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에서 결제까지” 구글·월마트, AI 동맹으로 커머스 주도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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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추천 도구에서 구매 인터페이스로
장기 협력 관계 누적, 아마존에 대응
월마트 ‘기술 기업’ 인식 전환 시도

구글과 월마트가 인공지능(AI)을 매개로 쇼핑의 출발점과 결제 경로를 통합하는 동맹을 전면화했다. 특히 구글은 검색과 자사의 AI 제미나이(Gemini)를 통해 상품 탐색부터 결제까지 이어지는 개방형 표준 프로토콜을 공개하며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커머스 생태계를 제시했다. 양사의 협력은 2017년 ‘음성 쇼핑’ 동맹의 연장선에 놓인 전략으로, 월마트 역시 기술기업으로의 재정의를 통해 온라인 시장 내 아마존의 지배력에 대응하려는 모습이다.
챗봇 대화 중 상품 탐색→결제
11일(이하 현지시각) 구글은 공식 성명을 통해 에이전틱(비서형) 커머스 및 AI 도구를 위한 새로운 개방형 표준을 발표했다. 월마트 등 다수의 리테일 기업과 함께 개발한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CP)’을 적용, 자사의 검색 AI 모드와 챗봇 제미나이 앱에서 상품 구매·결제 기능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뉴욕 자비츠 센터에서 열린 ‘전미유통연맹(NRF) 2026’ 메인 스테이지에 오른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의 차세대 AI를 월마트 쇼핑 경험에 전격 이식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구글은 생성형 AI를 구매 행위를 완결시키는 인터페이스로 전면 배치하면서 검색 이후의 마지막 고리를 스스로 통제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번에 공개된 UCP는 이러한 전략의 핵심 장치다. 그간 소비자들은 검색이나 챗봇을 통해 상품을 발견하더라도 결제 단계에서는 개별 쇼핑몰 앱이나 웹사이트로 이동해야 했지만, UCP 도입 이후로는 AI 모드나 제미나이 앱 안에서 상품 탐색부터 결제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하나로 완결된다. 이는 곧 검색 트래픽이 거래 전환으로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업계는 구글이 개방형 표준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 주목한다. UCP에는 월마트를 비롯해 타깃, 쇼피파이, 엣시, 웨이페어 등 주요 리테일 기업과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같은 결제 사업자가 참여했다. 이는 여러 유통사와 결제사가 하나의 규격 아래 연결되는 연합형 생태계를 지향하는 모델로, 자체 생태계 안에서 검색·결제·물류를 수직 통합해 온 아마존식 모델과 정면으로 대비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구글이 ‘표준 제공자’ 위치를 차지함으로써 쇼핑의 진입 관문 자체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월마트는 이러한 구조에서 가장 상징적인 파트너다. 월마트의 쇼핑 비서 ‘스파키(Sparky)’는 제미나이와 결합해 하나의 에이전트처럼 작동하며, 이용자의 구매 이력과 실시간 재고를 바탕으로 주문과 결제를 동시에 처리한다. 구글 계정과 월마트 계정을 연동한 이용자가 자연어로 요청하면 추천과 선택, 결제가 한 번에 이어지는 방식이다. 월마트는 대규모 오프라인·온라인 재고와 물류 역량을 제공하고, 구글은 AI 인터페이스와 결제 연결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을 통해 유통과 기술이라는 양사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생성형 AI를 둘러싼 커머스 경쟁 구도가 한 단계 진화했음을 시사한다. 앞서 대화형 AI 안에서 직접 결제하는 시도가 등장했지만, 이번 발표는 특정 파트너십을 넘어 범용 표준을 통해 생태계 주도권을 노린다는 점에서 성격을 달리한다. 검색과 챗봇, 결제를 하나의 연속된 사용자 경험으로 묶으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이커머스 경쟁은 상품과 가격을 넘어 ‘어디서 구매가 시작되고 끝나는가’를 둘러싼 싸움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구글과 월마트의 동맹은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에 놓인 사례로 읽힌다.
