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대이란 군사 개입’ 착수, 친미 체제 재편 준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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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째 이란 전역서 반정부 시위 이란, 트럼프 경고한 '레드라인' 위반 "지지기반 무너진 이란 정권에 강경진압 외 선택지 없어"

경제난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14일째 이어지면서 이란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당국의 유혈 진압으로 사상자가 속출하며 의료체계가 사실상 마비됐고, 영안실 수용 공간마저 부족해 시신이 방치되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혈사태의 책임을 물어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이란 정권이 지지기반 이탈 속에서 체제 전복 위기에 몰린 가운데, 최고 지도자를 축출해 서방과 연계된 새로운 지도부를 탄생시키겠다는 복안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이란 도울 준비 됐다"
11일(이하 현지시간) 외신들을 종합하면 이란의 수도 테헤란 등지에서는 숨진 사상자들이 의료체계가 마비될 정도로 병원에 밀려들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이 접촉한 이란 내 3개 병원 직원들에 따르면 반정부시위가 격화하면서 병원마다 부상자와 사망자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BBC 페르시아어 방송은 9일 밤 라슈트의 한 병원에 시신 70구가 운구됐지만, 수용 공간이 부족해 이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고 전했다. 일부 글로벌 매체들은 사상자가 수백 명이 넘고 구금된 사람은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란 내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자 미국 정부는 군사 개입 시나리오 수립에 착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3일 행정부 고위 인사들로부터 군사, 사이버, 경제적 대응 방안을 포함한 선택지를 보고받을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이란 정권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경고해 온 조치를 실제로 이행할지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이 시위대를 살해할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레드라인’을 이미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논의 대상에는 반정부 정보의 온라인 확산 지원, 이란의 군사·민간 시설을 겨냥한 비밀 사이버 무기 사용, 추가 제재 부과, 군사 타격까지 포함돼 있다.
회의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논의는 초기 단계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 국방부는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대비한 병력 이동은 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 미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 전단은 지중해를 떠나 중남미로 이동해, 현재 중동과 유럽 지역에는 미 항공모함이 배치돼 있지 않다.
행정부 내부에서는 이란 사태와 관련해 잠재적인 군사 목표와 경제적 대응 수단 등을 구체화하기 위해 각 부처에 의견 제출을 요청하는 내부 문건도 배포되고 있다.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단말기를 이란에 제공해 정부의 인터넷 차단을 우회하도록 시위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방안 중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권에 타격을 주지 못한 채 상징적 수준에 그치는 조치를 했다가 오히려 미국의 지원을 기대하는 시위대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시위가 시작된 이후부터 발언의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 2일 “미국은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시위대를 살해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9일에는 시위대에 발포할 경우 “우리도 발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일에는 “이란은 전례 없는 자유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은 지난주 이란이 여전히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하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신호를 보냈다.

경제 붕괴·체제 불신이 불씨
사태가 악화되는 상황이지만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선동을 주장하며 강경 진압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은 11일 국영 방송 인터뷰에서 "경제난에 처한 국민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국민들은 폭도들이 사회를 교란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우리(정부)가 정의를 확립하고자 한다는 점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서 폭동을 지시해 사회에 혼란과 무질서를 초래하려 한다”는 비난도 덧붙였다.
모하마드 카젬 모바헤디 아자드 이란 검찰총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모든 시위대를 '모하레베'(알라의 적)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는 '이슬람을 부정하는 죄'를 가리키며, 이란 법에 따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 행위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도 같은 날 의회 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오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이 공격받을 경우 점령지, 즉 이스라엘과 모든 미군 기지, 미군 함정이 합법적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이란 정부가 60시간 이상 인터넷을 전면 차단하면서 정확한 확인이 어렵지만 보안군이 시위대의 눈을 조준 사격하는 등 잔혹한 진압이 이어지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이 본 이번 시위와 과거 소요 사태의 차이는 이란 정권의 전통적 우군이었던 ‘바자리(바자르의 상인)’의 이탈이다. 바자리는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성직자 계층에 자금을 지원해 왕정을 무너뜨린 정권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으나 결국 등을 돌렸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생존권을 위해 가게 문을 닫고 시위에 나선 것은 정권의 정통성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당국은 경제적 항의 시위와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움직임을 구분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CNN은 당국이 경제적 항의자와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이들을 구분하며, 후자를 ‘폭도’ 또는 외국의 지원을 받는 ‘용병’으로 규정하고 더 강한 탄압을 공언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당국이 이중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며 경제 시위는 정당한 요구로 묘사하는 한편, 폭력적 폭도라고 규정한 이들을 치안 병력으로 진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경제 시위의 근저에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가 자리한다. 지난 2011년 미국은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키며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외국 은행에 대해 미국 은행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당시 미국의 상·하원은 이란의 도발이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이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는 이란을 국제 경제에서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더해 현재 권력 구조와 정권의 취약성도 이번 시위의 의미를 설명하는 축으로 제시된다. 이란 정부는 1999년 학생 시위, 2009년 부정선거 논란에 따른 시위, 2019년 경제난 항의 시위, 2022년 ‘여성, 삶, 자유’ 시위 등 과거의 대규모 불안을 여러 차례 견뎌왔다. 종교 경찰 구금 중 젊은 여성 사망으로 촉발된 2022년 시위 당시 수백 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투옥됐다.
이란 무너지면 제2의 중동 전면전 가능성
현시점 향후 이란 정권의 운명을 결정할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이란 국가안보회의가 예고한 대로 시위대를 ‘적의 대리인’으로 규정하고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하는 대규모 유혈 진압 시나리오다. 둘째는 신정일치 체제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고향인 마슈하드 등 성지에서도 시위가 확산됨에 따라 보안군 내부에서 균열과 탈영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마지막은 체제 붕괴를 막기 위해 내부 군부 세력이나 실용주의 인물이 등장해 질서를 회복하는 이른바 ‘보나파르트’식 개혁안이다.
이란의 붕괴는 중동 지역의 세력 균형을 일시에 무너뜨려 거대한 지정학적 공백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미국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로서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수니파 진영과 팽팽한 대립 구도를 형성하며 안정을 유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중앙 통제력이 상실되면 역내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각국 세력의 각축전이 벌어져 중동 전체가 통제 불능의 분쟁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직 미 고위 정보관리이자 현재 애틀랜틱 카운슬 연구원인 조나단 패니코프는 "이란 정권 붕괴 시 통제 불능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제2의 중동 전면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석유 공급 대란, 무역로 차단, 금융시장 패닉, 글로벌 경기침체 등 광범위한 경제적 충격파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실제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란 사태의 급변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재앙적인 충격을 가할 수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과 원유 생산 차질은 즉각적인 유가 폭등을 야기해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원유 증산을 통해 이란발 공급 충격을 상쇄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으나, 주요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기구(OPEC) 내 영향력 변화와 생산 설비의 한계를 고려할 때 완전한 중화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