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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유럽 혁신 체계, 실행 속도 높이지 못하면 반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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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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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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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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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연산 인프라 격차가 유럽의 기술 전환 속도를 제약
연구 기반은 탄탄하나 성장 자금·연산 자원·제조 기반에서 병목 발생
실행 구조 개선 시 혁신 성과의 산업 확산 가능성 확대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의 혁신 경쟁력은 최근 기술 정책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AI 개발에 필요한 연산 인프라의 격차는 유럽의 기술 발전 속도를 좌우하는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2025년 5월 기준 전 세계 GPU 클러스터 성능의 약 75%는 미국이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은 약 15% 수준이다. 유럽의 비중은 이들 국가에 크게 뒤처져 있다. 고성능 컴퓨트는 연구 성과를 산업 단계로 전환하는 핵심 기반이기 때문에, 이러한 격차는 혁신 과정 전반에서 제약으로 작용한다.

유럽도 대응에 나섰다. 2025년 9월에는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인 주피터(JUPITER)를 가동하며 연산 능력을 확충했다. 그러나 실제 연구·개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급 컴퓨트는 지역 간 편차가 크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 이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유럽은 기술 개발과 상용화 속도에서 주요 경쟁국을 따라가기 어렵다.

EU 혁신 격차를 다시 바라보기

유럽이 연구개발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다는 통념은 현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2023년 EU의 R&D 집약도는 GDP 대비 2.26%였으며, 총 연구개발 지출은 약 3,810억 유로(약 652조원)에 이르렀다. 일부 국가는 이미 3%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 기반은 견고하지만, 격차는 연구 이후 단계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미국과 중국은 대규모 투자자금 조달, 고성능 연산 인프라, 제품 개발 및 시장 투입 과정에서 유럽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2024~2025년 R&D 지출 증가율은 미국과 EU를 앞섰고, 전체 규모도 미국 수준에 접근했다. 미국은 연산 인프라와 시장 집중도를 바탕으로 연구 성과를 대형 AI 기업과 서비스로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반면 유럽은 연구 역량은 충분하지만, 산업 단계로 전환되는 속도와 규모가 제한적이다. 이는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병목이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차이는 투자 환경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의 벤처 투자 규모는 EU 대비 6~8배 수준이며, 유럽 IPO 시장은 2024년에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절대 규모는 미국과 비교해 상당히 작다. 성장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기업은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기 어렵고, 조기 매각이나 해외 이전을 고려하거나, 기술 개발 속도가 둔화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연구 기반이 탄탄하더라도 성장 단계의 자본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혁신은 산업으로 확장되기 어렵다.

보조금 수혜 기업의 매출 변화 추이
주: 호라이즌 프로그램 보조금 개시 시점(T0) 전후로 기업 매출은 올라가지만 3~6년 뒤에는 감소한다. 이는 보조금이 초기 활동 촉진에는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충분한 후속 투자와 시장 진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유럽의 자본 구조와 컴퓨트 인프라 현실

유럽은 대규모 저축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성장 투자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비효율이 나타난다. 가계가 보유한 현금·예금은 약 12조1,000억 유로(약 2경 695조원)에 이르며, 매년 약 3,000억 유로(약 513조원)가 역외로 이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미국 기술 기업과 플랫폼에 투자되며, 유럽 내 성장 기업을 위한 자금 공급은 충분하지 않다.

EU 집행위의 ‘저축 및 투자연합(SIU)’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가계 저축을 유럽 내 성장 기업으로 연결하고, 감독 기준을 정비하며, 국경 간 투자 장벽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본 흐름이 개선되지 않으면 초기 단계 이후 필요한 자금이 기업에 적시에 공급되지 못하고, 기술 개발과 확장 과정에서도 제약이 반복될 수 있다.

