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태국의 녹색 전환 가속, 석유 수요 패턴에 변화
입력
수정
화석연료 중심 전력 구조에서 청정 전력 체제로 전환 동남아 전력 기반 성장 확산, 석유 수요 증가 압력 완화 기술 투자와 인력 준비가 전환 실현의 핵심 조건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태국이 전력 구조의 대대적 전환에 나서고 있다. 현재 전력의 80% 이상이 석탄과 가스에서 생산되지만, 최신 전력 모델은 향후 구성 변화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분석에 따르면 태양광 비중은 현재 약 2%에서 2037년 28%까지 확대되고, 재생에너지와 저장설비는 전체 전력의 절반가량을 담당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약 1억 4,700만 톤의 CO₂ 배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이러한 전환은 전기차 생산과 데이터센터 확대를 통해 산업 구조를 재편하려는 태국의 전략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태국의 전력 전환은 동남아시아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변화시키며, 이 흐름이 국제 석유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국의 녹색 전환과 성장 전략
태국의 전력 구조는 여전히 화석연료 중심이다. 전력의 80% 이상은 석탄과 천연가스에서 생산되고, 가스는 최근 전체 전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스 수입 비중은 2015년 약 20%에서 2024년 약 40%로 상승해 에너지 안보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태국 정부는 전력 구성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개정된 전력개발계획(PDP)은 2037년까지 재생에너지와 저장설비를 약 6만 4,000MW(메가와트) 추가해 청정 전력 비중을 51%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 에너지 분석기관 엠버(Ember)는 이 계획이 기술적·경제적으로 모두 실현 가능한 경로라고 평가한다. 분석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확충으로 가스 사용량은 10% 이상 감소하고, CO₂ 배출은 1억 4,700만 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투자비가 증가하더라도 2037년까지 전력 시스템 비용이 약 18억 달러(약 2조4,800억원) 절감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태양광 단독 비중 역시 현재 2%에서 28%로 늘어 전력 공급 기반의 성격을 실질적으로 바꾸게 된다.
국제 에너지 환경 역시 태국의 정책 방향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전력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신규 발전의 기본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2024년 전 세계 전력 생산 증가량 1,200TWh(테라와트시) 중 80% 이상이 태양광·풍력·원전 등 저배출원에서 나왔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2024년 32%에서 2030년 43%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2025~2030년 전력 수요 증가분의 90% 이상이 재생에너지로 충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은 아직 이 흐름에 완전히 올라탄 단계는 아니지만, 동일한 기술 혁신과 비용 하락이 적용되기 때문에 투자 여건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주: 연도(X축), 태양광 발전 비중(Y축)
중국의 석탄 시대와 태국의 다른 선택
태국의 전환 전략이 주목되는 이유는 과거 중국의 사례와 뚜렷이 대비되기 때문이다. 1990~2000년대 중국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동안 전력 생산의 대부분을 석탄에 의존했다. 2000년 석탄 비중은 77%에 달했고, 2020년에도 63% 수준이었다. 2023년에도 전력의 약 60%가 석탄에서 나오는 등 구조 변화가 더뎠다.
전력이 석탄에 집중된 만큼 산업 활동과 교통 부문의 석유 소비가 급증했고,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공급이 소수 산유국에 집중돼 있었던 구조 때문에 국제 유가는 작은 충격에도 큰 폭으로 뛰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반복적인 가격 급등을 낳았고, 당시 아시아 고성장 국가들은 높은 가격에도 석탄·가스·석유를 대량으로 수입해야 했다.
반면 현재 동남아 주요국은 에너지 수요를 전력 중심 구조로 옮기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전기차는 이미 글로벌 신규 자동차 판매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2035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IEA는 2035년 전 세계 도로에 전기차가 8억 4,000만 대 이상 보급될 경우 하루 약 1,000만 배럴의 석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한다. 세계 석유 수요는 2030년 이전 1억500만~1억 600만 배럴 수준에서 정점을 찍고 감소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태국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주: 구분(X축), 석유량(Y축)/IEA 기준 예상 석유 수요, 예상 석유 생산능력
청정 전력 확대가 바꾸는 석유 수요 구조
태국의 전력 전환은 동남아 지역의 장기적 에너지 수요 구조를 바꾸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엠버 분석에 따르면 태양광 비중 확대와 라오스 수력 전력 도입은 연료·발전 비용을 합쳐 약 50억 달러(약 6조9,000억원)를 절감하고, 전력 단가를 MWh당 약 1.3달러(약 1,800원) 낮출 수 있다. 2024년 PDP에서도 재생·저장 설비 6만 4,000MW 확대와 화력발전 8,000MW 감축이 제시돼 있어, 가스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지역 차원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나타난다. ASEAN 회원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발전설비 기준 45%, 일차에너지 기준 30%로 높이기로 합의했다. ASEAN 전력망 모델은 각국이 목표를 달성할 경우 전력 공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현재 30% 미만에서 2050년 70%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 유가와의 연계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과거 석유파동(오일쇼크)은 산업·운송 분야의 석유 수요가 높고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발생했다. 생산량을 즉시 늘리기 어려운 구조에서는 작은 충격에도 가격이 급등했다. 그러나 동남아 국가들이 전력 중심 산업으로 전환하면 경제성장에 따른 석유 수요 증가 폭이 완화돼, 아시아 성장률 상승이 곧바로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는 기존 패턴이 약해질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이 요구하는 인력 재정비
전력 전환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기술만큼이나 인력 준비가 중요하다. 태국 제조업의 핵심인 자동차 산업은 7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보유하고 있으나, 내연기관 기반 기술만으로는 미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 배터리 화학, 전력전자, 고전압 안전, 소프트웨어 진단 등 전기차 기반 기술이 필수 역량으로 부상하면서 교육기관은 관련 교육 과정 개편이 필요하다.
디지털 산업도 전력 전환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데이터센터·클라우드·AI 산업의 확대로 전력·냉각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력 운영과 효율 기술을 동시에 이해하는 인력 수요가 커지고 있다. 연 7.5~8.5% 성장이 예상되는 태국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서버 운영과 변전 기술을 함께 이해하는 인력 부족이 이미 지적되고 있다. 이공계 교육에서는 전력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한 교육이 필요하며, 경영 교육에서는 기본적인 에너지 관리 역량을 포함해야 한다.
ASEAN 전력망 구축과 국경 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확대 역시 새로운 전문성을 요구한다. 공학뿐 아니라 제도·정책 지식이 필요하고, 화석연료 기반 산업이 축소되는 지역에서는 중년층 재훈련과 태양광 설치·유지보수 등 실무형 교육이 요구된다.
궁극적으로 태국의 전력 전환은 실행 속도가 관건이다. 전력 공급 기반이 청정 전력 중심으로 이동하면 제조업·디지털 산업 성장과 원유 수입 증가가 자동적으로 연결되던 과거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술 투자, 인력 양성, 지역 협력이 병행된다면 태국의 전환은 계획 단계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산업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가 성장 방식의 변화를 의미하며, 아시아 경제 확장이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던 기존 흐름을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ailand Green Energy Transition: Why Southeast Asia’s Next Growth Wave May End the Oil Shock Era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