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붕괴할 것" 엔비디아 풋옵션 사들인 마이클 버리, 관련 업계는 거품론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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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쇼트'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 재차 하락장에 베팅 이끌던 헤지펀드도 청산하고 투자 분석·예측 블로거로 전향 "기술 혁명의 과정일 뿐" 거대 AI 기업들, 거품론 정면 반박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은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의 풋옵션(주가 하락 시 이익을 얻는 파생상품)을 대거 매수했다. 최근 미국 증시를 휩쓸고 있는 AI(인공지능) 열풍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 온 그가 재차 '거품 붕괴'에 베팅한 것이다. 다만 관련 업계는 AI 거품 우려는 성장 과도기의 진통일 뿐이며, AI의 장기 시장 잠재력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마이클 버리의 'AI 비관론'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경제 매체 쿼츠는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버리가 1억8,700만 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엔비디아 풋옵션을 매수했다고 보도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버리가 이끄는 헤지펀드 사이언자산운용(Scion Asset Management)은 지난 분기 말 기준 엔비디아 주식 100만 주에 대한 풋옵션을 보유 중이다.
버리가 과감하게 엔비디아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은 그가 AI 시장에 대해 비관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리는 최근 자신의 뉴스레터 ‘카산드라 언체인드(Cassandra Unchained)’에서 현재의 AI 열풍을 “영광스러운 어리석음(glorious folly)”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공급 측면의 폭식(Supply-Side Gluttony)이 버블의 결정적 징후”라고 지적하며, 과거 닷컴 버블 당시 인터넷 장비 시장을 독점했던 시스코 시스템즈의 붕괴를 예로 들었다. 당시 시스코는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으나, 거품이 꺼지며 주가가 90% 가까이 폭락했다. 버리는 “이번에도 그 중심에 시스코와 같은 존재가 있다"며 "모두를 위한 곡괭이와 삽을 제공하며 확장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그 이름은 바로 엔비디아”라고 꼬집었다. 엔비디아의 현재 상황이 과거 시스코의 전례와 놀랍도록 닮았다는 분석이다.
버리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를 통해서도 AI 설비 투자 사이클이 고점 부근에 다다라 증시 폭락이 발생할 것이라는 암시를 이어 가고 있다. 그는 빅테크 기업과 AI 스타트업 간의 ‘주고받기(give-and-take)’식 거래를 특히 문제 삼았다. 현재 AI 시장에서는 클라우드 대기업이 AI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그 스타트업이 다시 엔비디아의 칩을 대량 구매하거나 클라우드 기업의 서버를 임대하는 일종의 '순환'이 일어나는 중이다. 버리는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매출이 부풀려지고 있으며, 이는 실질적 경제 수요가 아닌 금융 공학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엔비디아의 주식 기반 보상과 자사주 매입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러한 정책이 주주 가치를 희석하는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회사가 보고하는 수치보다 실제 비용 부담이 훨씬 크다는 주장이다.
사이먼자산운용도 시장서 발 빼
사이언자산운용도 시장 과열 경고 속 청산을 앞둔 상태다. SEC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0일부로 사이언자산운용의 투자자문사 지위가 해제됐다. 운용자산 규모가 1억 달러(약 1,460원) 이상인 투자 자문사는 SEC에 등록돼 정기적으로 회사 운영 현황 신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리가 헤지펀드를 폐업하면서 ‘주가가 펀더멘털을 벗어났다’며 밸류에이션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버리는 지난달 27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연말까지 자금을 현금화하고 자본금을 반환하겠다”며 “증권 가치에 대한 나의 평가는 현재와 얼마 전부터 시장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이언자산운용은 엔비디아 외에도 AI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꼽혀온 팔란티어의 풋옵션을 매수하는 등 하락장에 베팅해 왔다. 팔란티어 풋옵션 매입가는 주당 1.84달러 수준이며, 현시점 거래가는 70% 이상 상승한 상태다.
헤지펀드업계에서 발을 뺀 버리는 자신의 분석과 예측을 공개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는 자신의 소개 페이지에서 "제가 항상 좋아했던 일, 즉 글쓰기와 투자 아이디어 공유에 집중하기 위해 헤지펀드 업계를 떠났다"며 "고객의 자금을 관리하는 데는 숨겨진 제약이 있었고, 그로 인해 공개적으로 알 수 없는 부분만 공유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풀려났다"고 적었다. 그는 현재 블로그를 통해 AI 기업들의 과도한 투자와 공급 과잉을 비판 중이며,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들이 엄청난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하는 모습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낙관적 전망 견지하는 AI업계
다만 관련 업계는 이 같은 AI 비관론이 섣부른 판단이라고 주장한다. 엔비디아는 최근 주요 투자자에게 보낸 7쪽 분량의 '팩트체크 FAQ' 문서에서 "AI 스타트업은 향후 성장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 단기적 현금 흐름에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도 "AI 기업들이 (현재) 상업적 성과가 미약함에도 고평가받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회사 차원에서 이러한 반박문을 투자자에게 보내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다. 엔비디아는 순환 투자 논란에 대해서도 "우리의 전략 투자는 엔비디아 매출의 작은 비중(3~7%)을 차지한다"며 매출 부풀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3분기 재고가 전 분기 대비 대폭 늘어난 점과 관련해서는 "재고 증가가 반드시 수요 약세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재고 부족을 방지하고자 신제품 출시 전에 재고를 미리 확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글, 아마존, 오픈AI도 AI 거품론 진화에 나섰다. CNBC에 따르면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전사 회의에서 AI 거품론을 언급하며 과잉 투자를 지적한 한 직원에게 "오히려 투자 부족 위험이 매우 크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각각 테크 행사, 외신 인터뷰 등을 통해 AI 거품론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AI 거품은 금융적 거품과는 다른 산업적 거품이며, AI가 사회에 제공하는 혜택은 엄청날 것", "새로운 기술 혁명이 이뤄지는 과정"이라며 낙관론을 펼쳤다.
AI가 시장 내에서 유의미한 '혁신'과 효율성 증대를 이끄는 사례도 꾸준히 누적되는 추세다. 일례로 ‘AI 에이전트’ 경쟁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플랫폼 업계의 경우, 메신저·검색·커머스·결제·콘텐츠를 한데 묶는 슈퍼앱의 진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최근 자사 AI 챗봇 챗GPT에 ‘쇼핑 리서치’ 도구를 추가한 오픈AI가 대표적인 예다. 쇼핑 리서치는 사고 싶은 물건에 대해 설명하기만 하면 챗GPT가 인터넷에서 정보를 조사해 구매 가이드를 제공하는 기능이다. 오픈AI는 향후 쇼핑 리서치와 즉시 결제 시스템인 ‘인스턴트 체크아웃’을 결합해 전자상거래 분야에도 발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인스턴트 체크아웃은 지난 9월 오픈AI가 공개한 기능으로, 제휴된 판매처의 제품을 챗GPT 대화창 안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