화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보다 경제성장 단계가 한참 낮은 중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일본 장기 국채금리 수준 이하로 곤두박질친 것은 그만큼 앞으로 경제성장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본 시장에서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이미 고착화한 만큼 중국 당국의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각종 경제 지표 곤두박질, 경기 회복 가능성 요원

실제로 현재의 중국 경제는 사실상 암흑 터널 속에 갇힌 형국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 테크(기술) 산업에 돈을 퍼붓고 있지만,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수십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내수가 깨어날 조짐이 없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10월 PPI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하락했다. 중국 PPI는 2022년 10월부터 37개월째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다.

중국 내수 경기를 가늠하는 소매판매 지표도 부진하다. 지난달 중국 소매판매는 2.9% 증가로, 지난해 8월(2.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소매판매 증가율은 5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있었던 2021년 이후 최장 기간 둔화다. 중국 경제 활동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이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는 점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지난달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4.7% 줄었다. 중국 내 70개 주요 도시의 10월 신규 주택 가격도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2.2% 하락했다.

물가 하락세도 심각한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36개 주요 도시의 70개 품목 가격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일상 소비재부터 자동차·부동산까지 전반적인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구체적으로 2023년 이후 중국 내 주요 품목 67개 가운데 51개의 가격이 하락했는데, 주택가격은 27%, 비야디(BYD) 전기자동차는 27%, 창청(長城) 레드와인은 29%나 곤두박질쳤다. 달걀과 쇠고기, 감자 등 식품 가격도 14~17% 떨어졌으며 전자레인지·가전제품·의류 등 생활필수품 가격 역시 동반 하락했다. 공식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 부근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훨씬 뚜렷한 가격 하락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가격 하락은 산업 전반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블룸버그가 6,000개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율은 5년 전 19%에서 작년 34%로 급증했다. 민간 기업의 급여 상승률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이며 IT 산업에서는 임금이 오히려 감소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 경제의 최대 버팀목인 수출 증가율도 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달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지난 9월 수출 증가율(8.3%)은 물론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3%)도 크게 밑돈 수준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저조하다.

내수 활성화를 주도해야 할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도 바닥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정부 부채와 그림자 부채(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채)를 합친 총부채 잔액은 92조6,000억 위안(약 1경9,100조원)에 달한다. 지난 4년 새 두 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에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정치 목적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투입된 지방정부 부채가 자금시장 충격에 취약하다고 경고한다. 현재 중국 지방정부는 줄어든 토지 매각수입에 부진한 세수로 재정 압박을 받자 의료와 사회 복지, 인프라 투자에 손을 놓고 있는데,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내세워도 실질적 개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잠자는 돈만 10경원, 실물 경제와 따로 놀아

실제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시도한 지 6년이 넘었지만 내수 경제는 살아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통화정책 전달 경로상 금리가 하락하면 총수요가 민감하게 반응해야 내수가 살아날 수 있으나, 중국은 이미 초저금리 환경에 고착되면서 유동성 함정에 빠진 상태다. 금리 인하가 총수요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가 뚜렷해진 것이다. 이때는 재정지출을 늘려야 하지만 국가 채무 벽에 걸려 이마저도 여의치 못하다. 중국과 같이 이미 국가채무가 위험 수위를 넘은 여건에서는 특별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재정지출을 늘리면 구축효과가 발생해 경기 회복이 아닌 악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기가 더 침체하고 물가가 더 올라가는 재정 침체(fiscal stagnation)를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처럼 금융과 실물 경제가 따로 도는 이분법적 경제에서는 유동성을 아무리 많이 공급해도 자금이 순환되지 않고 정체된다. 현시점 중국은 은행 금리가 연 1%대인데도 불구하고 예금에 쌓인 돈만 300조 위안(약 6경2,000조원)이 넘는다. 벽장 속에 감춰진 퇴장 통화까지 포함하면 485조 위안(약 10경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도 있다. 막대한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연결되지 못한 채 비활성화돼 있는 것이다.

결국 잠자는 자금을 순환시키기 위해서는 성장 경로를 ‘외연적 단계(extensive growth)’에서 ‘내연적 단계(intensive growth)’로 신속히 전환해 지속 가능한 여건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중국은 고성장을 이끌던 외연적 단계가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노동력은 절대인구와 생산가능인구가 동시에 줄면서 급격히 위축됐고, 자본 역시 첨단산업을 제외하고는 추가 투입이 어렵다. 그러나 내연적 단계는 더 열악하다.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자본생산성은 미국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부패 심화와 노후화된 사회간접자본(SOC) 등으로 총요소생산성(TFP) 역시 미국과 비교조차 어려운 수준으로 하락해 있다.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의 전환이 수년간 지체되면서 이분법적 경제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