아마존 대응 협력 모델 경험
구글과 월마트는 이미 2017년 음성 명령 기반 쇼핑을 축으로 한 협력에 착수하며 아마존을 정면으로 겨냥한 바 있다. 당시 월마트는 오프라인 유통 최강자였지만, 온라인과 음성 커머스 영역에서는 아마존의 알렉사·에코 생태계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글 역시 검색과 모바일에서는 압도적 영향력을 갖췄으나, 음성 스피커 기반 상거래에서는 후발 주자라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두 기업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월마트 매장의 수만 종 상품을 음성으로 주문·결제하는 구조를 제시하며 ‘아마존 대항 연합’의 출발점을 찍었다.
아마존은 2014년 말부터 알렉사 기반 음성 쇼핑을 상용화하며 에코 스피커 판매를 빠르게 늘렸고, 이를 통해 커머스 진입 경로를 장악했다. 이 때문에 시장의 주도권 경쟁 또한 음성 인터페이스를 둘러싼 양상으로 전개됐다. 구글은 홈 스피커와 구글 익스프레스를 선보인 직후 시장 진입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었는데,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구축된 방대한 점포망과 상품 구성을 무기로 구글 생태계에 실질적인 거래 볼륨을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로 주목받았다. 구글이 타깃·코스트코 등 다수 유통업체와 제휴를 맺은 상황에서 월마트는 규모와 상징성 면에서 가장 중요한 카드로 평가됐다.
음성 쇼핑을 둘러싼 시도는 기대만큼 빠른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양사의 AI 도입 및 전환은 단발성 실험에 그치지 않았다. 월마트는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제트닷컴 인수와 전자상거래 조직 개편을 병행했고, 구글은 자연어 처리와 모델 고도화를 지속했다. 소비자가 검색·명령·결제를 어떤 플랫폼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유통 주도권이 갈린다는 인식이 분명해지면서 ‘인터페이스를 누가 쥐느냐’가 유통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2017년에는 음성이 핵심 인터페이스였다면, 이제는 챗봇과 에이전트형 AI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형국이다.

플랫폼 경쟁력 강화, 방어·확장 병행 전략
월마트가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으로 거래소를 옮긴 결정 또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지금까지 나스닥에서 NYSE로 이동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그 반대 방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선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월마트가 스스로를 소비재 유통사가 아닌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재정의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규모의 경제만으로는 아마존과의 경쟁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전제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방향 전환은 AI 전략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월마트는 지난해 10월 오픈AI와 협력해 챗GPT 환경 안에서 상품 탐색과 결제가 동시에 이뤄지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는 AI를 마케팅용 기능이나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거래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비슷한 시기 월마트는 고객용 스파키를 비롯해 공급업체, 개발자, 직원용 슈퍼 에이전트를 단계적으로 통합하며 전사 차원의 AI 운영 체계를 구축했다. 각 기능이 흩어져 작동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하나의 운영 인프라로 묶어낸 셈이다.
기술 투자 규모와 조직 구성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현재 월마트의 글로벌 테크 조직에는 2만 명이 넘는 기술 인력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AI·제품 담당 임원 영입을 통해 기술 중심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한 결과다. 이와 동시에 월마트는 매장과 물류, 수요 예측, 공급업체 협상에 이르기까지 AI를 가치사슬 전반에 적용하면서 유통 효율과 운영 정밀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재고 관리에서 가격 결정과 배송 최적화까지 아우르는 전면적 전환이 모두 최근 2~3년 사이에 진행됐다.
월마트의 AI 전략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사람 중심’이라는 메시지다. 경쟁사 아마존이 대규모 자동화를 통해 인력 구조 변화를 예고한 상황에서 월마트는 “AI 도입이 곧바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고, 직원들이 데이터 분석이나 로봇 관리, 기술 운영 등 고부가 영역으로 이동하도록 재교육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월마트의 행보는 아마존이 장악한 온라인 시장을 정면 돌파하기보다 기술 역량을 앞세워 방어선을 넓히는 전략으로 정의된다. 유통기업이라는 정체성에 머물렀다면 불가능했을 선택들이 기술기업으로의 재정의를 통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