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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소수 대기업이 움직인 인플레이션의 실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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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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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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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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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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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가격 결정이 만든 인플레이션 파동
시장 집중도가 키운 가격 조정의 동시성
정책·통화·교육으로 확장되는 새로운 분석 기준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2년 유로지역 인플레이션은 10.6%까지 치솟았다. 같은 해 미국 노동통계국은 소비자물가가 9.1% 상승해 40년 만의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당시 분석의 초점은 공급 충격과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16개국에서 수집된 29억 건의 바코드 거래를 분석한 최신 연구는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물가 급등의 핵심에 ‘소수 대기업의 가격 결정’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급등분의 약 3분의 1이 이들 기업이 여러 제품 가격을 동시에 조정한 데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 기업의 결정이 시장 전체의 가격 흐름을 빠르게 움직였다는 의미다.

데이터는 가격 상승이 단순한 비용 전가로 설명되지 않는 구조였음을 확인해준다. 특정 시점에 어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가격을 조정했는지가 인플레이션의 속도와 폭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이제 인플레이션 해석의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 기존 거시 요인만으로는 2021~2022년 물가 급등의 실제 동인을 설명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분석은 기업 단위 가격 결정 과정을 출발점에 두는 방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가격 결정에서 드러난 인플레이션의 실제 모습

필립스 곡선 해석은 2021년~2022년 인플레이션을 공급 차질과 수요 확대가 겹친 단기 충격으로 설명해왔다. COVID-19 봉쇄로 생산이 멈췄고, 대규모 재정 지원이 가계 소득을 밀어 올렸으며, 재화 중심의 회복 과정에서 병목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이 흐름 속에서 미국 중고차 가격은 2021년에만 약 50% 급등했다.

자동차는 소비자물가지수(CPI) 비중이 10%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같은 해 핵심 인플레이션의 절반을 차지하며 물가 급등을 상징하는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선진국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2% 수준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은 점도 확인됐다. 당시의 급등이 구조적 임금·가격 나선이 아니라 일시적 충격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은 배경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남는다. 어떤 기업이 어느 시점에 가격을 올렸는지, 그리고 그 결정이 시장 전체로 어떻게 번졌는지는 기존 해석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의 속도와 규모를 이해하려면 기업 단위 가격 전략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시장 집중도와 기업 단위 충격의 물가 기여도
주: 상위 10대 기업의 지출 비중이 높을수록 개별 기업의 가격 충격이 전체 물가 변동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경향이 확인된다.

상위 기업이 이끄는 소비 지출과 물가 흐름

16개국에서 수집된 29억 건의 바코드 거래 분석은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소비 지출의 평균 41%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먼저 보여준다. 이들 기업은 여러 제품 라인을 한꺼번에 조정하는 경향이 강했고, 연구팀이 가격 변동을 거시 평균과 기업·상품 카테고리 잔차로 나누자 2005년~2020년 인플레이션 변동의 56%가 이 잔차에서 설명됐다. 특히 기업 잔차만 41%에 이르러 개별 기업의 고유한 가격 결정이 물가 형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가격 조정 방식은 시장 전반에 ‘동시적 가격 변화’를 만들어냈다. 특정 시기만의 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반복된 패턴으로 확인된다. 결국 소수 기업의 가격 전략과 조정 속도가 물가의 방향과 강도를 움직이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 결과는 2021~2022년 물가 급등의 약 3분의 1이 기업 단위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시장지배력이 인플레이션에 작동하는 방식이 단순 비용 전가를 넘어서, 대기업의 가격 전략과 이윤 조정이 가격이 급변하던 시기에 물가 흐름을 크게 흔드는 구조였다는 점이 한층 분명해진다. 이후 전개될 이윤 변화 분석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윤 확대와 뒤늦게 움직인 임금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지역에서 2022년 초부터 2023년 중반까지 소비 디플레이터 상승분의 45%가 이윤 증가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수입 비용은 약 40%, 노동 비용은 약 25%를 차지했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이윤은 약 1% 높아졌지만 실질 근로자 보상은 2% 낮아지는 흐름이 이어졌다. 이윤이 물가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부상한 것이다.

유로지역과 그리스를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도 같은 방향을 보여준다. 2021년 이후 인플레이션은 이윤 증가와 더 밀접하게 연결됐고, 특히 서비스 업종에서는 2020년을 전후해 마크업이 크게 확대됐다. 튀르키예에서도 2018~2023년 사이 마크업이 30%에서 70%로 뛰어오르며 기업들이 가격 조정을 통해 이윤을 방어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임금은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부분적으로 따라붙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 구조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가격 상승 → 임금 상승’ 흐름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는 대기업이 먼저 가격과 마진을 조정하고, 임금이 그 뒤를 따라가며, 이후 같은 기업에서 다시 가격 결정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인플레이션이 전개됐다. 이런 흐름은 정책 설계에서 임금과 수요 요인만으로는 부족하며, 기업 단위의 가격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독일 소매물가와 기업 단위 가격충격 구성 추이
주: 독일은 기업별 가격 변동이 전체 소매물가 변동의 비중을 점점 더 크게 차지하며, 시장 집중도가 높을수록 개별 기업 충격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경향이 확인된다.

정책 전반으로 확장되는 미시 데이터 기반 판단

시장 집중도가 높을수록 소수 기업이 가격을 동시에 조정해 변동성이 커진다는 사실은 정책 기준을 새로 세우게 만들고 있다. 에너지·식품 소매·물류·디지털 플랫폼처럼 가격 결정력이 큰 기업군을 금융 안정성의 ‘중요 은행’처럼 관리해야 한다는 제안도 이 논의에서 나왔다. 인수합병 감시 강화, 가격 모니터링, 이윤 마진 공개, 일시적 가격 상한제나 과도이윤세 등은 현실적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통화정책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과 유로지역에서 금리 인상 직후 나타나는 단기 ‘가격 퍼즐’은 대부분 기업 단위 가격 조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 상승기에 대기업이 이윤을 방어하려 하면서 가격을 더 공격적으로 움직인 결과다. 중앙은행은 시장 집중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긴축을 더 오래 유지하거나 경쟁·거시건전성 조치를 함께 투입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교육 체계도 변화가 필요하다. 필립스곡선, 공급 충격, 수요 요인만으로는 최근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기업 단위 가격 결정이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어떻게 반영되는지까지 함께 가르칠 때, 학생들은 시장지배력과 물가 사이의 연결 구조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해석의 새 기준 정립

2021~2022년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공급 충격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데이터를 보면 소수 대기업의 가격 조정이 전체 물가 흐름을 좌우한 핵심 요인이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기존 거시지표로는 포착되지 않았던 구조적 요소가 드러난 셈이다.

이 변화는 정책의 방향도 다시 잡도록 만들고 있다. 물가 형성 과정에서 대기업을 주요 행위자로 인식하고, 이들의 가격 전략을 경쟁·통화·감독 체계 안에서 함께 다루는 방식이 요구된다. 시장 집중도와 이윤 조정, 가격 결정 방식을 동시에 고려할 때 정책의 일관성과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인플레이션 분석은 새로운 기준으로 이동하고 있다. 거시 흐름과 기업 단위 데이터를 함께 읽어내는 ‘이중 렌즈’가 앞으로 경제정책과 감독, 교육 전반의 기본 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경험은 인플레이션을 판단할 때 기업의 가격 전략을 중심 변수로 포함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Rethinking Market Power and Inflation after the 2021–2022 Shock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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