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딥파이낸셜] 이자비가 삼키는 미국의 교육과 성장 기반

Picture

Member for

8 months 1 week
Real name
김은실
Position
연구원
Bio
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수정

부채 기준선 붕괴가 여는 예산 재편 압력
이자 지출 폭증 속 교육·연구의 후순위 전락
미래 자본 축소가 초래하는 성장 기반 약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연방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며 교육과 미래 투자가 정면으로 압박받고 있다. 2025년 순이자 지출은 9,700억 달러(약 1,305조원)에 이르러 국방비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자 비용이 연방 수입의 19%, 국내총생산(GDP)의 3.1%까지 확대되면서 과거 부채가 교육·연구보다 앞서기 시작했다는 점이 선명해졌다.

지금의 흐름은 파산을 걱정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예산의 무게중심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교육·연구·기회에 쓰이던 자원이 점차 과거 채무 상환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런 구조가 굳어지면 미래 세대의 성장 기반도 약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정책이 집중해야 할 과제도 뚜렷해지고 있다. 부채 증가 속도보다 앞서 예산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지가 첫 번째 기준이다. 여기에 교육을 미래 자본으로 우선하는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까지 더해지면서, 이 두 축이 미국 경제의 지속성을 판단하는 핵심 잣대로 자리 잡고 있다.

부채 곡선이 흔드는 교육 재정의 첫 균열

미국의 연방 부채가 빠르게 불어나면서 예산 구조의 균형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2025년 중반 총연방부채는 GDP의 119%, 공공 부채는 95%에 도달해 전후 최고 수준에 접근했다. 이자 지출이 교육·연구보다 앞서기 시작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진 것이다.

미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CBO)은 고령화, 의료비 증가, 금리 상승을 반영하면 공공 부채가 2055년 GDP의 156%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운 정책 제안이 더해지면 2050년대 중반 183%에 도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전제를 두더라도 미국이 채무 역학의 불안정 국면에 진입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약 20년에 불과하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펜워튼예산모형(Penn Wharton Budget Model‧PWBM)은 시장이 GDP 대비 200%를 넘는 부채를 장기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진단하며 조기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모든 숫자가 말하는 바는 같다. 부채와 이자 부담이 커질수록 교육·인적 자본에 투입할 재정 여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예산의 중심축이 미래보다 과거 비용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굳어져 교육은 점차 후순위로 밀릴 위험이 커지고 있다.

미국 공공 보유부채 비중 변화(2000~2025, GDP 대비)
주: 미국의 공공 보유부채는 2000년 GDP의 약 33%에서 2025년 약 100%까지 상승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 시기에 급격한 증가세가 나타났다.

연방 지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교육 분야

연방 예산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이자 지출의 급증이다. 2023~2024년 순이자 지출은 6,580억 달러(약 885조원)에서 8,800억 달러(약 1,185조원)로 뛰었고, 2025년에는 9,700억 달러(약 1,305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속도는 다른 재량지출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르다.

이자 비중은 2025년에 연방 수입의 18~19%에 이르며, 2030년대 중반에는 22%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연방 수입의 3분의 1을 이자가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랐다. 즉, 예산에서 가장 먼저 압축되는 영역이 교육·연구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2024년 순이자 지출 8,810억 달러(약 1,189조원)는 이미 미국 국방비를 넘어섰다. 교육 관련 연방 지출의 약 3배 규모로, 과거 부채 상환이 미래 투자를 잠식하는 구조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정치적 조정 방향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예산이 빠듯한 상황에서는 수혜자가 넓고 효과가 장기적으로 누적되는 교육이 연금·의료보다 먼저 조정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은 교육 투자가 구조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을 한층 더 키우고 있다.

대학 재정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부채 압력

재정 압력이 커질수록 학교와 대학이 받는 충격은 더 빨리 드러난다. 주 정부는 의료·퇴직 지출 증가로 고등교육 지원을 줄여 왔고, 그 공백은 학생과 가계 부담으로 이어졌다. 등록금 부담 확대와 함께 대학 진학률 격차가 다시 벌어지는 징후도 나타났다.

여기에 연방 지원 능력까지 약해지면서 교육 재정의 변동 폭은 더 커지고 있다. 매칭 보조금, 연구비, 장학금, 긴급 지원 등이 경기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기에는 예산이 곧바로 줄고, 정치적 압력이 커질 때만 급하게 증액되는 불안정한 순환이 반복돼 왔다. 대학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재정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학과 통폐합이나 프로그램 감축이 늘어나는 흐름도 확인됐다.

이런 구조에서는 연구와 교육이 동시에 위축된다. 기초과학·신기술 개발 투자가 줄고, 지역 커뮤니티 칼리지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교육 접근성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학생들은 더 높은 등록금과 부족한 장학금, 충분히 투자되지 않은 캠퍼스 환경을 감당해야 했다.

교육 시스템은 경기 변동에 따라 흔들리는 구조로 고착되고 있다. 이는 미래 노동력의 질과 기회, 소득 잠재력까지 떨어뜨리며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기반을 약화시키는 경로로 이어진다.

미국 연방 지출 구조: 이자·국방·교육(2024 회계연도)
주: 2024년 미국 연방 이자지출은 8,810억 달러(약 1,197조원)로 국방지출을 넘어섰으며, 교육·훈련·고용·사회서비스
지출(3,046억 달러, 약 414조원)의 약 세 배 규모다.

교육 자본을 지키기 위한 재정 규칙 재정립

부채 비율이 GDP의 100%에 근접한 지금, 먼저 흔들리는 영역은 역시 교육과 인적 자본이다. 외부 자금이 미국 적자를 떠받치던 일본의 1980년대 투자나 중국의 대규모 저축 구조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었다.

현실적 해법은 세입을 넓히고 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해 부채 비율을 현재 수준에서 통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기 재정 규칙(fiscal corridor)과 자동 조정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힘을 얻고 있다. 적자가 허용 범위를 넘으면 단계적 증세와 지출 제한이 자동으로 시행되고, 경기침체가 아닐 때의 신규 차입은 인프라·연구·교육처럼 미래 투자가 명확한 분야에만 허용하는 ‘골든룰(golden rule)’ 적용도 논의되고 있다.

이 같은 틀이 마련되면 정책결정자는 단기 정치 일정에 흔들리지 않고 교육과 연구를 미래 성장을 떠받치는 핵심 자산으로 바라보며 재정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부채 안정화와 교육 투자는 별도의 과제가 아닌 함께 설계해야 하는 정책 축이라는 의미도 커지고 있다.

미래 성장 기반을 지키기 위한 선택의 시점

미국의 이자 비용은 이미 국방과 의료 일부를 넘어섰다. 이 흐름은 연방 예산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신호로 읽힌다. 지금처럼 변화가 없으면 이자 지출이 모든 재량지출을 압도하는 시점이 예상보다 빠르게 도래할 수 있다.

이는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예산의 방향이 교육·연구에서 과거 부채 상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현재의 변화다. 한 국가가 학생과 연구보다 과거 비용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기 시작하는 순간, 미래 성장은 자연히 힘을 잃는다. 결국 결정은 분명해진다. 교육을 지키는 재정 전략을 지금 선택해야 하며, 이 선택이 미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Borrowed Time: Education, Power and the Coming US Federal Debt Crisi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8 months 1 week
Real name
김은실
Position
연구원
Bio
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