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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본은 한국서 투자 늘리는데 토종 사모펀드는 규제 폭탄, 韓 자본시장에 ‘사망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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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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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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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내부통제 강화”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
차입 규제·공개매수·볼트온 금지·공시강화 위주
국내 기업, M&A 시장서 해외 넘어갈 위험 확대

최근 정치권에서 사모펀드(PEF)와 관련된 규제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와 같은 무리한 차입매수(LBO)에 따른 부작용이 생기자 국회가 칼을 빼든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PEF에 대한 고강도 규제가 밸류업 인센티브 약화, 국내 자본의 경쟁력 저하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굵직한 국내 매물들을 외국계 PEF가 쓸어가는 상황에서 LBO라는 도구마저 잃게 되면 한국 자본시장과 기업금융이 수십 년간 키워온 성장 기반 자체가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무위 주도 10개 법안, PEF 정조준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PEF 활동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 법률안 77건이 계류돼 있다. 이 가운데 약 10건의 법안이 기관 전용 PEF를 직접 겨냥한 법안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의 법안이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의 주도로 입법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22대 국회 회기 내에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견해다.

PEF 제도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 수요가 증가하던 2004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는 기관투자자 중심의 사모투자 형태였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보다는 자본시장 발전 등에 초점을 맞춘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았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한 PEF가 금융 시장을 넘어 산업계까지 흔들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자 이전보다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논의에 불을 지핀 건 국내 대형 PEF MBK파트너스다. 2015년 대규모 차입을 통해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는 단기적으로는 재무제표를 좋게 만들었지만 이후 알짜 점포 매각과 배당 등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만 주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올해 3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먹튀 논란’까지 일었다.

이렇다 보니 최근 발의된 규제 법안의 상당수는 PEF의 차입금 비율을 낮추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차입금액 상한비율 제한 강화를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은 PEF들이 기업 인수를 위해 피인수기업 주식을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차입매수 거래를 규제하는 내용으로, 현행 순자산의 400%까지 가능한 차입한도를 200%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관 전용 PEF 제도의 취지를 무너뜨리는 법안도 있다. 기관 전용 PEF도 공모펀드처럼 분기별 자산운용보고서를 작성 및 교부하고, 영업보고서를 제출하는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유럽처럼 PEF가 기업을 인수할 경우 일정 기간 회수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인수 후 일정 기간 고배당, 자사주 매입, 유상감자 등을 금지하는 식이다.

PEF 자금 조달 악영향

이를 두고 PEF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PEF에 대한 고강도 규제가 국내 자본시장을 후퇴하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 PEF 산업은 꾸준히 성장해 전체 약정액이 154조원(2024년 말 기준)에 도달했다. 이제 PEF를 빼고는 인수합병(M&A) 시장을 논할 수 없을 정도다. 일부 투자 건에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PEF가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친 긍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평가한다.

국내에 PEF 제도가 도입된 데는 외환위기 시기 국내 구조조정 시장을 독식했던 해외 PEF에 대한 견제가 컸다. 당시 뉴브릿지, 칼라일, 론스타 등 외국 PEF들이 위기에 처한 국내 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인 후 수천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자 ‘국부 유출’ 논란과 함께 국내 금융자본으로 만든 대항마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국회와 당국은 서둘러 규제를 완화하며 업계 성장에 힘을 보탰다. 이후 국내 PEF업계는 장기적 투자와 기업가치 제고 등으로 지배구조 개선, 기업 구조조정, 혁신기업 성장 지원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등 자본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성장했다.

실제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가 최근 발간한 '한국 PEF 산업 현황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PEF의 내부수익률(IRR)은 코스피 수익률을 지속 상회하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LP)에게 고수익을 안겨줬다. 일례로 2017년 결성된 PEF의 작년 말 기준 IRR 중앙값은 19%였는데, 이는 같은 해 코스피 수익률(6%)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또 PEF 포트폴리오 기업의 매출액과 설비투자(CAPEX), 연구개발(R&D), 고용, 직원 임금 증가율도 국내 평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PEF 포트폴리오사 304곳의 최근 10년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은 12%로,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산업 평균(4%)보다 크게 높았다. 베인앤드컴퍼니는 "한국 PEF는 R&D 및 설비증설 투자를 늘리고 수출을 증대했다"며 "정규직 중심으로 일자리와 임금을 끌어올리는 실증적 성과를 만들어 왔다"고 결론 내렸다.

LBO 규제 시 외국계 PEF와 경쟁 어려워

이런 상황에서 국내 PEF의 규제를 강화하면 다시 외국 PEF에 자리 깔아주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당장 차입매수 제한만 봐도, 자금력에서 앞서는 외국 PEF가 기회를 가져갈 게 뻔하다는 게 업계 중평이다. 국내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PEF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형국에 규제가 적용되면 국내 PEF들은 적극적으로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어려운 만큼, 사실상 팔을 묶고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란 지적이다.

가뜩이나 국내 M&A 시장에서는 외국계 PEF의 존재감이 커진 상태다. 최근 SK에코플랜트의 환경 부문 자회사 리뉴어스·리뉴원에 대한 인수전에서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최종 인수자가 됐다. 효성이 매물로 내놓은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부문도 글로벌 PEF 운용사 베인앤캐피탈이 품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가 안타깝긴 하지만 PEF업계 전반에 걸친 문제라기보다 PEF가 투자한 수많은 사례 중 특정 실패 사례일 뿐"이라며 "이를 이유로 무차별 규제에 나선다면 자본시장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 운동장을 넓게 쓰면서 외국 PEF와도 경쟁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되, 반칙하면 바로 퇴장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는 주요국의 제도와도 배치된다. PEF 시장이 발달한 미국과 유럽의 LBO 비율은 제한이 아닌 보고의 대상에 그친다. 미국은 AUM(운용자금)이 20억 달러(약 2조9,000억원) 이상인 대형 PEF의 경우 매년 레버리지 사용과 차입금에 관한 사항을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한다. EU(유럽연합)의 경우 유럽증권시장청(ESMA) 산하 AIFMD(사모·대체투자펀드 운용사 규제 프레임워크)를 두고 있는데, 레버리지 비율이 300%를 초과할 경우에만 감독당국의 모니터링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 금융당국도 PEF의 차입한도 규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개정안의 입법취지에 공감하나, PEF의 차입비율 제한은 해외에는 없는 규제로, 이를 강화할 경우 국내 PEF가 해외 PEF에 의해 대체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현재에도 대다수 PEF가 차입비율을 200% 이하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할 경우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 등 PEF 역할이 필요한 상황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PEF의 핵심적 경영판단 사항(지분 처분 등)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모험자본 공급, 기업 구조조정 등 PEF의 순기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며 “상법상 주식양도 자유를 PEF에 대해서만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개정안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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