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돌봄·성평등강화가 바꾼 한국 노동시장, 워킹맘 고용률 64.3% ‘역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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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4세 기혼여성 고용률 64.3% 사상 최고치 경력단절여성은 110만 명, 전년比 11만 명 줄어 공공 보육정책 및 사회적 인식 변화 주효

미성년 자녀를 둔 ‘워킹맘’ 비율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취학 연령대인 13~17세 자녀를 둔 워킹맘의 고용률은 처음으로 70%를 돌파했다. 10명 중 7명은 취업 전선에 뛰어든 셈이다. 이는 공적 돌봄 인프라 확충과 기업 현장의 유연근무제 확산, 그리고 육아를 여성의 전담 책임으로 보지 않는 인식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아이 있어도 일한다”
21일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15~54세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64.3%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후 역대 최대치다. 2020년만 해도 해당 조건의 여성 고용률은 55.5%에 불과했지만 5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의 고용률이 4.3%포인트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기혼여성 고용률 증가폭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워킹맘의 비율은 △ 45~49세 67.9% △ 50~54세 66.5% △ 35~39세 64.7% △ 40~44세 64.5% △ 30~34세 57.8%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워킹맘의 비율을 자녀수별로 살펴보면, 자녀 1명(64.6%), 자녀 2명(64.6%), 자녀 3명 이상(60.6%) 순이었다. 자녀수와 무관하게 일자리에 뛰어든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자녀가 13~17세 취학연령일 경우, 15~54세 기혼여성 고용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70.4%로 지난해 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7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12세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 고용률은 66.1%,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 고용률은 57.7%였다. 자녀의 연령대와 관계없이 전 연령대 기혼여성 고용률은 전년 대비 1.2~2.1%포인트 증가했다. 기혼여성 고용률이 대폭 늘어나면서 15~64세 기혼여성 가운데 경력 단절 비중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14.9%를 기록했다.
기혼여성이 주로 몸담고 있는 업종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47만5,000명·17.8%), 교육서비스업(41만7,000명·15.6%), 도매 및 소매업(33만4,000명12.5%) 순이었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에 주로 취업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경력 단절 기혼여성이 보험설계사나 유통업체 물류센터 일용직에 종사하는 경우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늘봄학교’로 초등 1·2학년 ‘마의 계곡’ 돌파
기혼여성 고용률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늘봄학교, 영유아 보육시설 연장 운영 등 돌봄정책 확대다.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의 ‘돌봄공백’을 메우기 위해 늘봄학교를 전면 도입했다. 늘봄학교는 정규 학교 수업 시작 전인 아침 7시부터 수업 종료 후인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초등 1학년생을 돌봐주는 프로그램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6,175개 초등학교 가운데 늘봄학교를 도입한 곳은 2,741개교로 전체의 44.3%에 달한다.
정부가 늘봄학교를 전격 도입한 것은 초등 1·2학년생들의 시간공백과 학습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초등학교 진학 전 유치원 종일반 등에서 오후 4~5시 전후까지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어린 자녀들은 초등학교 1학년에 진학하는 즉시 오후 1~2시 내외로 귀가 시간이 3~4시간가량 앞당겨진다. 일찍 귀가하는 초등 1·2학년생들은 갑자기 늘어난 시간공백과 학습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학교와 집 근처 학원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맞벌이 부부들은 학원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자녀의 초등 1·2학년 시기를 ‘마(魔)의 계곡’으로 부른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한국 워킹맘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의 50.5%와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의 39.8%가 퇴사나 이직을 고민한 시점으로 ‘초등학교 입학’을 꼽은 바 있다.
마의 계곡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초·중·고교 중 사교육 참여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초등학교로 85.2%에 달했다. 중학교(76.2%)와 고등학교(66%)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를 학년별로 세분화하면 초등 2학년의 사교육 참여율이 88%로 전체 1위를 차지했고, 초등 1학년의 참여율도 85.7%로 전체 4위를 기록했다. 2위와 3위는 각각 초등 3학년(87.6%)과 초등 4학년(86.3%)이 차지했다.
