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확장과 레버리지 포지션 누적, 리스크로 돌변한 ‘안전자산’ 미 국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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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 수장, 헤지펀드 레버리지 경고 규제 후 역외 계정·비은행 자금 이동 시장 기능 약화에 스프레드 급변 가능성

국채시장에서 과도한 레버리지로 막대한 차익을 거두는 헤지펀드들에 대한 표적화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나왔다.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소로 현금-선물 차익거래를 지목한 이 같은 경고는 속칭 ‘베이시스 트레이드’의 급증과 맞물리면서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축소 흐름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유동성 완충 능력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분위기다.
규제 회피→비은행 영역 확산
27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국제결제은행(BIS) 총재는 이날 영국 런던정경대학(LSE) 행사에 참석해 “최근 공공부채가 빠르게 누적되는 환경 속에서 국채시장의 중심축이 은행에서 비은행 금융기관(NBFI)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고레버리지 거래가 국채 유동성의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면서 “현재 구조가 충격에 노출될 경우, 시장 안정성에 즉각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진단은 단기 금리 변동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국채시장을 떠받치는 완충력이 약해졌다는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핵심은 베이시스 트레이드(basis trade)라 불리는 현금-선물 차익거래다. 이는 국채 현물과 선물 가격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차이를 노리고 현물을 매수한 뒤 선물을 매도해 스프레드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통상 1bp(0.01%) 또는 2bp 수준의 매우 작은 가격 차이를 기반으로 한다. 수익률 자체로는 크지 않지만, 대다수 헤지펀드는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융통해 반복 매수하는 방식을 통해 그 규모를 최대 100배 수준까지 확장한다. 5bp면 시장에서 '대박 딜'로 불리는 현실은 초미세 스프레드조차 대규모 차익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데 코스 총재는 “미국 달러 기준 헤지펀드 양자간 환매조건부채권(레포) 거래 중 약 70%, 유로화 거래의 약 50%가 헤어컷(HairCut, 담보가치 할인율)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는 채권을 담보로 무제한에 가까운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는 2021년 미국 국채선물 마진콜 사태로 시장이 급격히 흔들린 사례를 언급하며 “같은 패턴이 다시 반복될 경우, 시장 안정성은 더 취약해진 상태에서 충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위험이 쌓이는 상황에서 고령화·국방비 증가 등 재정 압력이 확대되면 선진국 부채비율이 2050년 170%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내놨다.
데 코스 총재는 해결책으로 두 가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는 중앙청산소(central clearing)의 활용을 확대해 시장 참여자 간 조건의 형평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접근이고, 둘째는 헤지펀드가 담보로 제공하는 채권에 대해 최소 헤어컷을 의무화하는 규칙을 도입해 과도한 차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이다. 과도한 차입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시장 충격이 레버리지 포지션으로 증폭되는 경로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데 코스 총재는 “비은행 금융기관이 사상 최고 수준의 공공부채를 중개하는 현 상황은 매우 심각한 금융안정 리스크를 수반한다”며 표적화된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차입 비용 하락+스프레드 안정성
이 같은 경고는 최근 헤지펀드들의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규제의 빈틈을 타고 과도하게 확대된 흐름과 맞물려 그 무게를 더한다. 미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 집계에서 미국 국채의 하루 손바뀜 규모는 7,500억 달러(1,100조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는 레버리지 포지션이 한꺼번에 되돌려질 경우, 국채 가격은 물론 금리와 레포시장 전반이 연쇄적인 충격을 받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BIS 역시 지난해 말 공개한 분기 보고서에서 미국 국채 선물 시장 내 차입을 활용한 매도 포지션 규모를 6,000억 달러(약 882조원) 달러로 추산한 바 있다.
이처럼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급증한 원인으로는 금리 환경 변화와 자금조달 여건 개선 등이 꼽힌다. 미국 장기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는 동안 레포시장 차입 금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면서 국채 쿠폰 수익과 레포 이자 비용 간 격차가 헤지펀드에 유리한 방향으로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 재무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긴축으로 시장에 쏟아진 장기 국채 물량을 누군가는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겹치면서 헤지펀드는 사실상 ‘최후의 인수자’ 역할을 떠맡게 됐다는 평가다.
은행권에 대한 건전성 규제가 강화됐다는 점도 레버리지 거래를 헤지펀드 쪽으로 밀어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는 은행과 딜러의 대차대조표 확대를 제약해 국채 인수 능력을 떨어뜨렸다. 이 공백을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비은행 금융기관이 메우면서 미국 국채 레포 시장에서는 담보로 제공된 국채에 사실상 헤어컷을 적용하지 않는 양자간 거래가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자기자본의 수십 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킨 베이시스 포지션의 상당 부분이 역외 계정을 통해 누적됐고, 규제 당국은 전체 노출액(익스포저)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 때문에 연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지난 20일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헤지펀드의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평상시에는 국채시장의 효율성과 유동성을 높이지만, 스트레스 국면에서는 포지션 쏠림(crowded positions)이 한꺼번에 청산되면서 시장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 보고서에 의하면 케이맨 군도 기반 헤지펀드들은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 사이 다른 모든 외국 민간 투자자 합계를 웃도는 규모의 미국 국채를 흡수했으며, 올해 1분기 기준 헤지펀드의 국채 현물 보유 비중은 10.3%로 팬데믹 이전 최고치였던 9.4%를 넘어선 상태다.
시스템 리스크 ‘발화점’ 지목
이런 가운데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축소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헤지펀드 레버리지 포지션이 흔들릴 위험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6월 기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7,802억 달러(약 1,148조원)로 2021년 대비 26.5% 감소했는데, 시장은 향후 3~4년 동안 추가로 3,000억 달러(약 440조원) 규모의 미국 국채 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대규모 물량을 받아줄 자리를 민간 투자자와 레버리지 플레이어가 메워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미국 국채 수요의 약화 조짐은 현물 시장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근 미 재무부가 실시한 580억 달러(약 85조원) 규모 3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는 예상보다 높은 수익률에 투자자들이 응찰을 꺼리면서 발행 물량의 20.7%를 딜러가 떠안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2023년 12월 이후 가장 큰 비중으로, 기관투자자들이 단기 국채조차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을 드러낸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국채조차 수요 기반이 약해진 가운데 레버리지 포지션이 부담스럽게 확대됐다는 인식까지 겹치면, 미세한 가격 변동에도 매수·매도 주문이 한 방향으로 쏠릴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런 환경에서 베이시스 트레이드에 의존한 레버리지 자금이 하나의 취약 고리로 남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채 시장에서 안전자산 수요를 떠받쳐 온 기둥 하나가 서서히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는 베이시스 트레이드에 쏠리는 자금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의 균형 또한 더 민감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공공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시점에 국채 시장이 레버리지 플레이어에 노출되면, 아주 미세한 금리 충격도 여타 자산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데 코스 총재의 경고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