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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달러 흑자 앞세워 유럽 산업 흔드는 중국, EU는 ‘통상 방어모드’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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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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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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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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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역 흑자 사상 최대 규모
희토류 수출 통제, 마찰 범위 확대
개별 기업·국가 단위 대응 한계

중국의 연간 무역흑자가 사상 처음 1조 달러(약 1,470조원)를 넘어선 가운데 유럽이 대중 통상 전략 전면 재정비에 나섰다. 중국의 공급 과잉과 저평가된 환율, 보조금 기반 가격경쟁이 결합해 자국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여기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기술 이전 요구 등 분쟁 요인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유럽 내부의 우려를 키우는 양상이다. 특히 네덜란드가 넥스페리아 감독권을 철회하며 노출된 단일국 대응의 한계는 각국 정부와 유럽연합(EU) 차원의 연대 대응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국발 저가 공세에 유럽 산업계 위기

11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11월 중국의 수출은 3,303억5,000만 달러(약 486조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9% 증가했다. 같은 시기 무역 흑자 역시 1,116억8,000만 달러(약 165조원)로 전월(900억7,000만 달러·약 132조원) 대비 급증했고, 그 결과 올해 1∼11월 전체 무역 흑자는 1조758억5,000만 달러(약 1,585조원)에 달했다. 중국의 연간 무역 흑자가 1조 달러를 돌파한 건 올해가 처음으로, EU와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국을 다변화한 결과다. 지난달 중국의 대EU 수출 증가율은 15%를 기록해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그렸다.

EU는 중국의 비정상적인 환율 정책과 무역 구조를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 주재 EU 상공회의소는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로 대비 위안화 가치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7.5% 하락)했다”며 “저평가된 위안화가 사실상의 수출 보조금 역할을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실질실효환율(REER)이 중국 경제뿐 아니라 중국의 모든 무역 파트너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해야 한다”며 중국발 가격 경쟁 압력에 대한 유럽의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명목실효환율을 교역 상대국의 가중 상대 물가 지수로 나눠 산출하는 REER은 여러 교역 상대국 통화 대비 한 나라의 실질 구매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 같은 기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고로 더욱 구체화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 국빈 방문 직후인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유럽을 상대로 쌓아온 막대한 무역흑자에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EU 역시 수개월 내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예컨대 들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같은 조치”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 시장으로 수출하던 물량을 유럽에 대거 밀어내면서 유럽 산업이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는 게 마크론 대통령의 지적이다. 

EU가 실질적인 관세 조치나 교역 제한에 착수하려면 집행위원회 조사 절차와 회원국 간 합의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이 같은 구상이 단기간 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전기차·배터리 등 특정 품목을 대상으로 한 국지적 고율 관세를 선행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유럽이 미국과 달리 정치·경제적 내부 이견이 크다는 비관론 또한 제기되지만, 유럽 내 주요 인사들의 발언과 조사 착수 사례를 놓고 보면 ‘대중 견제’가 EU 내부에서 중심 의제로 부상한 것은 확실하다는 게 외교계의 중론이다. 

산업 핵심 공급망도 불확실성 노출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은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 물자의 수출 통제를 토대로 유럽과의 마찰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월 사마륨과 디스프로슘 등 핵심 희토류를 추가로 수출 통제 대상에 올리고,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중국산 희토류가 0.1%만 포함되거나 중국의 정제·가공 기술을 사용하면 중국 정부로부터 별도의 수출 허가를 받도록 조건을 붙였다. 해당 조치는 중국 영토 밖에서 생산된 제품까지 규제 범위에 편입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산업계의 생산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압박으로 읽혔다. 

전기차 모터와 풍력발전기, 첨단 전자부품 등 거의 모든 친환경·디지털 산업을 중국산 원소에 의존하는 EU로서는 중국의 통제가 강화될수록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 등 여러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더해 중국 당국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인조 다이아몬드까지 수출 통제 대상으로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때문에 유럽의 녹색전환과 반도체·통신 장비 산업 전반은 중국의 전략 자원 카드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 형성됐다.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들은 이런 압박을 단순히 감내하기보다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규칙을 손보는 방향으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나섰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유럽은 중국의 투자에 열려 있지만, 적절한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못 박으며 “역외 기업이 EU 시장에 투자할 경우, 일정 수준의 기술과 지식재산을 현지 파트너에게 이전하도록 요구하는 새 규정을 제안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중국 기업의 유럽 내 인수·합병과 신규 공장 설립에 추가적인 조건과 심사 절차가 붙을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던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보와 통신 네트워크 분야에서도 마찰은 확대되는 양상이다. EU 집행위는 5년 전 권고 수준에 머물던 ‘고위험 공급업체 사용 중단’ 지침을 법적 구속력을 지닌 규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각 회원국이 자국 이동통신망과 핵심 인프라에서 중국 화웨이와 ZTE 장비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도록 권고했다. 독일 역시 현재 구축 중인 6G 네트워크에 중국산 부품을 전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런 사례는 EU에 진출한 중국 기업 3,000여 곳에 “정치와 규제가 언제든 사업 환경을 뒤흔들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히는 분위기다. 

넥스페리아 사태로 드러난 유럽의 취약성

네덜란드 정부의 개입 중단 선언으로 일단락된 넥스페리아 사태는 중국의 확장 행보에 대한 단일국 대응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19일 빈센트 카레만스 네덜란드 경제부 장관은 “넥스페리아에 대한 권한을 선의의 표시로 철회했으며, 중국과의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넥스페리아의 중국 소유주인 윙텍 테크놀로지가 회사의 핵심 기술을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의사결정 권한을 1년간 통제하는 감독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한 지 두 달 만의 일이다.

애초 네덜란드 정부는 넥스페리아가 자동차와 가전 분야에서 필수적인 레거시 칩 생산 능력을 가진 유럽 내 마지막 제조업체라는 판단 아래 감독권 행사 방침을 밝혔지만, 중국이 광둥성 넥스페리아 공장에 대한 수출 제한으로 대응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넥스페리아 전체 생산의 약 절반을 담당하는 해당 공장이 수출 문을 닫으면서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유럽 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라인을 멈출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별 국가가 중국과 정면으로 맞섰을 때 감당해야 할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유럽 전역에 각인됐다.

유럽이 활용 가능한 통상 방어 수단의 취약성을 확인한 각국은 이제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EU는 이미 반덤핑 관세, 보조금 상계관세, 투자 심사 제도 등 다양한 도구를 보유해 중국산 수입품 제한과 전략 산업에 대한 중국 자본 유입 제어에 나선 상태다. 아직 실제로 쓰이지 않은 카드인 ‘강제방지장치(ACI)’는 특정 수출품 중단 같은 일반적 보복 조치보다 한 단계 강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로, 마크롱 대통령 등 일부 지도자는 ACI의 활용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한다. 

아울러 유럽은 대체 공급처 발굴과 비상 재고 확충 등 공급망 다변화 논의에도 속도를 냈다. 2010년 중국이 일본과의 외교 갈등 속에서 희토류 수출을 끊어 일본 산업에 타격을 준 사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이 급하게 대체 에너지원을 찾아야 했던 경험 등이 누적된 까닭이다. 스페인이나 동유럽 일각에선 중국 투자가 계속 유입되는 한 위험을 과도하게 부각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핵심 산업 기반을 방어하기 위해선 선제적 방어가 불가피하다는 게 유럽 전반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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