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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네수엘라 침공에도 국제 유가 충격 제한적, 미국 주도 원유 생산 정상화는 '장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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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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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네수엘라 침공, 국제 유가 단기적 영향 크지 않아
세계 최대 매장량에도 생산 비중 1% 그쳐, 인프라 붕괴·美 제재로 영향 미미
미국 주도 증산 가능성 거론, 각종 변수로 실질적 시장 변화는 지연 전망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이 국제 유가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세계 1위 수준이지만, 인프라 붕괴 및 지속된 수출 규제로 인해 실제 생산량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향후 미국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체계가 재구축되면 원유 가격이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하지만, 넘어야 할 난관이 많은 만큼 단기간 내 글로벌 원유 시장에 '지각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을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원유 매장량 대비 생산 능력 부족

5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3,032억 배럴로 전 세계 1위다. 이는 세계 2위인 사우디아라비아(2,672억 배럴)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자, 전 세계 매장량의 5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매장량이란 기술과 경제성을 고려할 때 상업적으로 채굴 가능한 자원의 양을 뜻한다. 이는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체포한 뒤 시장에서 국제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한 이유기도 하다. 실제 미국이 베네수엘라 앞바다에서 유조선을 나포한 지난달 22일엔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2.6% 급등하기도 했다.

다만 베네수엘라가 세계 원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만큼, 미국의 침공이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베네수엘라는 통합사회당 독재 정권의 집권으로 인한 에너지 인프라 붕괴, 미국의 제재 등으로 원유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상태다. 통합사회당 정권 집권 이전까지만 해도 하루 350만 배럴에 달했던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110만 배럴까지 미끄러졌다. 이는 전 세계 소비량의 1%에 불과한 수준이며, 미국(18.3%), 러시아(12%), 사우디(11.8%) 등 주요 생산국의 생산량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및 정제 시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점도 글로벌 시장 충격이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 기업 PDVSA의 소식통은 "초기 점검 결과, 대통령 압송을 위한 미국의 공격으로 인한 유전 및 정유소 시설의 피해는 없다"며 "현재 생산과 정제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통해 '원유 패권' 강화 꿈꾸는 美

향후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시설을 정상화할 시 국제 유가가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아주 규모가 큰 미국 석유 회사들이 (베네수엘라에) 진입해 수십억 달러를 들여 심각하게 파괴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의) 상당 부분이 25년 전 우리가 설치한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교체할 예정"이라며 "(인프라를 복구해) 석유를 훨씬 더 큰 규모로 팔게 될 것이고 (이 돈으로) 나라를 돌보겠다"고 덧붙였다.

월가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미국 정부가 PDVSA의 운영권을 일시적으로 인수하고, 메이저 미국 석유 회사들과 합작 투자 형태로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는 것이다. 석유 회사들이 투자 비용을 먼저 부담하고, 이후 정부와 석유 판매 수익을 보전받는 생산 분배 계약이나 석유 담보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는 실제 베네수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미국 정유회사 쉐브런이 채택한 전략이기도 하다. 쉐브런은 PDVSA와 합작 투자 형태로 하루 25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 중이며, PDVSA로부터 받을 비용을 현물 원유로 보전받으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유의미한 증산 성과를 내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스대학교의 프란시스코 모날디 라틴아메리카 에너지 프로그램 총괄은 "베네수엘라가 하루 400만 배럴까지 증산하려면 앞으로 10년 동안 1,000억 달러(약 144조7,7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제법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 국제법상 점령군은 타국의 자원을 일방적으로 취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컬럼비아대학교의 매튜 왁스먼 법학 교수는 "(국제법상) 점령 군사국은 다른 국가의 자원을 빼앗아 스스로를 부유하게 만들 수 없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정당하게 자원을 보유한 적이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합법 정부 수립에 관여한 뒤, 신규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협력을 요청받아 석유 인프라 재건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새로운 베네수엘라 과도 정부가 PDVSA의 경영진을 교체하고 미국 측 인사를 배치하는 한편, 미국 및 다국적 석유 회사들과 합작사를 세우는 구도다. 변수는 마두로를 축출했다고 해서 베네수엘라 정부 및 군부, 국민들이 즉각 미국의 방침에 순응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는 점이다. 미군 주도로 정권이 교체된 만큼, 베네수엘라 내부 반미 성향 무장 세력이나 구정권의 잔당이 테러 형식으로 미국에 반격을 가할 위험이 존재한다. 앞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정권과 마두로 정권이 일방적으로 외국 정유사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자산을 몰수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변수다.

美-中 관계, 원유 공급 과잉 등 변수 산적

미국이 계획대로 베네수엘라 석유 시장을 장악할 시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베네수엘라에 687억 달러(약 99조4,570억원) 이상을 지원했으며, 이 가운데 91% 이상은 차관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 대가로 중국은 베네수엘라로부터 매일 10만~15만 배럴의 원유를 받기로 했으며, 작년 기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량의 약 70~80%가 중국으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축출 직후 "중국은 그대로 석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중국이 받아야 할 미상환 부채를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 원유 시장이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지난해 미국, 캐나다, 브라질, 가이아나 등 비(非)OPEC+ 4국은 일일 원유 생산을 152만 배럴가량 늘리며 시장 비중을 33%까지 끌어 올렸다. OPEC+도 지난해 4월부터 증산 노선을 택하며 2022년 시작된 하루 385만 배럴 감산분 중 자발적 감산분인 220만 배럴을 정상 생산하기 시작했다. 원유 공급이 급증함에 따라 이스라엘-이란 전쟁,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등 중동 지역의 혼란 속에서도 국제유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 석유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도 시장에는 별다른 충격이 없었다.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세계 원유 공급이 하루 125만~240만 배럴(전년 대비 +1.2~2.3%) 늘어나리라고 전망했다. 증가 폭은 전년 대비 줄었으나, 여전히 2015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0.9%)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EIA는 올해 하루 226만 배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하루 384만 배럴 규모의 과잉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모두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 이후 최대 규모다. 국제유가 역시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서 머무를 전망이다. EIA, 골드만삭스, 시티은행 등 9개 주요 기관들은 2026년 WTI 연평균 가격을 57달러(약 8만2,500원)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전년보다 8달러(약 1만1,500원)가량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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