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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방정부 ‘부채 폭증’에 국유자산까지 동원, 중국 경제 뒤흔드는 ‘회색 코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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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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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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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위기에 지방정부 부채 확대
중국판 '잃어버린 30년' 위기 증폭
中 부채 비율, 사상 처음 GDP 대비 300% 돌파

중국 지방정부들이 심각한 재정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국유자산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sset Backed Securities, ABS) 발행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엄격한 지방채 발행 쿼터를 우회하면서도 당장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요원한 상황에서의 ABS 발행은 지방채 확대를 부추겨 중앙정부의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을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분위기다.

국유자산 담보 ABS 발행 사상 최대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금융데이터 제공업체 윈드(WIND)를 인용해, 중국 내 ABS 발행 건수가 24일 기준 2,386건으로 기존 최고치였던 2021년 기록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발행 규모도 총 2조3,000억 달러(약 3,296조원)로 4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이 같은 ABS 발행 급등세는 성(省)급 이하 지방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경기 둔화 등으로 세수가 급감한 상황에서, 지방정부들은 유동성 부족을 메우고 중앙정부의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신규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후베이성의 경우 “모든 국유 자원을 자산으로, 모든 국유 자산을 증권으로 만들라”는 구호를 내걸 정도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위빈 푸 애널리스트는 중국 지방정부의 ABS 발행 급등은 지방정부의 부채와 재정 압박이 급격히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실제 중국 지방정부 재정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악화했고, 이 때문에 지방정부 채권 발행도 최대로 불어난 상황이다. 올해 채권 발행 규모는 이달 초 기준 10조1,000억 위안(약 2,068조원)으로, 연간 발행 규모가 10조 위안을 넘어선 건 역사상 처음이다.

지방채 발행 잔액도 54조 위안(약 1경1,000조원)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중앙정부의 부동산 개발업체 규제 강화로 토지 매각 수입까지 줄어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공식 부채와 비공식 금융기구 차입을 합친 규모는 2024년 국내총생산(GDP)의 84%로 2019년(62%) 대비 급증했다. 예산법상 지방정부의 직접적인 채권 발행을 인정하지 않은 2014년까지만 해도 지방정부 채권발행액은 연간 4,000억 위안(약 82조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방정부 채권 발행을 허가한 2015년 채권 발행액은 3조 위안(약 614조원)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6조 위안으로 급증했다. 순식간에 불어난 채권 발행액은 데믹을 거치며 2023년 9조 위안으로 또다시 급증했고, 올해 처음으로 10조 위안을 돌파했다.

지방채 발행이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확장과 지방정부 부채 구조조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토지 출양금(부동산 회사에 토지를 일정기간 양도해 주고 받는 사용료)이 급감하면서 지방정부 재정이 빠르게 악화하자, 중앙정부는 지방채를 경기 부양의 핵심 재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핵심 재원인 토지 사용권 매각 수입은 올해 1~10월 2조5,000억 위안(약 512조원)에 그쳤다. 가장 많았던 2021년 8조7,000억 위안(약 1,780조원)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올해 연간 토지 사용권 매각 규모는 3조 위안으로 전망되는데 고점 대비 5조 위안 이상 줄어든 셈이다.

지방정부 부채 규모 심각, 중앙정부 지원 여력 제한적

지방정부의 ‘숨은(그림자) 부채’로 불리는 지방정부융자플랫폼(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 LGFV) 부채도 문제다. 그동안 지방정부는 인프라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특수법인인 LGFV에 크게 의존했다. LGFV는 공식 지방정부 부채 한도에 잡히지 않아 정확한 통계가 없다. 다만 시장조사 업체 DZH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 4,000개 LGFV의 유이자 부채를 합산한 결과 2024년 말 시점에 87조 위안(약 1경7,800조원)으로 나타났으며, IMF는 2024년 말 기준 LGFV 부채를 65조 위안(약 1경3,30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에는 지방정부가 60조~80조 위안대 규모의 숨은 부채를 지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도 하다.

