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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G20’ 트럼프 보이콧 속 다자주의 승리, 美 뺀 세계 협력 확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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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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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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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개막일에 이례적 선언문 채택
트럼프 보이콧에도 유럽·亞 지도자 대거 참석
미국 독주 맞서 다자주의 재확인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함께 손뼉 치는 각국 정상들/사진=G20 South Africa 홈페이지

'연대·평등·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첫날에 정상선언이 채택됐다. 남아공이 백인을 박해한다고 주장하는 미국이 빠진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강력히 거부해 온 내용의 정상선언이 전격 채택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일방주의 노선을 확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신뢰와 정당성이 의심받는 가운데, '미국을 뺀 세계(world minus America)'의 대응이 갈수록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기후변화 대응 포함 ‘反트럼프’ 행보

23일(이하 현지시각) 빈센트 마궤냐 남아공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회의장인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회의를 시작하는 시점에 컨센서스로 정상선언이 채택됐다"며 "일반적으로 선언문은 회의 마지막에 채택되지만 정상선언을 첫 번째 의제로 삼아 먼저 채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날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외무부)는 30쪽, 122개 항으로 이뤄진 'G20 남아공 정상선언'을 공개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모순되는 일방적인 무역 관행 대응,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재생에너지 확대, 가혹한 수준에 달하는 빈국의 부채 상환 부담 경감 등을 주요 의제로 채택했다. 미국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일방적인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는 것에 정반대되는 의제다. 정상들은 선언에서 "우리는 G20 회의를 국제 경제 협력을 위한 핵심 포럼으로 삼고, 다자주의 정신으로 합의에 기반한 운영을 계속하도록 전념할 것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지정학·지경학적 경쟁과 불안정, 심화하는 갈등·전쟁, 불평등 확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분열 증대라는 배경 속에 모였다"며 "공동의 도전을 함께 다루기 위한 다자 협력의 믿음을 강조한다"고 선언했다. 또 "우리는 국제연합(UN)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온전히 준수하며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점령된 팔레스타인 자치구, 우크라이나에 대해 정의롭고 포괄적이며 영구적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세계 곳곳의 여타 갈등 및 전쟁을 끝내는 데에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남아공이 아프리카너스 백인을 박해한다고 주장하며 G20 의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끝에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이후 미국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동의 없는 정상선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남아공 정부에 공식적으로 전달하며 자국의 합의 부재를 반영한 의장 성명만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차기 의장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겁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반발했고 회의 첫날 정상선언을 전격 채택했다.

트럼프 행정부, 국제기구·협약·조약 탈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G20 보이콧을 두고 일각에서는 다자주의를 향한 미국의 지속적 이탈 흐름에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일방주의 행보의 발걸음을 뗐다. 파리협정은 2015년 UN 기후변화 회의에서 채택된 국제 조약이다. 전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에 따라 기후행동에 참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이 협정에 참여한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5년 단위로 제출하고 이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7년 6월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파리협정이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불공정한 부담을 가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실제로 탈퇴의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엔 협정 발효 이후 3년이 지나야 UN에 탈퇴를 통보할 수 있고 일련의 유예 기간이 적용된다는 규정으로 인해 2020년 11월이 돼서야 공식 탈퇴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듬해인 2018년 1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협정에 재가입했다.

그러나 집권 2기 들어선 직후인 지난 1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에서 재탈퇴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또다시 강력한 반(反) 기후정책 노선을 선언했다. 협정에서 탈퇴함으로써 1조 달러(약 1,460조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는 말과 함께였다. UN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따르면, 파리협정 당사국이 탈퇴를 통보할 경우 ‘탈퇴서가 UN에 접수된 날부터 1년 후’ 또는 ‘탈퇴서에 명시된 날’ 중에 더 늦은 날에 탈퇴 효력이 발효되는 만큼, 늦어도 내년 1월경에는 미국의 정식 탈퇴가 공식화할 전망이다.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면 리비아, 이란. 예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꼴이 된다. 미국이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3%를 차지하는 배출량 세계 2위 국가인 데다,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세계 1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책임한 처사란 평가가 많다.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면 미국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의무를 지지 않게 되고,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출연도 거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UN 인권이사회(UNHRC), UN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도 미국을 탈퇴시켰다. WHO에 대해서는 "미국이 자금을 대지만 중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부패한 세계주의 사기극"이라며 비난했다. 그는 또한 미 연방정부의 국제개발처(USAID)를 폐지하고, 직원 수를 1만4,000명에서 294명으로 줄였으며 전 세계에서 미국이 지원하는 원조 프로그램도 갑작스럽게 삭감했다. 아울러 이달 22일 열린 제30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도 연방정부 차원의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국제사회 대응 강화, 역풍 맞을 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들은 다자주의를 지양해야 한다는 이념적 신념에 기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자기구와 그 협약은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미국의 행동 자유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제한한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에서는 강대국 간의 협상과 양자 간 협정이 다자기구들이 정하고 관리하는 국제 규칙보다 훨씬 우월하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상주의를 버리고 자국 이익을 위해 경제를 최우선으로 추구하고 있다. 이는 물질주의와 외교 현실주의의 보기 드문 조합으로, 일각에선 ‘물질적 현실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배경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미국 전임 대통령들이 추구한 '고상한 이상주의'는 두 번이나 실패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중동에서 더 큰 자유와 평화, 미국의 안보를 목표로 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실패한 이상주의를 포기하고 돈을 좇는 것을 택했다. 미국 경제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략적 이익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을 내세우며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미국 패권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돈로 독트린은 1823년 미국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James Monroe)가 천명했던 외교정책 '먼로 독트린'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합친 합성어로 지난 1월 미국 뉴욕포스트가 처음 사용했다.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안방처럼 관리하려 했던 먼로 독트린과 트럼프의 2기 대외 정책이 유사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최근 G20에서의 다자주의 강화나, 미국이 탈퇴한 이후에도 WHO가 장래의 글로벌 팬데믹과 기타 공동 보건 과제를 다루기 위해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을 채택하는 데 성공한 점 등을 비춰볼 때, 미국의 일방주의는 무역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게다가 글로벌 공급망, 에너지·기후 거버넌스, 기술·안보 규범 등은 이미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높아 단독행동이 성립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칠레 외교관 출신 호르헤 에이네는 "2025년은 1823년이 아니다. 이런 접근은 '당근 없는 채찍'이며, 이러한 강경책이 일부 국가들을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 아래로 더 밀어 넣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트럼프 대통령은 목표 달성을 위해 경제적 강압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미 감정을 확산시켜 다른 국가들을 더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아메리카 패권주의’이자 ‘신제국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무기로 미국 패권주의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루이스 아르세 전 볼리비아 대통령은 “미국식 신식민주의의 부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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