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테크 투자
  • SK는 숨 고르고 두산은 판 키운다, 실트론 매각 둘러싼 현실적 계산서

SK는 숨 고르고 두산은 판 키운다, 실트론 매각 둘러싼 현실적 계산서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SK그룹 재무 부담 완화 성격 짙어
두산 자회사 실적이 만든 인수 여력
재무적투자자 대비 전략적 시너지 부각

SK가 그룹 리밸런싱의 일환으로 추진하던 SK실트론 매각이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며 한층 구체화됐다. 시장은 매각 가격 자체보다 SK가 비주력 자산 정리를 통해 당장 필요한 현금 유입과 재무 부담 완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두산의 자금 조달 여건과 인수 이후 활용 가능성까지 맞물리면서 실트론 매각은 단순한 지분 거래를 넘어 양측의 중장기 전략 전반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읽힌다.

배터리 산업 부진 속 자금 우려 완충 효과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는 전날 SK실트론 지분 매각과 관련해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시하며 “세부 사항은 3개월 이내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지분 70.6%로, 이 가운데 51%는 직접 보유 지분이며 총수익스와프(TRS) 형태의 지분 19.6%도 거래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개인 지분 29.4%는 이번 매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최대 5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SK가 수년간 이어온 포트폴리오 재편 흐름이 다시 한번 가시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SK는 최근 배터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선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중심으로 자금 소요가 집중된 상황에서 비주력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 여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SK실트론 매각 역시 성장성보다 현금 회수 효과가 먼저 고려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둘러싼 재무 부담이 누적돼 있다는 점에서 실트론 매각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글로벌 배터리 산업 조정 국면이 이어지면서 SK온의 추가 투자와 자금 조달을 둘러싼 시장의 시선도 한층 까다로워진 탓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수조원 규모의 현금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실트론 매각은 그룹 차원의 재무 안정성을 보완하는 완충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거래 구조 측면에서도 SK는 최대한 확실한 현금 유입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직접 보유 지분 51%는 물론, TRS로 관리돼 온 19.6% 지분까지 포함하면서 매각 대금 규모 또한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다만 TRS 지분은 계약 만기와 정산 방식에 따라 손익 귀속이 달라질 수 있어 해당 지분을 어떤 조건으로 넘길지가 최종 인수대금 산정 과정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SK가 매각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향후 재공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배경이다. 

외부 차입보다 내부 실탄 중심 인수 구조 

일각에서는 두산이 대규모 인수 자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했다. 두산은 과거 계열사 합병 추진 과정에서 자본시장 반대에 부딪혀 자금 조달이 무산된 전례가 있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이번 인수전에서는 자회사들의 안정적인 실적과 현금 창출력이 부각되며 이러한 우려 또한 상당 부분 옅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두산은 두산로보틱스 지분 일부를 담보로 5,500억원,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을 담보로 3,600억원을 각각 조달했으며, 여기에 일반 신용대출 900억원을 더해 1조원 수준의 유동성을 마련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분 매각이 아닌 담보 설정 방식을 선택하면서 경영권 훼손 우려 또한 최소화했다. 

SK실트론 인수 금액을 둘러싼 시장 추정치와 비교해도 두산의 부담은 과거 인식과는 다르게 읽힌다. 시장이 추산한 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5조원 수준이지만, 여기서 순차입금 약 3조원을 제외한 지분 가치 기준으로는 그 가치가 2조원 안팎으로 낮아진다. 여기에 SK가 매각 대상으로 제시한 지분 70.6%를 적용하면, 실제 인수 금액은 1조5,000억원 전후로 좁혀진다. 두산이 이미 확보했거나 확보가 가능한 유동성과 비교할 경우, 전액을 외부 자금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진다.

지주사 체제 변화 역시 인수 여력에 대한 해석을 달리 만드는 요소다. 두산은 최근 지주사 지위를 포기하면서 공정거래법상 부채비율 200% 유지 의무와 자회사·손자회사 지분 보유 제한에서 벗어났다. 이는 대규모 인수 이후 재무 구조 관리와 추가 투자 집행 과정에서 제약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두산을 둘러싼 자금 여력 논의 역시 과거의 단편적인 차입 부담 논쟁에서 자회사 실적과 보유 자산 활용 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형국이다. 

두산테스나 서안성 사업장 클린룸/사진=두산 뉴스룸

두산 반도체 밸류체인 확장 구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이번 거래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 또한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인수 이후 산업적 활용 가능성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SK실트론이 보유한 실리콘 웨이퍼 생산 역량은 두산이 지금까지 구축해 온 반도체 전·후공정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두산은 전자BU를 통해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며 반도체·전자 소재 영역에서 입지를 넓혀 왔고, 2022년에는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업체 테스나를 4,600억원에 인수해 후공정 사업을 강화한 바 있다. 

SK실트론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에 해당하는 기업으로,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고객사를 동시에 확보한 몇 안 되는 업체다. 웨이퍼는 반도체 제조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만큼 해당 자산을 확보할 경우 두산은 소재 단계부터 후공정 테스트까지 이어지는 공급 흐름을 내부에 두게 된다. 이처럼 인수 후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은 단순 재무 투자를 목적으로 한 거래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인수 주체로서의 두산을 둘러싼 평가가 크게 달라진 이유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산업 내 활용을 전제로 한 인수는 일반적인 재무적 투자자(FI)와 달리 투자 이후의 운영 방향과 설비 투자, 고객 관계 유지까지 함께 고려되는 까닭이다. 실제로 SK실트론 내부에서도 MBK파트너스나 한앤컴퍼니 등 사모펀드(PEF)에 매각되는 방안보다는 두산으로의 이전을 희망하는 이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PEF 인수 및 재매각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