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녹색채권 프리미엄의 착시, 진짜 가치는 시장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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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불안정성 심화의 시장 요인 시장 성숙이 만든 정보·표준 기반 강화 위험 완화 정책 중심의 비용 절감 구조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권 그린본드(녹색채권) 프리미엄은 선진국에서 약 2bp(1bp=0.01%), 신흥국에서는 10bp 수준에 머문다. 매도–매수 스프레드와 비슷한 폭이어서 시장에서 명확히 분리해 보기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프랑스은행(Banque de France) 분석에서도 프리미엄은 확인됐지만 시기·발행국·공급량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그럼에도 녹색채권 발행은 꾸준히 확대됐고, 공시·기준 체계도 빠르게 정착됐다. 가격 효과보다 녹색채권 프로그램이 구축하는 공시·표준·투자 기반의 영향이 더 커지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존재하지만 작고 흔들리는 프리미엄
녹색채권 프리미엄은 존재하지만 규모는 작다. 선진국 평균 2bp, 신흥국 13bp라는 수치는 IMF와 세계은행(World Bank), 유럽 지역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 격차는 단기 변동이나 유동성 차이에 쉽게 묻혀 시장에서 독립된 신호로 인식되기 어렵다.
프랑스은행이 2017년 이후 유럽 21개 녹색채권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2021~2024년 평균 프리미엄은 –2.8bp였다. 공급 규모와 경매 일정, 거시 환경 변화가 발생하면 이 값은 금세 축소되거나 반전되기도 했다. IMF와 프랑스은행은 프리미엄이 재정 여건과 시장 수급, 발행 전략에 민감하게 움직인다고 설명한다. 초기에는 희소성이 프리미엄을 지탱했지만 발행이 늘어날수록 할인 폭은 줄어드는 흐름이 반복됐다. 최근에는 공급 증가와 제도 변화가 겹치며 변동성이 더 커졌고, 프리미엄은 구조적 기준이 아닌 환경 요인에 좌우되는 보조 신호로 남아 있다.

주: 선진국 평균 약 2bp, 신흥·개도국 평균 약 13bp로 녹색국채 프리미엄은 작지만 지역별 격차가 크게 나타난다.
시장 성숙에 따른 정책 변화
프리미엄이 약해진 배경에는 시장의 성숙이 있다. 2024년 지속가능채권 발행 규모는 1조1,000억 달러(약 1,500조원)를 넘었고, 유럽은 높은 정렬 비중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준을 사실상 주도하는 위치에 올랐다.
같은 해 유럽연합(EU)은 유럽 그린본드 표준(European Green Bond Standard)을 시행하며 EU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맞춘 사업 적합성, 공시 규정, 외부 검토 절차를 강화했다. 이 조치는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크게 끌어올렸지만, 가격보다 정보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해 프리미엄의 희소성은 빠르게 약해졌다.
2025년 미국에서는 정치 환경 변화로 ‘그린허싱(greenhushing, 녹색채권임을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는 관행)’이 확산됐다. 같은 시기 글로벌 2분기 지속가능채권 발행도 201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흐름은 프리미엄이 시장·정책·정치 요인에 따라 흔들리는 지표임을 다시 보여준다.
공시·기준·데이터가 만드는 시장 기반
녹색채권의 가치는 프리미엄보다 시장 인프라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부는 발행 과정에서 사업 기준, 자금 사용 내역, 성과 보고를 단계별로 공개해 선정 기준과 점검 절차를 투명하게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기준수익률 자료가 쌓이고, 사업 분류 체계가 정착되며, 관련 데이터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정보 기반이 넓어질수록 시장 투명성과 정책 신뢰도는 함께 높아지는 구조로 이어진다. IMF는 이러한 시스템이 민간의 지속가능채권 발행을 촉진하는 ‘크라우드인 효과’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유럽은 EU 녹색분류체계 기준에 맞춰 정렬 비중을 꾸준히 높였고, 중국도 외부 검토와 보고 제도를 강화해 투명성을 끌어올렸다. 정보 구조가 안정되자 녹색채권 프로그램은 조달·감사·프로젝트 운영 전반의 질을 높이는 기반으로 자리 잡았고,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다.

주: 신흥·개도국은 그리니엄으로 10년 동안 약 13bp의 이자 절감 효과를 얻지만, 선진국은 약 2bp에 그친다.
정책 초점의 전환
녹색채권 프리미엄이 작고 변동성도 큰 만큼 정책 방향은 이에 맞춰 조정돼야 한다. 정부는 재정 여건이 허용되고 만기 구조가 안정적인 시점에 발행해야 시장 수요와 충돌을 피할 수 있다. 일반채와 짝을 이루는 벤치마크 라인을 마련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자금 사용 내역과 성과 보고를 제때 제공하는 신뢰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공시 시스템은 발행국의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다.
연구들은 자본비용 절감 효과가 녹색채권 표기보다는 프로젝트 위험을 낮추는 정책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고 분석해 왔다. 초기 기술 보증은 민간의 위험 부담을 줄여 투자 여력을 강화하고, 예측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경매 일정은 수익 전망을 명확히 해 금융비용을 낮춘다. 탄소가격 하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정책도 장기 프로젝트의 수익 구조를 뒷받침한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이러한 위험 완화 정책의 효과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극한 기후, 규제 강화, 에너지 가격 급등기가 발생하면 녹색채권 프리미엄이 일시적으로 확대되지만 공급 증가나 정치 변화가 나타나면 다시 약해지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시장 신뢰의 기준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안정적인 프로그램의 건전성과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고, 프리미엄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Rethinking the Green Bond Premium in Sovereign Deb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