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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쟁 다음 라운드는 소버린 AI” 일본, 28조원 투입해 ‘자국 모델’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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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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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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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해외 의존 위험 판단에 대규모 투자 결정
1조 파라미터 기반 모델 개발해 자국 기업에 개방
'미래 핵심산업 될 소버린 AI 잡아라' 각국 총력전

인공지능(AI)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국이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소버린(Sovereign·국가 주권) AI 개발’을 위한 회사를 설립한다. 소프트뱅크(SoftBank) 등 일본의 핵심 기업들과 정부가 손잡고 미국과 중국 등 경쟁국에 뒤처진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유럽과 인도·동남아·중동 등도 연산 인프라와 핵심 자산을 자국 통제권 아래 두려는 소버린 AI 드라이브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초대형 AI 개발 본격화, 소프트뱅크 등 참여

2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소프트뱅크·프리퍼드네트웍스(Preferred Networks Inc.) 등 10여 개 일본 기업과 신규 합작회사를 설립해 토종 AI 모델의 공동 개발에 나선다. 이를 위해 경제산업성은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부터 5년 동안 총 1조 엔(약 9조4,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우선 내년 예산안에 3,000억 엔(약 2조8,000억원) 이상을 반영한다. 또한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도 지원한다.

일본 정부는 사업에 출자할 민간기업의 경우 공모를 통해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소프트뱅크와 내년부터 6년간 AI 개발 등에 사용할 데이터센터에 2조 엔(약 18조8,000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홋카이도 도마코마이와 오사카 사카이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는 일본산 토종 AI 개발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AI 벤처기업인 프리퍼드네트웍스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프리퍼드네트웍스는 도쿄대 연구진이 2014년 설립한 유니콘 기업으로 일본 내 AI 딥러닝 개발 능력 1위로 평가받는다. 요미우리는 “신설 합작회사는 소프트뱅크를 중심으로 소프트뱅크와 프리퍼드네트웍스 출신의 AI 전문가 100여 명이 소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합작회사의 목표는 ‘1조 파라미터(parameter : 매개변수)’ 규모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AI 모델에서는 파라미터 숫자가 클수록 성능이 높다는 의미다. 오픈AI의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Gemini) 등 주요 모델의 파라미터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1조 개를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발된 AI 모델은 일본 기업에 개방해 각 사가 용도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향후 로봇에 탑재할 수 있는 AI 개발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일본, 올해 AI 관련 지원 예산 67% 늘려

이번 민관 합작사 신설은 일본 정부의 소버린 AI 개발 정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소버린 AI 기업 성장을 위해 2021년 AI 전담 주무 부처인 디지털청을 출범시켰고, 올해 1월 기준 총원 1,180명 중 절반이 넘는 600명을 민간 출신 인력으로 충원했다. 관료 출신보다 민간 경력자를 더 많이 채용해 자칫 탁상행정에 빠질 수 있는 AI 전담 부처의 기능과 역할을 보다 내실화하기 위함이다. AI 정부 예산도 매년 늘리고 있다. 올해 일본의 AI 분야 직접 지원 예산은 1,969억 엔(약 2조원)으로 전년 대비 67.4% 증가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소버린 AI 기업으로 꼽히는 곳은 지난해 창업 1년 만에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4,700억원) 유니콘 기업으로 발돋움한 사카나AI(Sakana AI)다. 이 기업은 구글의 일본연구소에서 일하던 외국인 두 명이 창업했지만 일본의 소버린 AI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카나AI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초기 구축에 수백억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지원 프로그램만으로 AI 킬러 기업을 키워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1호 구매자(buyer)’로 나서야 선순환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디지털청이 재원을 투입해 기업들에 일감을 공급하고 여기서 나오는 자금으로 기업들이 생존하면서 실력을 키우는 구조가 이미 조성돼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한국이 주요 IT 기업들을 육성했던 전략을 일본이 그대로 카피하고 있는 셈이다.

