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격차의 실체, 영국 경제에 남은 느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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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격차를 만든 무역·투자·생산성 동반 둔화 노동 이동성 축소와 규제 분리가 키운 비용 구조 압력 장기 성장 경로를 바꾸며 미국에도 전달되는 구조적 경고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힘은 단발성 충격이 아니라 마찰이 누적된 결과다. 2025년 영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브렉시트가 없었을 경우보다 6~8%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출·투자·생산성이 함께 둔화된 데다, 무역·노동·규제 전반에서 발생한 작은 마찰이 여러 해에 걸쳐 층층이 쌓인 영향이다.
독립 연구와 영국예산책임처(OBR)의 분석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중기 기준 무역량은 15% 감소하고 잠재 생산성은 4% 낮아지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생활 수준·기업 투자·재개 이후의 무역 회복 속도까지 모두 G7 평균을 밑돌고 있다.
초기 손실이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이유도 명확하다. 팬데믹, 전환 규칙 변화, 파운드 약세가 신호를 가려버렸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충격이 완만해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마찰이 누적되며 경제의 하방 경로를 고착시키는 힘이 커졌다.
앞으로 필요한 일은 분명하다. 손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쌓였는지, 그리고 성장 경로를 되돌리기 위해 어떤 조건을 재설계해야 하는지를 차분히 확인하는 일이다.
무역·투자·생산성의 동시 둔화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가 약해진 이유는 무역에 생긴 마찰이 투자와 생산성까지 동시에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 성장률을 지탱하는 기반이 한꺼번에 흔들렸음을 뜻한다. 최근 연구들은 2025년 영국의 1인당 GDP가 반사실 대비(counterfactual: 브렉시트가 없었다면 이어졌을 정상 경로) 6~8% 낮을 것으로 제시한다. 투자는 12~18%, 생산성은 3~4% 하락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2022년 전체 GDP가 약 5% 부족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도플갱어 모형(유사한 국가 조합을 활용해 ‘브렉시트 없는 영국’을 통계적으로 재현하는 기법)부터 구조 전망, 자연실험까지 서로 다른 방법이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무역 감소로 설비투자가 줄고 경쟁이 약해지며 아이디어 확산 속도까지 느려지는 영향이 쌓인 것이다.
노동자 1인당 생산 자산이 줄고 공급망 기반 학습 효과도 약해지며 생산성 경로 자체가 낮춰졌다. 결국 영국 경제는 더 작은 시장과 제한된 경쟁 환경에 갇히는 구조로 이동했고, 이 변화는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며 성장 경로를 바꿔놓고 있다.

주: 영국의 1인당 GDP는 2016년까지 비교국과 유사했으나, 2021년 이후 격차가 벌어져 2025년에는 하위권에 머물며 약 6~8% 수준의 갭이 나타났다.
무역 둔화의 고착
영국의 성장 경로가 둔화된 핵심 배경에는 무역량 감소가 있다. 영국예산책임처(OBR)는 영국이 유럽연합(EU)에 잔류했을 경우와 비교하면 중기 무역량이 약 15% 줄어든 상태라고 진단한다. 이 축소는 잠재 생산성을 4% 낮추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실제 수치도 이를 확인해준다. 2024년 EU로의 상품 수출은 실질 기준으로 2019년 대비 약 18% 감소했고, 런던정경대(LSE)는 2022년 상품 수출이 270억 파운드(약 45조 원) 줄었다고 분석한다. 서비스 부문은 상대적으로 방어했지만, 1인당 GDP 기준에서는 손실이 여전히 뚜렷하다. 팬데믹 이후 세계 무역이 빠르게 회복되는 동안 영국의 반등 속도는 G7 중 가장 낮았다.
무역 약화는 기업 투자와 생산성 둔화를 동시에 초래하며 경제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단기 조정을 넘어 누적되며 영국의 성장 경로를 한 단계 낮추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 이동성 약화와 규제 분리의 비용 상승
노동 이동성이 약해지며 영국의 비용 부담이 확대됐다. 팬데믹 동안 이탈한 EU 노동자 상당수가 접객업·식품 가공·운송·농업 등 필수 분야로 돌아오지 않은 영향이다. 최근 유입되는 인력은 비(非)EU 고숙련 인재가 중심을 이루어 산업별 인력 구성이 크게 변했다.
이 변화는 특정 업종의 인력 부족을 키우고, 다른 업종에서는 임금과 숙련도 불균형을 초래하며 부담을 높였다. 영국 이주자문위원회는 2026년 순이주 축소가 소매·사회돌봄·접객업의 인력난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규제 분리도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영국 정부는 2024년부터 위생·식물위생(SPS) 검사와 안전·보안 신고를 도입해 수입 절차를 강화했다. EU는 2021년부터 완전 통관을 시행해 영국 기업은 수출입 양쪽에서 추가 비용을 감당하게 됐다.
화학·자동차 등 규모가 중요한 산업은 원산지 규정과 시험 기준 차이로 투자 매력 또한 낮아졌다. 물류 지연과 인증 중복까지 이어지며 기업의 운영 비용이 계속 높아졌고, 이는 생산성과 경쟁력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다.

주: 투자 감소가 가장 먼저·가장 크게 나타났고(약 –20%), 2025년 GDP는 –8~9% 수준으로 추정된다. 생산성은 완만하게 하락하며(약 –3%),
고용 충격은 상대적으로 작게 분포한다.
장기 부담의 고착과 미국에 주는 경고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앞으로 영국이 이 부담을 줄일 수 있느냐다. 영란은행(BoE)은 시장 접근성 약화가 향후 성장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예산책임처(OBR) 역시 2025년 전망에서 무역량 15% 축소와 잠재 생산성 4% 하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국경검사 지연의 충격이 2024년에 본격 반영되면서 기업의 투자 심리가 더 위축됐다. 설비투자 감소가 이어진다면 성장 경로는 한층 더 낮아질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은 미국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미국 투자은행 제이피모건(JPMorgan)은 광범위한 관세 인상과 개방성 축소가 미국에서도 ‘브렉시트형 느린 타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최근 이민 증가가 2034년 명목 GDP를 3.2%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노동 공급 안정과 STEM 기반 혁신 확장의 효과다. 영국 사례는 무역과 인재 이동을 동시에 좁힐 경우 성장 경로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찰이 가져온 6~8% 격차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겪은 손실은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누적된 마찰의 결과다. 1인당 GDP에서 6~8% 벌어진 격차는 임금과 세수, 공공투자 여력을 제약하며 장기 성장 경로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생산성 약화, 기업 투자 위축, 무역 비용 증가 등은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려운 구조적 손실이다.
이에 따라 SPS·적합성평가 협정의 재정비, 청년·연구 인력 이동성 확대, 산업–대학 간 연계 강화가 현실적 해법으로 거론된다. 규제 조정과 인재 확보가 동시에 이뤄져야 성장 기반을 다시 세울 수 있다.
미국 역시 같은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시장 접근성과 인재 이동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의 성장력이 달라질 수 있다. 영국의 경험은 선택의 방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경고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Economics of a Slow Burn: Three Paths for the UK’s Loss—and a Warning Shot for the U.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