수익성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LGFV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4% 이상인 곳은 3%에 불과하며 전체의 약 10%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24년도 순이익 합계는 5,500억 위안(약 112조5,800억원)인데 정부 보조금이 1조 위안 이상으로 순익을 웃돌았다. 보조금이 없으면 전체의 절반 가까이가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부채가 누적되는 가운데서도 자금난이 곧바로 표면화하지 않았던 주원인은 지방정부의 암묵적 보증, 그리고 지속된 저금리 기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자 결국 중국 중앙정부도 칼을 빼 들었지만 부채 규모에 비해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중국 재정부는 지방정부 부채 한도를 늘리기 위해 3년간 6조 위안의 특별채권을 발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의 부채 한도는 2024년 말 기준 29조5,200억 위안(약 6,040조원)에서 35조5,200억 위안으로 늘어난다. 재정부는 또 지난해부터 5년 동안 매년 지방정부 특별채권 중에서 8,000억 위안(약 163조원)을 부채 해결에 배정해 총 4조 위안을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와 교환하도록 했다. 숨겨진 부채를 채권 형식으로 전환하도록 해 지방정부가 시간을 두고 상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6조 위안 부채한도를 더하면 지방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재원은 10조 위안으로 늘어난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지방정부가 5년 동안 6,000억 위안의 이자 지불 비용을 절감해 투자와 소비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인 '채무관리사(司·한국 중앙부처의 '국'에 해당)'도 신설했다. 신설 채무관리사 산하에는 △종합처(處·한국 중앙부처의 '과'에 해당) △중앙채무처 △지방채무1처 △지방채무2처 △발행·상환처 △모니터링관리처 등 6개 부서가 설치됐다. 채무관리사는 중국 정부 국내 채무 관리 제도·정책 제정과 중앙·지방정부 채무 관리 제도 제정, 국채·지방채 한도 계획, 정부 내 채무 발행·상환 관리, 리스크 모니터링·예방 등을 담당한다. 그간 중국 당국은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지목된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중점 영역 리스크'로 분류하고 특별채권 발행 등 조치를 취해 채무를 상환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지난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도 향후 5개년계획에서 지방정부 부채 문제 관리를 주요 과제로 명시한 바 있다.

부동산 침체 장기화, 벼랑 끝 중국 경제

중국 지방 재정 위기의 근저에는 장기화된 부동산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토지 사용권 판매 수익이 지방정부 재정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주택 판매 위축과 가격 하락이 이어지며 토지 사용권 수입이 급감했고, 이 손실은 고스란히 지방정부 재정에 누적됐다.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금융 부실 역시 상당 부분 지방정부 산하 기관이 흡수한 상태다. 이처럼 부동산 산업은 중국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자리잡았다. 한때 GDP의 30%를 넘나들던 경제의 핵심 축 역할을 담당했지만 버블 붕괴 후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줄줄이 경영난에 봉착하며 도미노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했다. 헝다그룹의 부채만 2조 위안(약 410조원)에 달했고 비구이위안 등 다른 기업들도 막대한 빚을 남기고 맥없이 무너지는 바람에 중국 경제는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를 불러온 핵심 원인으로 '선분양제'를 지목한다. 러우지웨이(Lou Jiwei) 전 중국 재무장관은 "개발사들이 착공도 하기 전에 주택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선분양 시스템이 위험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개발사들이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받은 계약금을 다른 프로젝트의 부실을 메우는 데 유용하는 관행이 만연했고, 자금줄이 마르자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속출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판매 전 수금을 기반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대규모 프로젝트에 자금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매출이 줄자 부채 상환 능력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중국 재정 악화 해소를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장기 불황 해결이 급선무지만, 회복세는 수년째 요원한 형국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월 주요 70개 도시의 신축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4% 떨어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하락 폭은 2.4%에 이른다. 주요 70개 도시 중 59개 도시에서 신축주택 가격이 전월보다 떨어졌는데, 월 64개 도시보다는 5곳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체의 80%를 웃도는 수준이다. 1선 도시 경우 신축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0.4% 하락했다. 특히 베이징·광저우·선전은 각각 0.5%, 0.5%, 0.9% 내렸다.

이는 중국의 부채 디플레이션을 더욱 가속하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금융발전실험실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중국의 가계·정부·기업 부채를 합산한 총부채는 GDP 대비 302.3%다. 이 비율은 올 상반기 말 사상 처음 300%를 넘어선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2%포인트가량 뛰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GDP 대비 중국의 총부채 비율은 300%를 웃돌 전망이다. 연간 기준으로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300%를 웃돈 건 사상 처음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중국의 총부채 잔액은 400조 위안(약 8경1,900조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의 경제 평론가 량우전(梁武鎭)은 “현재 지방정부의 재정 상태가 상당히 심각함에도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빚을 늘려가고 있다. 속담대로 소도 잡아먹을 기세라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 분위기를 중앙정부가 제대로 컨트롤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 상태가 그대로 이어지면 국가 부도와 같은 심각한 상황의 도래는 필연적”이라며 지방정부의 부채가 중국 경제를 옥죄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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