방학 역시 초등학교 1·2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에게 1년에 두세 번씩 찾아오는 마의 계곡이다. 학교가 문 닫는 방학 중에는 아이들을 집에서 돌봐주고, 삼시 세끼 식사를 챙겨 줄 보호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출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들로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양가 조부모나 친인척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여건이 안 되면 육아도우미(베이비시터)를 찾을 수밖에 없다. 결국 고학력 여성들이 양육으로 인한 퇴사나 이직을 고민하거나, 경력단절이 발생하는 시기도 대개 방학을 전후해서였다.
또 다른 보육지원 정책인 아이돌봄서비스도 호평 받고 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양육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가정의 12세 이하 아동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해 시설보육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정책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방과 후 늘봄학교 같은 기관이 미처 채우지 못하는 틈새 시간에 보육을 제공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가격도 평일 기준 요금이 시간당 1만1,630원으로 저렴한 편이라 저출생 시대에 맞춤형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이와 더불어 공동육아나눔터도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공동육아나눔터는 지역의 아파트나 가족센터, 주민센터 등의 유휴 공간을 돌봄 공간으로 조성하고, 부모들이 육아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토대로 이웃과 소통하며 함께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런 형태 사업은 일본에서도 실질적인 효과가 입증됐다. 도쿄에서 600여 ㎞ 떨어진 오카야마현 농촌 소도시 나기초 지역은 무료 육아시설인 '나기 차일드 홈'을 운영해 2005년 1.41명이던 출산율을 2019년 2.95명까지 끌어올렸다.
유연근무제, 여성고용·출산율 모두 높여
정부의 보육 정책과 함께 기업들의 유연근무제 확대도 기혼여성 고용률을 견인한 요소로 꼽힌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근무 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만들어 일하는 부모가 일과 육아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기업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과거 '나인투식스(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방식)', '반드시 사무실 출근' 등 기존에 고정돼 있던 근무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풀고 근로자가 회사와 합의하에 유연하게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활용 중인 유연근무제는 시차출퇴근제다. 자율출퇴근제라고도 불리는 시차출퇴근제는 기존의 소정근로시간, 보통은 하루 8시간 근무시간을 유지하면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다. 재택근무제도 유연근무제 유형 중 하나다. 시차출퇴근제나 근로시간 단축근무제, 선택적 근무시간제 등 일하는 시간의 제약을 푸는 방식과는 달리 근무 장소를 유연하게 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최근에는 업무 시간 내내 집에서 일하는 전면 재택근무보다 사무실 출근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근무'가 주로 활용된다. 일주일 중 일부만 사무실로 출근하거나 하루 중 일부 시간에만 사무실에서 일하면 된다.
국내 대부분 기업은 하이브리드 근무와 시간의 유연성을 주는 제도를 결합해 주로 사용한다. 핀테크 기업 핀다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코어타임(핵심 근무 시간)을 지키면 사무실 출근으로 쳐주고, 주 2회 재택이 가능하다. 커스텀 워크를 통해 일주일간 일하는 스케줄을 미리 짜고 공유하며, 반차보다 더 작은 단위인 반반차(2시간)도 적극 활용한다.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도입한 '육아기 자율근무제'를 통해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루 8시간 근무 조건만 지키면 개인 사정에 따라 출근과 재택을 혼합하거나 퇴근 후 재출근을 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 남성 직원 비중이 90%가 넘는 포스코는 2020년 국내 기업 최초로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도입해 워킹맘·대디가 근무 여건에 따라 일정 시간 재택근무를 신청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육아를 여성의 몫이라 인식하던 사회 풍조가 바뀐 점이 읽히는 대목이다.
한발 더 나아가 업무 전체를 완전히 재택근무로 하면서 일하는 장소의 제약을 풀어낸 회사도 있다. 육아용품 제조기업 코니바이에린은 2017년 창업 당시부터 전 직원 재택근무 시스템을 도입했다. 협업을 위해 한국 시간 기준으로 코어타임만 지키면 그 외 시간은 달리 활용할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코어타임 중에도 시간 조정이 가능한 배려시간제를 도입해 낮 중 육아를 위해 짬을 낼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해 뒀다. 아울러 아이와 함께 출퇴근할 수 있는 사무실 환경 제공,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 대상 돌보미 앱 서비스 비용 지원 등 다양한 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