연산 인프라(Compute infrastructure) 역시 중요한 제약 요인이다. 연산 인프라는 제품 개발 속도와 시장 투입 시점을 결정하는 핵심 자원이다. 미국이 전 세계 GPU 클러스터 성능의 상당 부분을 보유한 상황에서 유럽 기업과 연구 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연산 자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유럽이 주피터(JUPITER), 루미(LUMI), 레오나르도(Leonardo) 등 고성능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일부 공공 슈퍼컴퓨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접근성 제약이 크다. 이를 해소하려면 유럽 고성능컴퓨팅 공동체(EuroHPC)를 통해 다양한 기관이 접근할 수 있는 공동 연산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2014~2022년 호라이즌 수혜 기업의 기술 수준별 특허 비중 변화(단위: %)
주: 호라이즌 프로그램의 필라 2 보조금은 2016년 이후 중견 기술 기업의 특허 활동을 약 55~65% 확대하는 데 기여했지만, 이를 플랫폼급 혁신으로 연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 제조 기반의 경쟁 여건

중국은 전 세계 제조업 생산의 약 29%를 차지해 미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 유럽도 제조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의 생산 규모는 비용 절감, 기술 축적 속도, 제품 확산 측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제공한다. 제조는 설계가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고 기술이 축적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규모의 차이는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의 2025년 자료는 중국, 유럽, 북미가 여전히 세계 제조업의 주요 축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럽은 에너지 집약 산업의 둔화로 생산 활동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제조 투자에 대한 기대도 낮아지고 있다. 생산 기반이 약화되면 기술 인력, 공급망, 운영 데이터 등 산업의 핵심 요소가 함께 이동해 장기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허 흐름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난다. 중국은 신규 특허 출원 규모에서 유럽을 앞서며, 생성형 AI 분야에서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이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리소그래피 기술이나 독일의 정밀 공정·기계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산업화 속도에서는 경쟁국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술 개발과 제조 기반이 결합된 지역에서 상용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EU 혁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향

유럽의 혁신 격차는 연구 이후 산업 단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의 속도 문제에서 비롯된다. 이를 개선하려면 자본 조달, 연산 인프라, 시장 적용 단계에서 제도적 정비가 요구된다. 우선, 자본 공급 구조를 정비해 성장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확보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성장기업 상장 절차의 단일화와 벤처펀드 조성·회수 속도 개선이 필요하다. 2024년 IPO 증가 사례는 제도 기반이 갖춰질 경우 투자 참여가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산 인프라 확대도 필수적이다. 유럽은 고성능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활용 가능한 연산 자원은 부족하다. EuroHPC를 중심으로 공동 연산망을 확대해 다양한 기관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기술 개발과 제조의 연결도 보완해야 한다. 유럽이 대규모 생산 경쟁을 벌이기는 어렵지만, 초기 생산을 담당하는 파일럿 설비를 확충하면 기술이 제조 단계로 넘어가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전략 분야 중심의 설비 개선과 기술 성능을 반영하는 공공 조달 체계가 요구된다.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예산 역시 후기 기술성숙도 단계에 더 많이 배분될 필요가 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 규제·인증 절차를 초기 단계부터 명확히 안내하고, 사용자 참여를 포함한 짧은 개발 주기를 도입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기능 조정 절차 역시 단순화해야 한다. 보조금 집행 기준은 문서량보다 현장 활용성과 사용자 평가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인허가 제도 개선도 필수적이다. 에너지 가격과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력망을 보강하며 청정산업 프로젝트에 신속심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해외 보조금 등으로 시장이 왜곡되는 경우에는 신속히 대응하고, 협력이 가능한 분야는 개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핵심은 연구 성과와 산업 역량이 시장까지 이어지도록 전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유럽의 혁신 과제는 실행 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 연구 기반과 자본 여력, 연산 인프라는 갖춰졌지만, 산업 단계로 이어지는 과정은 여전히 더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장 기업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마련하고, AI 인프라 접근성을 개선하며, 기술 설계와 제조를 연결하는 구조를 강화하는 일이다. 이러한 기반이 구축될 때 유럽은 연구 성과를 산업으로 전환하는 속도를 높이고 주요 경쟁국과의 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urope's EU Innovation Gap Is Relative and Fixabl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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