AI와 관련된 일본 정부의 지원은 반도체 산업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AI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두뇌라면 반도체는 팔다리에 해당한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반드시 경쟁력을 되찾아온다는 게 일본 정부의 각오다.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소버린 AI는 고도의 기술 집약 산업이지만 실제 사업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규제 대응 역량과 거버넌스 설계 능력에 가깝다. 이런 의미에서 특히 통신사는 AI 인프라 구축 계획의 수혜를 입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다. 일본의 3대 통신사이자 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가 소버린 AI 개발에 적극 뛰어드는 배경이다.

일본 정부가 소버린 AI 개발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배경에는 기술 격차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생성형 AI와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은 이후, 일본 경제는 플랫폼과 알고리즘 영역에서 지속적인 열세를 노출해 왔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구조가 방치될 경우 제조업 경쟁력 약화와 데이터 주권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술 종속 넘어 ‘AI 주권’ 시대로

구조적 저성장 기조 속에서 AI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나라는 일본 만이 아니다. 특히 제조업 기반이 약한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소버린 AI를 국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일례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 ‘비바테크(VivaTech)’에서 소버린 AI 인프라 구축을 ‘주권을 위한 우리의 투쟁’으로 지칭했고, 같은 행사에서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1만8,000개의 GPU를 도입하기로 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역시 엔비디아와 도이체텔레콤이 2027년까지 GPU 10만 개를 도입하는 것을 놓고 "디지털 주권에 대한 중요한 단계에 있다"고 말하며 지원을 시사했다. 두 국가 모두 아직 구체적인 소버린 AI 구축에 대한 그림은 미비하지만, AI 개발에 필요한 자산 확보에 우선 무게를 두고 있다.

영국도 올해 1월 ‘AI 기회 실행 계획(AI Opportunities Action Plan)’을 통해 50가지 권고안을 마련하고, 20억 파운드(약 4조원)를 투자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10억 파운드는 국가 컴퓨팅 역량 구축에 배정해 2030년까지 컴퓨팅 용량을 20배 확대하는 데 사용한다. 이는 AI 정책을 선언 단계에서 집행 단계로 끌어내리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5억 파운드는 새로 신설된 소버린 AI 유닛에 배정해 영국 비즈니스 뱅크와 연계한 AI 성장 구역 조성에 활용한다. 아울러 영국 전역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7억5,000만 파운드를 투입해 에든버러대에 슈퍼컴퓨터를 설치하는 계획도 병행한다. 인력 측면에서는 튜링 AI 글로벌 펠로우십을 통해 해외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테크 퍼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 단계부터 기술 인력 저변 확대에도 나선다. 여기에 AI 보안 연구소 설립과 대기업 중심의 소버린 AI 산업 포럼 출범을 더해 정책·산업·규제의 연결 고리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신흥국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인디아(India) AI’를 발표하고, 소버린AI를 국가적 사명으로 설정했다. 아울러 인디아 AI 독립사업부를 구축하고 1조372억 루피(액 17조1,300억원)를 투입해 민관 전반에 걸친 포괄적인 AI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독립사업부는 1만 개 이상의 GPU로 구성된 공공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 LLM 및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인디아AI 혁신센터, 박사 과정까지 AI 교육을 제공하는 인디아 AI 퓨처스킬스, 정부 및 기관 내 문제 해결을 위한 인디아AI 애플리케이션 개발 이니셔티브 등을 발족할 예정이다.

동남아시아는 싱가포르 정부 주도로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연합하는 ‘씨라이언(Sea-Lion) AI’를 개발 중이다. 씨라이언 AI는 다른 국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타 문화권에 편향되지 않은 결과를 제공하고, 글로벌에서 소외되는 동남아 정부와 기업, 학계를 위한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밖에 아랍에미리트(UAE)는 아랍어 특화 LLM인 팰컨(Falcon)과 자이스(Jais)를 공개했고, 아부다비 정부는 AI71을 설립해 팰컨2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2030을 통해 AI 분야에만 400억 달러(약 59조2,000억원) 이상을 투입했으며, 현재 네이버와 협력해 아랍어 LLM과 데이터센터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카타르 역시 2025~2030 국가 전략을 통해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28억 달러(약 4조1,500억원)를 투자하며 독자적인 AI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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