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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주유럽 미군 감축에 제동 거는 美 의회, 트럼프 '안보 분담' 주장 견제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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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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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회, NDAA에 주한·주유럽 미군 감축 제한 규정 포함
"군사 동맹 무임승차 멈춰라" 안보 분담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
해외 주둔 미군 감축, 결국 '자충수' 될 가능성 커

미국 의회가 유럽과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을 일정 수준 이하로 감축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을 확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과의 안보 분담을 강조하며 해외 주둔 병력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의회가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는 유럽·한국에 미군이 주둔할 때 발생하는 전략적 이점을 고려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美 의회, NDAA 최종안 제시

8일(이하 현지시각) 폭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전날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최종안을 마련했다. 해당 법안에는 미 국방부가 향후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아래로 줄일 시, 먼저 의회에 사전 보고서 및 평가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방부는 이를 통해 주한미국 감축을 위해 동맹국과 협의를 거쳤고, 감축 이후에도 북한에 대한 억지력이 약화되지 않으며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사실을 의회에 증명해야 한다.

유럽에 영구 주둔 혹은 배치된 미군 병력 규모를 7만6,000명 미만으로 45일 이상 감축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국방부는 이 경우에도 병력 감축이 미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며, 감축 결정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 협의됐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이 밖에도 법안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는 내용과 함께, 미국 대통령이 과거 중동 전쟁을 근거로 의회의 추가 승인 없이 해외 군사 작전을 벌여온 관행에 제동을 거는 조항 등이 담겼다.

아울러 미 의회는 해당 법안을 통해 미국이 NATO의 최고 군사직인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SACEUR) 직위를 계속 보유하도록 법제화했다. 이는 최근 매슈 휘태커 NATO 주재 미국 대사가 베를린 안보 회의에서 SACEUR 직위를 장기적으로는 유럽, 특히 독일에 넘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SACEUR은 NATO의 모든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핵심 직책으로, 창설 이후 75년 동안 미군 장성이 독점적으로 맡아 왔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

이처럼 미 의회가 직접적으로 해외 주둔 병력 감축을 제한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제동을 걸기 위함이다. 미국이 지난 5일 공개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국가안보전략서(NSS)에는 "미국이 아틀라스(그리스 신화에서 천체를 떠받치는 거인)처럼 세계 질서 전체를 짊어지던 시대는 끝났다. 군사 동맹 등의 무임승차를 용납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계 각지에서 미군 영향력을 축소하고, 동맹국과 파트너들에게 지역 안보 분담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NDAA에 언급된 한국과 유럽은 즉각적으로 이 같은 기조의 영향을 받게 되는 국가들이다. 5일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소식통을 인용, 미 국방부가 워싱턴DC에서 열린 유럽 대표단과의 회의에서 "2027년까지 NATO의 재래식 방위 역량 대부분을 유럽이 직접 책임지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이 "유럽이 2027년 시한을 맞추지 못할 경우 NATO의 군사 계획·병력 조정 등 일부 방위 조율 체계에서 참여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전언이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통해 꾸준히 암시돼 왔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지난 5월 한미 방위 협의 논의 직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방식과 배치를 중국 견제 중심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지난달 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SCM)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역적 긴급 사태에 대비해 병력의 유연한 운용 가능성을 반드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 등 지역 위협 대응을 위해 주한미군의 전력 배치 및 운용 방식의 유연성을 열어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한미군이 내부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위아래가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사진=주한미군

한국·유럽, 美에 있어 '요충지'

문제는 이 같은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이 미국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유럽 미군 기지·시설의 경우 중동·아프리카로의 항공/해상 전개, 의료·정비·보급, 지휘 통제 등에 활용되는 허브 중 하나다. 해당 지역에서 병력 감축이 본격화하면 위기 시 미국의 작전 전개 속도·지속능력이 저하하며 다른 전구에서의 옵션이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병력 감축이 동맹으로부터 얻는 정보·접근·정치적 지지와 같은 무형 자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 중 하나다.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주한미군이 자체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위 '거꾸로 동아시아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반도를 가운데 놓고 남북을 180도 뒤집은 거꾸로 동아시아 지도는 일반적 지도와 달리 중국 해안선과 가까운 타이완과 필리핀이 한눈에 들어오며, 주한미군사령부가 위치한 경기 평택 캠프험프리스를 기점으로 타이베이(1,425㎞)와 마닐라(2,550㎞), 베이징(985㎞), 도쿄(1,155㎞), 평양(255㎞)까지의 직선거리가 표기돼 있다. 미군이 강조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남중국해에서 충돌이 벌어질 경우 주한미군 전력이 어떻게 투사돼야 할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육군 대장)은 지난달 주한미군 누리집에 해당 지도를 소개하며 한반도가 전략적 요충지라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의 1차 해상 방어선이자 미국의 대중국 봉쇄선인 ‘제1 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가상의 선)을 언급하며 “주한미군은 더 이상 (유사시) 증원이 필요한 ‘원거리 전진 기지’가 아니라, 위기 혹은 유사시 미국이 뚫고 들어가야 하는 방어막 내부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병력”이라고 주장했다. 한반도의 위치가 러시아 해군의 동해 진입을 제한하고 중국 육군과 해군의 서해 쪽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베이징 시점에서 보면 오산 미 공군기지는 멀리 떨어진 위협이 아니라, 중국 주변에서 즉각적인 작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근접 전력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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