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베뮤의 비극’이 바꾼 투자 기준, PEF의 경쟁력 ‘사회적 책임’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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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관련 초기 대응 무책임 논란
개선안 이후에도 비판적 여론 지속
책임 관리 체계 엄격 요구 기류

유명 외식 업체의 직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책임경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투자업계에서도 안전관리·근로기준·운영 투명성의 중요도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사고 이후 해당 기업 경영진의 대응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기업의 역할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했고, 투자업계는 수익률 중심에서 벗어나 비(非)재무 요소를 평가에 반영하는 흐름을 강화했다. 책임 투자를 강조한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사례와 업계 전반의 논의는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반응을 넘어 투자 판단 기준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감성 브랜드의 민낯’ 드러나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용노동부 산하 산재보험기금(산재기금)은 PEF 운용사 JKL파트너스 측에 노동환경 등 사회적 책임 요소에 대한 더욱 면밀한 검토와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JKL의 블라인드펀드 투자처이자 인기 외식 업체 ‘런던베이글뮤지엄(법인명 LBM)’에서 직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까지 운용사의 관리 책임 범위에 포함시킬 것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산재기금은 올해 PEF 운용사 5곳을 선정해 총 2,400억원을 출자한 바 있으며, JKL은 이 가운데 약 600억원을 배정받았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상반기 LBM에 입사해 14개월간 근무해 온 직원 A씨(26세)는 인천 7호점 개점 직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숨을 거뒀다. 해당 매장을 오픈한지 불과 나흘 만의 일이다. 그러나 사고가 알려진 시점은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난 10월 말이었다. 사건이 공론화되자마자 내부에서 누적돼 온 피로감과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다수의 전·현직 직원은 스케줄표로 추정되는 자료, 장시간 근무를 암시하는 내용 등을 온라인상에 공유했고, 소비자들은 “인증샷 성지”로 불리던 매장의 화려한 외관 이면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의 행보가 논란을 키웠다. LBM의 성공 신화를 쓴 료(본명 이효정) 고문은 사건이 공론화된 직후 개인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브랜드 철학을 설명하기 위해 촬영한 유튜브 영상들도 일제히 내렸다. 과거 여러 강연과 인터뷰, 에세이집을 통해 “개개인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해 온 인물이 정작 자사 직원의 비극 앞에서 입을 닫으면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차갑게 식었다. 료 고문이 과거부터 패션과 외식업계를 넘나들며 쌓은 개인 브랜드 서사가 이번 논란에서는 되레 역풍으로 돌아온 모양새다.
IB업계에서도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LBM을 인수한 JKL파트너스는 2,000억원 규모 거래를 지난 8월에 마무리했다. 이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과 거래 종결 사이 구간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때문에 실사와 협상 과정에서 해당 리스크가 어느 수준까지 인지·반영됐는지를 두고 업계의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노동부는 지난달 29일부터 LBM 18개 사업장에 대한 근로 감독에 돌입했다. 사고 발생과 초기 대응 방식, 정보 비공개 조치, 감독기관의 조사 확대가 순차적으로 이어지면서 브랜드 운영과 경영 책임 논란 또한 계속되는 흐름이다.

산업 전반 근로조건 개선 압박 강화
LBM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사고 직후 과로사 의혹을 부인하며 논란을 키웠던 초기 대응과 달리 유족과의 합의를 마무리하고 사과문을 공개하는 등 공식 조치를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노동부의 근로 감독에 대응해 근거 서류 정비와 점포별 근무 프로세스 점검에도 착수했다. 이는 이번 사안을 개별 지점 차원의 문제를 넘어 전체 브랜드 운영 방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인정하는 움직임으로, ‘창업자 의존형’ 경영구조 붕괴의 첫 신호로 읽혔다.
그간 LBM의 경영구조는 시장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브랜드 창업자인 료 고문은 제품 콘셉트부터 인테리어, 채용, 점포 운영까지 모두 직접 챙기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든 인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창업자 의존형 경영구조 아래 LBM 내부 관리 체계는 외형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퇴사자들에 의하면 3개월·6개월 쪼개기 계약이 관행처럼 이어졌고, 운영 프로세스는 ‘가내수공업’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점포별 근로환경을 본사 차원에서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브랜드 확장 방식 전반에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비판적 여론은 브랜드 내부를 넘어 최대주주인 JKL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JKL은 이번 사건으로 “공적자금이 노동 논란 기업에 투입됐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산재기금이 출자한 펀드로 LBM을 인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동자 보호 목적의 자금이 과로 의혹이 불거진 기업에 쓰였다”는 여론에 불을 지폈다. 특히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사태 등 PEF업계 전반에 대한 비판이 누적된 상태에서 LBM 관련 논란이 발생하면서 JKL은 시장 감시의 중앙에 설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이번 논란은 단일 브랜드를 넘어 외식·프랜차이즈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전역에 7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면서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해 장시간 노동과 임금 체불을 회피한 육류 전문점을 비롯한 ‘제2·제3의 LBM’ 사례가 잇따라 전해지면서 “사업주의 성공 신화 뒤에 청년 노동 착취가 숨어 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다만 이 같은 사례들의 연이은 폭로는 노동조건 개선 압력 확대로 이어지면서 소비자 불매나 여론 반응 향후 법·제도 강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변화로 평가된다.
‘사회적 책임’ 요구가 새로운 표준
이처럼 최근의 시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표현의 무게를 이전과는 달리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MBK가 올해 연차총회 및 출자자들에게 운용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책임 투자 원칙’을 핵심 의제로 내세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MBK는 이달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연차총회에서 홈플러스 기업 회생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사회적 책임위원회’를 설치하고, 경영진 사재 출연 및 보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MBK는 “위기 상황에서 기업과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이 투자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PEF업계 전반에서도 같은 방향성이 나타났다. PE운용사협회는 박병건 신임 회장 취임사에서 “(PEF가) 수익률 제고뿐 아니라 투명하고 책임 있는 자본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히며 업계 차원의 자율 규제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투자 심의 단계에서 노동과 지역사회, 환경 등 비재무 요소를 본격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됐다. 과거에는 펀드의 수익성과 회수 전략이 평가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지역사회의 반응과 정치권 평가, 소비자 신뢰도 등이 딜 성사 여부와 운용사의 명성에 직결된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노앤파트너스가 SK오션플랜트 인수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다가 지역 반발과 정치적 이슈를 고려해 출자 계획을 전면 철회한 사례는 책임경영 요구가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음을 잘 보여준다.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경남 고성군에서는 철회 요구가 빗발쳤고, 국회에서는 정부의 조정 역할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운용사 심사 기준에 ‘이해관계자 관리 능력’과 ‘지역 여론 대응 역량’을 포함시켰고, 운용사들은 기존 수익성 중심 전략만으로는 출자 유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개별 거래 차원을 넘어 시장 전체의 투자 철학을 바꾸고 있다. 투자자들은 재무성과 외에도 노동환경과 안전관리 체계, 소비자 신뢰 회복 방식, 지역사회와의 관계, 정보보호 수준 등이 종합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운용사들은 이런 항목을 펀드 전략과 밸류업 과정에 체계적으로 반영해야만 출자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는 곧 투자업계가 단기 수익이 아닌, 오랜 기간 축적되는 신뢰와 관계 관리를 실질적 경쟁력으로 삼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