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팔로워 수 보다 중요해진 것, 집단을 잇는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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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영향력은 규모보다 서로 떨어진 영역 사이의 흐름이 결정 느슨한 접촉, 아이디어와 정책의 도달 범위 변화 조직 간 교류 구조와 전달 경로 설계가 지속성을 좌우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링크드인(LinkedIn)은 5년에 걸쳐 이용자에게 추천하는 상대를 조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변화만으로 새로 확보된 일자리가 60만 개 증가했다. 효과를 낸 것은 유명 인맥이나 대형 계정이 아니라, 평소 교류가 거의 없던 사람들과의 가벼운 접점이었다. 알고리즘이 이용자를 익숙한 관계 밖으로 이끌자 기회가 넓어졌고, 확산도 이런 접점에서 시작됐다. 약 2,000만 명이 참여해 20억 건의 신규 제안이 만들어진 이 실험은 온라인 영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교육 현장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도달 규모보다 집단 간 접점을 넓히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필요한 것은 팔로워 수가 아니라 경계를 잇는 통로다.
군집을 연결하는 구조의 힘
영향력은 서로 떨어져 있는 집단이 연결될 때 커진다. 학교, 연구 조직, 교육청, 학부모 공동체처럼 서로 다른 단위 사이를 잇는 역할은 의사결정의 흐름을 바꾸는 핵심이다. 중심에 선 인물보다 흩어진 정보를 이어주는 위치가 더 큰 영향력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결이 생기면 마찰이 줄고 경로가 안정되며, 정책과 프로그램 역시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관계망을 머릿속에서 구조로 파악한다. 어느 지점이 비어 있고, 어떤 경로가 끊겨 있는지를 읽어낼수록 정보 전달의 정확성도 높아진다. 팔로워 수보다 구조적 공백을 파악하는 능력이 전략을 좌우하는 이유다. 전 세계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56억명에 이르며, 주당 이용 시간도 18시간을 넘는다. 관심은 빠르게 모이지만 유지되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순한 노출보다 집단 간 흐름을 만드는 구조가 지속적 영향력을 결정한다.
멀리 퍼지는 약한 접점의 역할
링크드인 실험은 낯선 집단과의 작은 접점이 기회를 넓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존 인맥 안에 머무를 때보다 다른 집단과 맞닿을 때 일자리 증가 폭이 컸다. 정보 확산 연구도 동일한 결론을 제시한다. 군집 사이의 통로가 열려 있을수록 콘텐츠는 더 멀리, 더 안정적으로 이동한다. 플랫폼 이용이 많아질수록 약한 접점은 빠른 전달 경로로 작동한다.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나 AI 활용 지침처럼 확산이 필요한 정책은 이 구조가 있어야 현장 곳곳에 정착한다.
연구에서 다루는 ‘가십’도 이런 흐름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일상적 표현이지만, 집단 내부에서 오가는 평가·추천·경고 정보 전체를 의미한다. 특정 에듀테크 도구의 문제점 공유, 검증된 수업 자료의 소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출처 전달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소문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돕는 신호로 기능한다. 집단 간 통로가 명확할수록 이러한 신호는 더 정확하게 이동한다.
반면 같은 통로는 잘못된 정보도 퍼뜨릴 수 있다. 최근 연구는 검증 없이 영향력만 큰 계정이 허위 정보를 확대하는 사례를 지적한다. 보건·건강 분야는 특히 오정보 비중이 높고, 알고리즘이 자극적 게시물을 우선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고 네트워크를 폐쇄할 필요는 없지만, 출처 표시, 외부 검증, 정정 정보의 이동 여부 확인 등 경로 관리는 필요하다.

주: 네트워크 유형(X축), 도입률(Y축)/폐쇄형 네트워크(연한 빨강), 느슨한 연결의 네트워크(중간 빨강), 브릿지 및 공식 브로커(진한 빨강)
브리징 전략의 실천 방식
교육 분야에서 여러 집단을 이어주는 기능은 오래전부터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연구 결과를 현장에 전달하고, 현장의 문제를 다시 정책으로 연결하는 과정은 모두 이 중개 기능에서 출발한다. 최근 분석도 이 역할이 있을 때 아이디어가 넓게 퍼지고 학교 조직에 정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교원 양성기관은 수업 경험과 연구를 잇는 통로를 마련하고, 교육청 연구 조직은 인력 교체와 무관하게 지식의 흐름을 유지한다.
이 구조를 체계적으로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집단이 서로 연결돼야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학교, 부서, 지역 공동체, 학부모 조직, 민간 파트너 등 서로 다른 위치의 집단 사이에서 어떤 정보가 오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어서 이 흐름을 관리할 담당자를 지정해 경계 간 전달을 맡길 필요가 있다.
성과 평가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노출 규모나 반응 수 같은 단일 집단 중심 지표는 확산을 설명하지 못한다. 교육 프로그램이 학년 간으로 이동했는지, 초기 사용자 밖으로 확장됐는지, 신규 교사가 협력망에 편입됐는지처럼 집단 간 이동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여러 연구도 개방적 네트워크가 개선을 오래 유지한다고 보고한다.
또한 콘텐츠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플랫폼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 추적 도구가 제한되면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기관은 공개 데이터를 활용하고 내부 분석 체계를 구축해 군집 간 이동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 표면적 반응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다.

주: 분기(X축), 확산력(Y축)/팔로워 수 기반(진한 선), 매개 중심성 기반(연한 선)
경계를 넘는 영향력의 조건
온라인 영향력에 대한 통념은 여전히 콘텐츠량, 반응 지표, 해시태그 활용, 협업 계정 규모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만으로는 아이디어가 다른 집단으로 확산됐는지, 새로운 영역에서 자리를 잡았는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도달 규모가 아니라 경계를 넘는 이동이다.
이를 위해 정보 공유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자료를 배포할 때는 다른 공동체 사례와 외부 근거를 함께 제시해 교차 확산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알릴 때는 기존 네트워크 바깥의 파트너를 포함해 다른 시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웨비나는 서로 다른 집단의 질문과 답변을 기록해 확산 가능한 자료로 남기고, 정책 문서는 두 공동체가 모두 접근할 수 있는 채널에 게시해야 한다. 작은 연결 하나가 도달 범위를 크게 바꾼다.
지표 역시 이동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플랫폼 인기 게시물과 반응 수는 내부 확산만 보여줄 뿐이다. 연구자에서 교사로, 교사에서 가족으로, 파일럿에서 정책으로 이어지는 흐름처럼 집단 간 이동 경로를 기록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용자가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정보를 소비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특정 플랫폼 내부의 영향력보다 여러 공간을 잇는 구조가 더 적합하다.
연결 방식의 작은 변화가 60만 개의 일자리 이동을 만든 것처럼, 교육에서도 구조 변화를 통해 확산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 경계를 넘는 연결은 정보를 넓게 확산시키고, 신뢰 신호를 새로운 집단으로 전달하며, 작은 실험을 더 큰 규모로 확장한다. 잘못된 정보가 퍼질 위험도 있으나, 해결책은 네트워크를 닫는 것이 아니라 이동 경로의 질을 관리하는 일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top Chasing Followers: Social Network Bridging Is the Real Power in Educa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