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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의 발전 멈추지 않아”, 기술 축적으로 외교의 무게중심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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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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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당성·자기 확신·원칙 강조
기술 강대국 지위, 외교 자신감으로
국제 질서 규칙 수립 단계로 진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1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경제업무대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중국 국무원

중국이 최근 열린 연례 회의에서 외부 압박과 기술 봉쇄 국면을 관리 가능한 대상으로 규정하며 자국 경제 운영과 국제 경제·무역 대응을 함께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시적 성과 경쟁과 비현실적 목표를 경계하고, 계산된 선택과 결과 중심의 접근을 취하겠단 전략이다. 이러한 태도의 배경에는 다수 핵심 전략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연구 주도권을 확보한 현실이 자리한다. 중국은 원자력과 위성, 인공지능 등 국가 전략 기술 다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영향력을 기록하며 기술 자립도를 끌어올렸고, 이를 토대로 외교적 협상과 조정, 거래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

‘도덕적 강인함’ 키워드 반복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0일과 11일 양일간 연례 중앙경제업무회의(CEWC)에서 “지금까지 우리의 행보는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 속에서도 발전을 멈출 수 없음을 입증했다”며 “중국을 억누르려는 노력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미국과 동맹국의 반도체·첨단기술 접근 차단 조치 같은 외부 압박의 존재를 전제로 하면서도, 그 압박이 자국의 성장이나 전략을 되돌려 세우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시 주석이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언급하며 중국의 대응을 “도덕적 강인함”으로 표현한 대목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그는 중국이 보복이나 충돌의 확대가 아니라 원칙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그 결과 “국제사회의 존경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강조되는 도덕적 강인함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규칙을 어기지 않고 장기전을 감내하는 태도를 외교적 자산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 담론에서 해당 표현이 반복되는 것은 강압적 이미지 대신 ‘책임 있는 행위자’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란 평가다. 

이 같은 인식은 최근 미·중 관계의 실제 전개와도 맞물린다. 이달 초 미국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엔비디아 ‘H200’ 칩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했고,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는 미·중 경쟁을 안보나 체제 대결이 아닌 경제 경쟁으로 재정의하며 “중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 관계 수립”을 명시적 우선순위로 제시했다. 중국의 정치 체제나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접근 역시 30여 년 만의 변화다. 중국 내부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미국과 협상 및 거래를 통해 실익을 얻어낼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이번 CEWC에서 등장한 ‘투쟁’이라는 표현도 충돌의 격화보다는 관리와 조율의 대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CEWC는 “국내 경제 운영과 국제 경제·무역 투쟁을 함께 조율해야 한다”고 짚었는데, 이는 마찰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하되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두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아울러 시 주석은 제15차 5개년 계획과 관련해 “허황된 과장과 비현실적인 목표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과시적 성과 경쟁을 경계했다. 외교와 경제 전반에서 힘을 앞세우기보다는 계산된 선택과 결과 중심의 접근을 택하겠다는 게 중국의 전략이다. 

핵심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

이처럼 중국이 최근 외교 무대에서 보이는 태도 변화는 이미 기술적으로 강대국 지위에 올라섰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다수 핵심 전략 기술 분야에서 자국의 연구·개발 역량이 절대 우위를 확보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최근 발표된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전략 기술 추적(Critical Technology Tracker) 2025’에서 중국은 원자력과 소형 위성, AI 등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기술 연구 분야의 약 90%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1995년 같은 조사에서 미국이 94%를 선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20년 만에 구도가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ASPI의 분석은 논문 편수와 그에 따른 영향력을 기준으로 했다. 2020~2024년 5년간 74개 전략 기술 분야에서 발표된 수백만 편의 논문 가운데 각 분야에서 피인용도가 가장 높은 상위 10% 논문을 선별, 국가별 연구 영향력을 평가하는 식이다. 그 결과 중국은 66개 분야(89.2%)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이 1위를 기록한 기술들은 대부분 국방과 산업에 동시 활용 가능한 ‘이중 용도(dual-use)’ 기술로 분류됐는데, 이는 기술 자립 여부가 곧 외교·안보 선택지의 폭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 봉쇄가 중국에 결정적 압박으로 작동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AI 생태계 전반에서 중국은 생성형 AI를 포함해 클라우드·엣지 컴퓨팅, 컴퓨터 비전, 전력망 통합 기술 등 다수 분야에서 연구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AI를 연구실 단계에서 실제 적용 단계로 옮기기 위해 얼마나 과감하게 나서는지 보여주는 결과”라며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 봉쇄가 단기적 제약으로는 작동할 수 있어도 장기적 억제 수단으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ASPI의 집계가 모든 기술 분야에서의 완성도나 상용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 또한 존재한다. 예컨대 중국은 ‘첨단 항공기 엔진’ 연구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실제 성능과 신뢰성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유럽산 엔진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국가 전략 기술 경쟁력은 10~20년에 걸친 누적 투자와 연구의 결과라는 점에서 중국이 기술적 기반 위에서 외교적 협상·조정·거래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는 게 외교계는 물론 산업계의 중론이다. 

다음 단계는 ‘국제 표준 설계’

중국은 기술적 자립을 발판으로 외부 압력을 견디는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오픈소스와 서비스 개방을 통해 국제 사회의 규범과 표준을 스스로 만들어가려는 단계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기술을 ‘공공재’에 가깝게 배포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특정 국가의 봉쇄나 제재가 국제 사회 전체의 기술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는 프레임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식이다. 외부적으로는 이 같은 조치가 기술 개방으로 읽힐 공산이 크고, 내부적으로는 기술·산업 생태계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중국은 2021년 14차 5개년 계획에서 오픈소스를 처음으로 국가 전략에 포함시켰고, 이후 공업정보화부(MIIT)와 국무원이 잇따라 관련 계획을 발표하며 정책적 기반을 다졌다. 2020년 설립된 오픈아톰 재단(OpenAtom Foundation)은 해당 전략의 핵심 축으로, 화웨이·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이 참여해 오픈하모니(OpenHarmony)와 오픈율러(openEuler) 등 다수 프로젝트를 육성 중이다. 재단은 헌장 제4조에서 ‘중국공산당의 포괄적 지도’를 명시하면서 중국식 오픈소스가 순수 민간 자율 모델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이후 중국의 오픈소스 전략은 한층 더 정교해졌다. 2023년 중국정보통신연구원(CAICT)이 주도해 제정한 국가 표준 ‘소프트웨어 제품 오픈소스 코드 보안 평가 방법’은 오픈소스 코드의 출처, 품질, 지식재산권, 거버넌스와 개발 역량을 각각 세부 지표로 평가하도록 규정했다. 오픈소스 코드 비율과 기여 규모, 보안 취약점 수, 패치 비율, 라이선스 호환성까지 관리 대상으로 삼는 이 기준은 개방성과 통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중국의 접근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개방을 내세우되, 관리와 규율을 통해 국가 주도의 기술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방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러한 오픈소스 전략은 AI 분야와 결합해 국제 규범 경쟁으로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지난 7월 중국은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글로벌 AI 거버넌스 행동계획’을 발표하며 “AI를 인류 공동의 공공재로 육성한다”는 원칙 아래 국경 간 오픈소스 커뮤니티 구축과 기술 문서 및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의 국제 공유를 제안했다. 이는 기술력을 앞세워 국제 사회의 규칙 형성 과정에 직접 개입하려는 시도로, 중국이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라 표준 경쟁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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